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 저지르고도 교도소 대신 병원 치료받는 게 타당하냐" 지적에 대한 의사의 대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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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 저지르고도 교도소 대신 병원 치료받는 게 타당하냐" 지적에 대한 의사의 대답

2022. 02. 07 11:55 작성2022. 02. 08 16:5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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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무섭고 애처로운 환자들'의 저자 차승민 전 국립법무병원 전문의 인터뷰

"범죄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주는 게 치료감호의 역할"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병원'에 보내 치료를 받게 하라는 '치료감호' 판결. 어떤 사람들은 그건 죗값에 맞지 않는 '선처'라며 탐탁지 않아 한다. 그런데 차승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다른 말을 했다. /조하나 기자

한 남성이 친척 어른을 칼로 찔렀다. 재판 내내 그는 반성하지 않았다. 피해자 유족들은 울분을 토했다. 세 번에 걸친 재판 끝에 징역 30년이 확정됐다. 그런데 한 가지 조건이 붙었다.


"피고인을 치료감호에 처한다."


판결 후 정신질환을 앓고 있던 이 남성은 교도소가 아닌 치료감호소로 가게 됐다. 살인을 저지른 사람을 '병원'에 보내 치료를 받게 하라는 판결. 어떤 사람들은 그건 죗값에 맞지 않는 '선처'라며 탐탁지 않아 한다. 그런데 차승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다른 말을 했다. 정신건강의학 분야에서만 14년 차, 지난해까지 국립법무병원에서 근무했던 의사다.


Q. 교도소에 보내는 대신, 치료감호를 꼭 해야 하는 이유가 있나.

"정신건강의학계 연구에 따르면, 조현병 등을 앓는 정신질환자 범죄는 대부분 첫 치료를 받기 전에 발생합니다. 그리고 치료를 받은 이후에는 범죄 위험성이 94%가량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이런 질환은 약물치료만 제대로 해도 효과가 확실합니다. 소아성애자처럼 변태성욕장애를 앓는 성범죄자도 성충동 약물치료(화학적 거세)를 받으면, 일정 기간 재범률을 낮출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반면, 이런 증상이 있는 환자를 그냥 교도소로 보내버리면 문제를 잠시 묻어두는 거에 불과합니다. 국립법무병원도 인력난이 있지만, 일반 교정기관은 전문 의료 인력이 더 부족하기도 하고요. 교도소 안에서 징역만 채우고 출소하면, 환자 증상은 그대로이거나 되려 악화됐을 겁니다. 똑같은 범죄가 재발하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되죠.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주는 게 치료감호의 역할입니다."


차 전문의는 환자가 범죄를 반성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드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조하나 기자
차 전문의는 환자가 범죄를 반성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드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조하나 기자


국립법무병원에서 일한 지난 4년. 이곳은 범죄 예방을 위해 수용과 치료가 동시에 필요하다거나, 치료가 필요하다라고 판결을 받은 사람들이 치료를 위해 입원 하게 되는 병원이다. 차승민 전문의는 이곳에서 매일 170명에 육박하는 환자를 돌봤다.


그가 돌보는 환자들에겐 특별한 번호표가 붙는다. 1호, 2호, 3호. 치료감호 환자를 나누는 기준이다. 심신장애를 앓는 사람(1호)과 약물 등에 중독된 사람(2호), 그리고 변태적 성욕을 가진 사람(3호). 이 환자들은 수사와 재판을 거쳐 병원으로 온다. 차트에는 환자의 병명과 함께 그들의 죄목이 적혀있다.


그는 법조계와 정신건강의학계조차 낯설어하는 국립법무병원 속 이야기를 담아 책으로도 냈다. 지난해 출간된 '나의 무섭고 애처로운 환자들'에선 4년간 범법 정신질환자들을 돌봤던 그의 솔직한 심정이 녹아 있었다.


Q.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들이 "나는 아프지 않다"고 주장하는 이유가 있다고.

"사람들은 몸에 열이 나거나, 어딘가 부러지면 스스로 병원에 찾아갑니다. 하지만 정신 질환을 앓는 경우라면 달라요. 오히려 자신의 정신 건강이 나쁘다는 자각 자체가 없는 환자가 많죠.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환자 스스로가 치료 필요성을 깨달아 가는 일을 '병식(病識)'이라고 표현합니다. 병식이 없고 망상 등이 심한 환자는 절대 '반성'을 할 수가 없어요. 어떤 범죄를 저질렀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를 괴롭히는 사람, 나에게 해코지를 할 사람을 상대했을 뿐이라는 식으로 생각하죠."


차 전문의는 환자가 범죄를 반성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드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교정의 목적이 범죄자를 갱생하고 피해자에게 진정한 참회를 하도록 하는 거라면, 제대로 치료를 받는 게 진정한 반성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시작점이라는 거였다.


Q. 자칫 '질병'을 앞세워, 범행 원인을 정당화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범죄자에게 서사를 부여하지 말라'는 말이 있죠. 저도 그 말에 백번 공감합니다. 어떤 이유로도 범죄를 정당화할 순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범죄자 한 명을 덮어놓고 비난하는 것으로 끝낼 수는 없어요. 어떤 환경에서 범죄가 시작됐는지, 그걸 우리가 막을 수는 없었던 건지를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지난 2019년, 17명의 사상자를 낸 '진주 방화 살인사건'을 기억하시나요? 이 사건을 저지른 안인득은 회사에서 산업재해를 인정받지 못한 걸 계기로 망상을 겪기 시작했어요. 이미 2010년에 조현병 진단을 받았고, 중간에 폭력 범죄를 저질러서 3년간 보호관찰 처분을 받기도 했습니다. 안인득은 약물·입원 치료를 받는 내내 아무런 문제도 일으키지 않았어요. 그의 망상이 재발한 건 보호관찰을 받던 3년이 지나고 치료가 끊기면서부터입니다.


안인득이 저지른 죄까지 이해하자거나, 막연히 용서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결코 아닙니다. 치료를 계속 이어갔다면, 그래서 병이 커지는 걸 방치하지 않았다면 후일 끔찍한 범행만은 막을 수도 있었다는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지난해 출간된 '나의 무섭고 애처로운 환자들'에선 4년간 범법 정신질환자들을 돌봤던 그의 솔직한 심정이 녹아 있었다. /강선민 기자


여기에서 차승민 전문의는 조현병을 포함한 모든 정신질환이 위험한 건 아니라고 강조했다. 치료받지 않은 정신질환은 위험할 수 있지만 치료받았거나 치료 중인 정신질환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Q. 치료감호가 필요한 사람인지는 어떻게 가려내나.

"그걸 파악하기 위해 '형사 정신감정'을 진행합니다. 재판 등을 받는 사람이 ①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지 ②법적인 책임 능력이 있는지를 전문의 입장에서 의학적으로 판단하는 거죠. 그러면 법원에선 의사의 감정서 등을 참고해 피고인이 '심신미약'인지 아니면 '심신건재'인지를 결정하게 됩니다."


차승민 전문의에 따르면, 국립법무병원에선 매년 400~500건의 형사 정신감정을 소화하고 있다. 전국 법원과 검찰, 경찰이 의뢰한 피의자 또는 피고인의 정신감정을 이곳에서 처리한다. 비율로 보면 우리나라 형사 재판에 쓰이는 정신감정의 90%에 해당하는 수치다.


Q. 정신질환을 앓고 있거나, 과거 전력 있다면 모두 '심신미약' 판정을 받게 되나.

"많은 분들이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은 곧 '심신미약' 상태일 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다릅니다.


제가 2018년 정신감정을 맡았던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의 김성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당시 김성수는 우울증을 앓고 있었고 충동적으로 범행을 저질렀어요. 하지만 감정 결과 '심신미약'은 아니었습니다. 망상이나 환청도 없었고, 스스로 판단해 저지른 범행이었으니까요.


망상과 환청을 앓는 사람이라도 심신미약이 아닐 수 있어요. 일례로, 이런 증상을 앓는 한 남성이 어떤 할머니를 보고 성적 충동을 느꼈어요. 그래서 성폭행을 하려 다가갔는데 할머니께서 위기를 모면하려고 성병이 있다고 말합니다. 그 말에 남성이 범죄를 멈추죠. 이 남성은 분명히 정신장애가 사람이었지만, 심신미약이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범행을 앞둔 순간에 '성병이 있는 사람과 성관계를 하면 문제가 생긴다'라는 판단을 스스로 내렸으니까요."


꾀병을 핑계로 교도소행을 피하려는 '연기자'들을 골라낼 방법은 많았다. 차 전문의는 거짓말 탐지기나 심리 검사는 물론, 진단 면담으로도 상당수 증세를 가려낼 수 있다고 했다. /조하나 기자
꾀병을 핑계로 교도소행을 피하려는 '연기자'들을 골라낼 방법은 많았다. 차 전문의는 거짓말 탐지기나 심리 검사는 물론, 진단 면담으로도 상당수 증세를 가려낼 수 있다고 했다. /조하나 기자


일각에선 "범죄자가 작정하고 미친 척을 하면서 의사를 속일 수도 있다", "우울증 진단서를 제출하면 바로 심신미약으로 감형되는 거 아니냐" 하는 문제들을 지적한다. 하지만 차 전문의는 그러한 우려에 단호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Q. 꾀병 부리는 사람, 정말 구별할 수 있는 건지 궁금하다.

"형사 정신감정은 일반 정신과 외래 진료처럼 며칠 만에 끝나는 게 아니에요. 훈련받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감정대상자를 1개월간, 24시간 내내 관찰할 수 있는 환경에 두고 진단을 합니다. 간호사와 보호사가 계속해서 관찰 기록을 남기고, 의사도 수시로 면담을 진행하죠.


또 정신과에는 '꾀병(Malingering)'이라는 진단명이 존재해요. 당연히 그런 환자를 진단하는 전문적인 체계와 방법이 따로 있고요. 실제 정신질환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은 작은 행동에서부터 차이가 있습니다. 그걸 찾아내는 게 의료진의 일입니다.”


꾀병을 핑계로 교도소행을 피하려는 '연기자'들을 골라낼 방법은 많았다. 차 전문의는 거짓말 탐지기나 심리 검사는 물론, 진단 면담으로도 상당수 증세를 가려낼 수 있다고 했다.


환청이나 망상을 거짓으로 주장하는 환자에게 구조화된 질문을 반복해 던지는 방법이다. 이 질문들에는 정신질환자 특성이 반영돼 있어서, 일반인이 유추해 맞추기 어렵다. 예컨대 의사가 '어느 방향'에서 환청이 들리냐고 물으면, 진짜 환자는 그 질문의 의미부터 이해할 수 없지만 가짜 환자는 고심 끝에 왼쪽이나 오른쪽 중 하나를 택한다든지 하는 식이다.


정신과 의사의 눈으로 범죄자의 머릿속을 꿰뚫어 보는 일은, 흡사 범죄 심리를 파헤치는 프로파일러(Profiler) 같았다.


Q. 수많은 환자 중 가장 대하기 어려웠던 환자가 있었나.

"주로 성범죄를 저지른 환자들이었죠. 특히 친딸을 대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경우는 아무리 환자로 여기려고 해도 받아들이기가 어려웠어요.


한 남성은 피해자인 딸에게 탄원서를 받아내 병원을 나갔어요. 그 사람이 제게 '딸이 탄원서를 보내주면 나가는 데 도움이 되느냐'고 물었을 때, 할 말이 없어지더군요."


Q. 워낙 많은 환자들을 겪으니, 황당한 경우도 많이 봤을 것 같다.

"그렇죠. 어떤 사람은 성충동 약물치료를 권고했더니 계속 거부하더라고요. 이유를 물어보니 '퇴원하면 둘째를 낳고 싶다'는 말을 했어요. 그 남성은 성폭행 사건으로 재판을 받은 사람이었어요. 퇴원 심사를 함께하고 있던 모두가 그 이야기를 듣고 경악했죠. '피해자 고통은 생각도 않고, 지금 당신의 가족계획이 중요하냐'고 지적하니 그제야 허둥지둥 변명을 늘어놨어요.


그런 사람은 퇴원을 시킬 수가 없어요. 그렇게 퇴원이 몇 번 거부되면 뒤늦게 약물치료에 동의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았습니다."


Q. 반대로 치료감호의 보람을 느끼게 했던 환자도 있을까.

"물론 있죠. 성 도착증이 있었던 사람인데, 성충동 약물치료를 받으면서 증세가 눈에 띄게 좋아졌어요. 여성을 그저 만지고 싶은 대상이 아니라, 함께 영화도 보고 데이트도 하는 똑같은 '사람'으로 느끼게 된 거예요. 그런 평범한 감정을 한번 깨닫고 나니, 다시는 부적절한 성적 충동에 사로잡히고 싶지 않다고 하면서 계속 약물치료를 받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매달 치료 비용만 50만원에 육박해서 환자가 치료 의지가 있어도 감당이 어려웠어요. 법무부가 나서서 관련 법령을 검토했고, 치료감호소에서 퇴원한 사람이면 최대 20년까지 외래 진료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는 근거를 찾게 됐죠.


이처럼 치료를 받던 환자가 범죄를 반성하고, 건전한 한 사람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볼 때면 왜 이 일이 중요한가를 다시금 느끼게 됩니다."


치료를 받던 환자가 범죄를 반성하고, 건전한 한 사람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볼 때면 왜 이 일이 중요한가를 다시금 느끼게 된다고 차 전문의는 말했다. /조하나 기자
치료를 받던 환자가 범죄를 반성하고, 건전한 한 사람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볼 때면 왜 이 일이 중요한가를 다시금 느끼게 된다고 차 전문의는 말했다. /조하나 기자


Q. 국립법무병원을 떠나온 현재,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국립법무병원은 형사사법 체계에서 정말 중요한 기관이고, 국내 단 한 곳밖에 없는 범법 정신질환자 입원 치료시설이에요. 이런 중요도에 반해 법무부 내에선 관심도가 적은 부분이 아쉽습니다.


그렇다 보니 의사나 간호사들이 전문가로서 역량을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이 반복되고 있어요. 교도소를 들락거리며 법에 훤해진 환자들이 수시로 내는 민원과 고소장에도 대응을 해야 하고요. '주치의가 나를 죽이려고 이상한 약을 줬다'는 식의 황당한 주장에 대해 답변서를 쓰다 보면, '이럴 때 의료진의 인권은 누가 지켜주는 거지?'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습니다.


일반 병원에 비해 턱없이 낮은 처우나 열악한 진료 환경 문제도 개선이 시급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국립법무병원에서 일하는 분들이 의료진으로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이 만들어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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