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 쌓자"던 무보수 프로젝트의 배신, 팀원이 "일한 값 2천만원" 소송 건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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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 쌓자"던 무보수 프로젝트의 배신, 팀원이 "일한 값 2천만원" 소송 건 전말

2025. 10. 18 14:31 작성
김혜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hj.kim@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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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보수 사이드 프로젝트 팀원의 돌변

퇴출되자 '묵시적 도급계약' 주장하며 보수 청구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스타트업 대표 A씨는 법원에서 날아온 소장을 받아들고 눈을 의심했다. 함께 '스펙'을 쌓자며 의기투합했던 팀원이 '일한 값'이라며 2000만원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스타트업 대표 A씨는 법원에서 날아온 소장을 받아들고 눈을 의심했다. 함께 '스펙'을 쌓자며 의기투합했던 프로젝트 팀원 B씨가 '그동안 일한 값'이라며 2000만원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순수한 열정으로 시작했던 비영리 사이드 프로젝트가 하루아침에 악몽 같은 법적 분쟁으로 돌변한 순간이었다.


"월급은 없어요, 대신 포트폴리오를!" 비극의 시작

사건의 발단은 2025년 초, A씨가 IT 커뮤니티에 올린 구인 공고였다. 상업적 목적이 아닌, 참여자 모두의 경력에 한 줄을 더할 '포트폴리오 제작'이 목표였다.


그는 운영비 전액을 사비로 충당하는 대신 '무보수 협업'이라는 조건을 명확히 내걸었다.


계약서나 급여 협의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 모두가 이 조건에 동의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프로젝트는 순항하는 듯했다.


하지만 4개월 뒤, A씨는 팀원 B씨의 저조한 업무 효율과 소통 문제를 이유로 그를 팀에서 내보내기로 결정했다. 이 결정이 2000만원짜리 소송의 도화선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B씨는 내용증명을 보내왔다. "500시간 일했으니 IT 프리랜서 시급을 적용해 약 2000만원을 지급하라"는 황당한 요구였다.


당시 프로젝트의 총매출은 고작 20만원, 운영비를 빼면 180만원의 적자 상태였다. A씨는 즉시 서비스를 폐쇄했지만, B씨는 끝내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쟁점은 '보수 약속'…법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이번 소송의 최대 쟁점은 두 사람 사이에 돈을 주기로 하는 '묵시적 도급계약'이 성립했는지다. 도급계약(민법 제664조)은 일의 완성을 맡기고, 그 결과에 대해 보수를 지급하기로 '약정'해야 성립한다. B씨는 별도의 계약서는 없었지만, 자신의 노동으로 결과물을 만들었으니 돈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법조계의 시각은 회의적이다. 도급계약의 심장은 '보수 지급에 대한 약정'인데, 이 사건에선 그 약속 자체가 없었다는 점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대한중앙의 한병철 변호사는 "최초 공고부터 '무보수 포트폴리오 협업'임을 명시했고, 다른 팀원들도 이를 인지했다면 법원이 묵시적 도급계약을 인정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오히려 A씨가 사비를 들여 운영비를 부담한 점은 무상 협업 관계를 뒷받침하는 유력한 증거"라고 분석했다.


법원은 말로 표현되지 않은 '묵시적 계약'을 판단할 때, 당사자의 속마음이 아닌 외부로 드러난 객관적 행동을 본다. '무보수'를 명시한 구인 공고, 수익이 아닌 포트폴리오를 목적으로 모인 팀원들의 상황, 실제 수익이 전무했다는 사실 모두 '보수 약속은 없었다'는 쪽을 가리키고 있다.


"선의가 악의로 돌아올 때"…내 프로젝트 지키는 법

결국 재판의 관건은 A씨가 '돈을 주기로 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입증하느냐에 달렸다. 변호사들은 ▲'무보수'를 명시한 구인 공고문 ▲프로젝트의 목적이 포트폴리오 제작이었음을 보여주는 팀원 간 대화 내역 ▲수익이 없고 오히려 적자였다는 회계 자료 등을 핵심 증거로 제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번 사건은 스펙과 네트워킹을 위해 번지는 사이드 프로젝트 문화에 서늘한 경고장을 날린다. 좋은 뜻으로 뭉쳤더라도 언제든 관계가 틀어지면 악의적인 분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분쟁을 막기 위해 프로젝트 시작 전, 최소한의 '팀 합의서'라도 작성하라고 조언한다. 열정만 믿고 달리다 소송의 덫에 걸리지 않으려면 다음 4가지는 반드시 문서로 남겨두자.


1. 보수 지급 여부: "본 프로젝트는 비영리 포트폴리오 제작이 목적이며, 금전적 보수는 지급되지 않음을 상호 확인한다"는 문구를 명시한다.


2. 저작권 귀속: "프로젝트 결과물의 저작권은 모든 팀원이 공동으로 소유한다" 또는 "팀장 OOO에게 귀속된다" 등 소유 관계를 명확히 한다.


3. 역할과 책임: 각 팀원의 구체적인 역할과 기여 범위를 간략히 기재한다.


4. 결별 조건: 팀원 간의 분쟁 발생 시 또는 중도 이탈 시 결과물에 대한 권리를 어떻게 처리할지 미리 정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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