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3년 구형에도 '무죄' 반전…재개발 조합장 살린 마법의 단어 '대의원회 의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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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역 3년 구형에도 '무죄' 반전…재개발 조합장 살린 마법의 단어 '대의원회 의결'

2026. 03. 13 15:37 작성2026. 03. 16 09:3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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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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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00만 원 공금 유용·특혜 의혹' 넘지 못한 증거의 벽

재판부 "의심만으로 처벌 불가"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전북 전주시의 한 주택 재개발 정비사업 현장을 뒤흔든 조합장의 비리 의혹이 법원에서 반전의 결과를 맞이했다.


검찰은 징역 3년의 중형을 구형하며 엄벌을 촉구했으나, 재판부는 '증거 부족'을 이유로 조합장의 손을 들어줬다.


전주지법 형사6단독 김현지 판사는 지난 13일 업무상 횡령 및 입찰방해 혐의로 기소된 조합장 A씨(58)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 판결은 재개발 조합 운영 과정에서 발생한 자금 집행과 업체 선정의 '재량권'이 어디까지 인정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조합 돈으로 개인 탄원서 작성?" 3300만 원 지원의 실체

사건의 시작은 지난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A씨는 조합장 선거 과정에서 조합원들을 매수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되자,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조합과 계약한 홍보용역업체 직원들을 동원했다.


A씨는 자신의 구명을 위한 탄원서를 작성하도록 지시하고, 그 대가로 해당 업체에 조합 자금 3,300만 원을 지원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이를 조합의 공금을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명백한 '업무상 횡령'으로 판단했다.


동시에 A씨는 특정 업체들에 대한 특혜 제공 혐의도 받았다.


재개발 사업 관련 입찰 과정에서 필수 제출 서류를 누락한 용역업체 2곳이 계속해서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편의를 봐줬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공정한 경쟁을 방해한 위계에 의한 '입찰방해'로 보았다.


"대의원회 거쳤으니 적법" 법망 빠져나간 결정적 논리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A씨가 독단적으로 자금을 집행한 것이 아니라, 조합 내 의사결정 기구인 '대의원회'를 통한 의결 절차를 밟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피고인은 대의원회를 통해 조합 돈 사용을 의결했고, 조합의 재량에 따라 입찰 절차를 진행했다"는 것이 무죄의 핵심 근거였다.


설령 지출의 목적이 의심스럽더라도 공식적인 의결 절차를 거쳤다면 조합장 개인의 '불법영득의사(남의 재물을 자기 것처럼 취하려는 의사)'를 단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이는 형사재판의 대원칙인 '합리적 의심이 없는 엄격한 증명'이 적용된 결과이기도 하다.


형사소송법 제325조에 따라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유죄의 확신을 가질 수 없다면,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는 법리가 이번에도 적용됐다.


유죄 의심돼도 처벌 못 하는 '현실적 법의 한계'

법조계에서는 이번 무죄 판결이 재개발 조합 비리 수사의 전형적인 난관을 보여준다고 분석한다.


특히 '대의원회 의결'은 조합장의 전횡을 정당화하는 '법적 방패'로 자주 활용된다.


과거 대법원 판례(2004도6280)에 따르면, 조합장 개인의 형사사건 변호사 비용을 조합 자금으로 지출하는 것은 대의원회의 승인이 있더라도 횡령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번 사건처럼 지출의 목적이 '조합 홍보'와 '개인 구명'의 경계에 걸쳐 있는 경우, 대의원회 의결이 존재하는 한 불법성을 입증하기는 매우 까다롭다.


입찰방해 혐의 역시 마찬가지다.


대법원(2018도15075)은 '입찰의 공정을 해하는 행위'를 엄격하게 해석한다.


서류가 누락된 업체의 참여를 허용한 것이 조합장의 정당한 '재량권' 범위 안인지, 아니면 공정한 경쟁을 실질적으로 방해한 '위계'인지를 입증하는 과정에서 재판부는 후자의 증거가 부족하다고 본 것이다.


구조적 불투명성이 낳은 '증거 확보'의 늪

결국 재개발 조합의 폐쇄적인 의사결정 구조가 수사의 발목을 잡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은 주요 사항을 총회나 대의원회에서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실제 현장에서는 거수기 식의 형식적 의결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내부 관계자의 진술 확보도 어렵다.


홍보업체 직원들이 조합장과 계약 관계로 얽혀 있는 이상, 자신들에게 불리할 수 있는 '탄원서 대가성' 진술을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번 1심 판결에 대해 검찰은 항소를 검토할 것으로 보이나, 대의원회 의결의 형식성을 깨뜨릴 결정적 증거를 찾지 못하는 한 항소심에서도 고전할 가능성이 크다.


"의심만으로는 범죄 사실을 증명할 수 없다"는 법원의 선언은, 재개발 조합 비리 근절을 위해 더 투명한 감시 체계와 정교한 입찰 규정이 필요함을 시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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