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걷다 우연히 밟았다, 남의 휴대전화를⋯수리비 물어줘야 할까
길 걷다 우연히 밟았다, 남의 휴대전화를⋯수리비 물어줘야 할까
과실에 대해서도 손해배상 책임 묻지만⋯인과관계가 먼저 입증돼야 한다

누군가 휴대전화를 떨어뜨리고, 그 떨어진 휴대전화 위로 발을 디딜 확률은 얼마나 될까. 이 흔하지 않은 확률의 일이 A씨에게 벌어졌다. /셔터스톡
우연의 우연. 누군가 휴대전화를 떨어뜨리고, 그 떨어진 휴대전화 위로 발을 디딜 확률은 얼마나 될까. 이 흔치 않은 확률의 일이 A씨에게 벌어졌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길을 걷던 A씨는 이상한 느낌에 순간 '멈칫' 했다. 뭔가를 밟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껌이라도 밟은 걸까.
아니었다. 정말 뜬금없지만 A씨의 구두 밑에 있던 것은 '휴대전화'였다. 당황스러움을 느끼기도 전에,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 A씨. 목소리의 주인은 다름 아닌 휴대전화 주인 B씨였다.
어쨌거나 자신이 밟았기에 사과를 하며 B씨에게 휴대전화를 돌려줬지만, 끝이 아니었다. B씨가 휴대전화 액정이 깨졌다며 수리비를 요구한 것이다. 일단은 연락처를 주고 집에 돌아온 A씨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찜찜하다.
"나 때문에 액정이 깨졌다는 보장이 있나? 일부러 밟은 것도 아닌데 내가 물어줘야 하나?"
우선 A씨가 밟아서 액정이 깨진 것이 맞다면, 손해배상할 의무가 있다.
변호사 김상배법률사무소의 김상배 변호사는 "민법상 손해배상청구를 하기 위해서는 '고의'나 '과실' 등 위법성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즉, A씨가 휴대전화를 밟은 행위는 과실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책임의 소지가 있다.
다만, 그 전에 인과관계도 인정이 되어야 한다. ①휴대전화가 원래 고장 난 상태였는지 ②B씨가 바닥에 떨어뜨리면서 고장이 났는지 ③A씨가 휴대전화를 밟으면서 고장이 났는지 명확하지 않다.
휴대전화를 밟은 '행위'와 이로 인해 고장이 났다는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는다면, A씨는 배상 책임이 없다고 했다. 덧붙여 이 인과관계 입증은 휴대전화 주인 B씨가 해야 한다.
법률사무소 가온길의 장진우 변호사는 "휴대전화가 정말 A씨가 밟아서 고장 난 것인지, 아니면 원래 고장 났던 것은 아닌지 등 여부에 대해서는 B씨가 증명해야 하는 부분이다"라고 했다.
김상배 변호사도 "B씨가 손해배상청구를 하기 위해서는 손해와 원인 행위(밟음)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한다"며 "과연 그것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다"라고 덧붙였다.
만약 A씨가 휴대전화를 밟아서 고장 난 것이 맞다 하더라도 수리비 전액을 배상할 필요는 없다. 변호사들은 휴대전화를 떨어뜨린 B씨의 과실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오른의 백창협 변호사는 "만약 A씨가 밟아서 휴대전화 고장이 난 것이라면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휴대전화를 떨어트린 B씨의 과실도 있으니 과실상계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실상계는 피해자에게도 과실이 있는 경우 법원이 이를 고려해 배상액을 결정하는 것이다.
JY 법률사무소의 이재용 변호사도 같은 의견이었다. "A씨의 과실이 인정돼 손해배상 의무를 진다고 하더라도 B씨의 과실 역시 판단하여야 한다"고 했다.
종합해보면, A씨가 B씨에게 수리비 전액을 배상할 의무는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