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은 안 돼도 '19금 잡지'는 되는 교도소…법의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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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은 안 돼도 '19금 잡지'는 되는 교도소…법의 아이러니

2025. 07. 22 11:18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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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때문에 성인물 못 막고, 법 때문에 에어컨 못 튼다

교도소 수준이 가장 가난한 계층보다 높아선 안 된다는 '최저 처우의 원칙'

39도 폭염 속 교도소엔 에어컨이 없지만, 성인 잡지는 구독할 수 있다. /셔터스톡

역대급 폭염에 전국이 들끓고 있지만, 교도소 수용자들은 선풍기 한 대로 여름을 나고 있다. 반면, 일부 수용자들은 법의 허점을 이용해 '19금' 성인 잡지를 큰 제약 없이 구독하고 있다.


남성 수용자가 "왜 린스를 못 쓰게 하냐"며 소송을 내자 법무부가 지침을 바꾸는가 하면, "작업한 수용자에게만 치킨을 주는 건 차별"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내는 일도 벌어진다.


교도소 담장 안에서 벌어지는 기상천외한 법적 다툼은 수용자의 처우와 인권, 그리고 법의 딜레마를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19금 잡지' 막지 못하는 법의 딜레마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성인 잡지' 반입 문제다. 교정 당국이 성범죄자를 포함한 수용자들의 성인물 구독을 막고 싶어도 막을 수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형집행법)의 특정 조항 때문이다.


형집행법 제47조 제2항은 교도소장이 수용자의 구독 신청을 허가해야 하는 경우를 규정하며, '유해간행물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구독을 허가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김보경 변호사(로엘 법무법인)는 21일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에서 "선정적인 성인잡지라고 하더라도, 간행물윤리위원회가 지정한 유해간행물이 아니라면 교도소장이 구독을 허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18년, 법원은 이 조항을 근거로 재소자의 성인 잡지 반입을 불허한 교도소의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 이후, 교정본부 관계자들이 직접 수용자들이 보는 잡지를 들고 국회의원들을 찾아가 법 개정을 호소하는 웃지 못할 상황까지 벌어졌다. 교화를 목적으로 하는 교정시설이 법 때문에 선정적인 출판물 반입을 막지 못하는 셈이다.


"남자는 왜 린스 못 쓰나" 소송 한 방에 바뀐 법무부 지침

법의 허점이 수용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사례만 있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한 수용자의 소송이 불합리한 규정을 바꾸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한 남성 수용자는 교도소 내 자비구매물품 목록에 린스가 '여성용'으로만 지정된 것을 문제 삼았다. 그는 "남성 수용자에게 린스를 판매하지 않는 것은 평등 원칙 위반"이라며 교도소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법무부는 판결이 나오기도 전에 재판이 진행 중이던 상황에서 관련 지침을 변경해 린스를 남녀 공용 품목으로 바꿨다. 결국 재판부는 "헌법상 평등 원칙에 위반된 상태는 이미 해소됐다"며 소송을 각하했지만, 사실상 수용자의 문제 제기가 전국 교정시설의 지침을 바꾼 것이다.


교도소에 에어컨이 없는 이유

찌는 듯한 폭염에도 교도소에 에어컨이 없는 이유 역시 법과 원칙 때문이다. 현행 형집행법에는 난방 시설에 대한 규정은 있지만, 냉방 시설 설치에 대한 명시적 의무 조항은 없다.


이는 수용자의 생활 수준이 사회의 가장 가난한 계층보다 높아서는 안 된다는 이른바 '최저 처우의 원칙' 때문이다. 범죄의 대가를 치르는 공간이 일반 사회보다 쾌적해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공감대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기온이 39도를 넘나드는 수감 환경이 '잔인한 처벌'에 해당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미국 텍사스에서는 수감자들이 에어컨 설치를 요구하는 소송을 내 승소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1인당 수용 면적이 2㎡(약 0.6평)에 미치지 못하는 '과밀 수용'에 대해 대법원이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등, 수용자의 최소한의 인권에 대한 법원의 기준은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성인 잡지는 허용되지만 에어컨은 허용되지 않는 교도소의 여름. 그 안에서는 지금도 처벌과 인권, 법의 허점과 원칙 사이의 치열한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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