박나래, 전 매니저에 샤넬 시계 줬다면 '갑질' 논란 면죄부 될까? 법의 시선으로 보니
박나래, 전 매니저에 샤넬 시계 줬다면 '갑질' 논란 면죄부 될까? 법의 시선으로 보니
선물이 오히려 심리적 통제 수단으로 악용될 수도

박나래가 전 매니저들에게 고가의 명품 선물을 했다는 미담이 재조명됐다. /박나래 인스타그램
"생일 파티 전문"이라는 글과 함께 올라온 사진 한 장. 방송인 박나래와 다정하게 웃고 있는 전 매니저의 손목에는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샤넬 시계가 빛나고 있었다.
최근 전 매니저들로부터 '갑질 의혹'으로 피소된 박나래의 과거 미담이 재조명되고 있다. 전 매니저에게 샤넬 백과 시계, 성과급 등 파격적인 대우를 해줬다는 것. 하지만 전 매니저들은 "술자리 폭언과 24시간 대기, 안주 심부름 등 괴롭힘에 시달렸다"며 1억 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과연 고가의 명품 선물은 직장 내 괴롭힘을 부정하는 면죄부가 될 수 있을까. 선물과 갑질 의혹이 공존하는 기묘한 상황, 법원은 이를 어떻게 바라볼지 짚어봤다.
샤넬 선물, 갑질 무마하는 만능키 아냐
아무리 비싼 선물을 줬더라도 그것이 직장 내 괴롭힘을 없었던 일로 만들 수는 없다. 우리 법은 물질적 보상과 정신적 학대를 철저히 분리해서 판단하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2는 직장에서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규정한다. 즉, 선물을 줬느냐 안 줬느냐보다 중요한 건 행위 자체의 위법성이다.
법조계에서는 폭언이나 부당한 업무 지시가 있었다면, 그 자체로 불법 행위가 성립한다고 본다.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수시로 선물을 주며 친밀감을 표시했더라도, 근무 시간 외 연락이나 집착 등 괴롭힘 행위가 있었다면 위법하다고 판결한 바 있다(2019가합39997 판결).
법원이 꿰뚫어 보는 선물의 두 얼굴
법원은 선물의 이면을 본다. 고가의 선물이 순수한 호의가 아니라, 괴롭힘을 은폐하거나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통제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음을 경계하는 것이다.
실제로 한 판례에서는 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명품 가방 등 고가의 선물을 준 행위를 오히려 "피해자에게 심리적 부담감을 주어 부당한 대우를 참게 만드는 수단"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선물을 받았다는 이유로 피해자가 "내가 예민한가?"라며 자기 검열을 하게 만들거나, 주변에 피해 사실을 알리기 어렵게 만드는 효과를 노렸다고 본 것이다.
박나래 사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샤넬 시계가 평소의 좋은 관계를 보여주는 증거일 수는 있어도, 술잔을 던지거나 사적인 심부름을 시킨 행위가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보상은 보상, 갑질은 갑질"... 법의 저울은 위법행위에 기운다
보상과 갑질이 공존할 때, 법의 저울은 어디로 기울까. 명백히 위법행위 쪽이다.
법원은 우선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 성립 여부를 따진다. 지위의 우위를 이용했는지,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었는지, 피해자에게 고통을 주었는지가 핵심이다. 이 3가지 요건이 충족되면 샤넬 시계가 아니라 샤넬 매장을 통째로 사줬어도 괴롭힘은 성립한다.
물질적 보상이 고려되는 시점은 유무죄를 가릴 때가 아니라, 나중에 손해배상액(위자료)을 산정할 때다. "피고가 원고에게 경제적 지원을 많이 했다"는 점이 참작되어 위자료 액수가 다소 줄어들 수는 있지만, 불법 행위 책임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전 매니저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샤넬 시계는 법정에서 갑질을 덮는 방패가 되기 어려워 보인다. 오히려 "고가의 선물로 심리적 우위를 점하려 했다"는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법은 '얼마를 줬느냐'보다 '어떻게 대했느냐'를 더 중요하게 묻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