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끝났는데 ‘에어컨 청소’? 세입자만 모르는 집주인의 노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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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끝났는데 ‘에어컨 청소’? 세입자만 모르는 집주인의 노림수

2025. 10. 23 11:54 작성
김혜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hj.kim@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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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의 '에어컨 청소' 호의, 묵시적 갱신일까

보증금 떼일 뻔한 세입자의 법적 대응법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전세 만료를 알렸지만 몇 달째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던 집주인이었다.


어느 날 그에게서 ‘미안하다’며 에어컨 필터 청소를 지원해주겠다는 연락이 왔다. 세입자 A씨는 고마움보다 ‘혹시 이 호의가 계약 자동 연장에 동의한 증거가 되는 건 아닐까?’라는 서늘한 공포에 휩싸였다. 계약 종료를 명확히 통보한 상황에서 받은 집주인의 작은 친절. 법적으로는 과연 어떤 의미일까? A씨의 사례를 통해 전세 보증금을 둘러싼 법률 상식을 짚어봤다.


에어컨 청소는 '호의'일 뿐, 계약 연장과 무관

결론부터 말하면, 모든 법률 전문가는 '아니오'라고 답했다. A씨가 법정 기한(계약 만료 6개월~2개월 전) 내에 명확히 갱신 거절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계약은 지난 2월 26일부로 완전히 종료됐다는 것이다.


모두로 법률사무소의 한대섭 변호사는 “이후에 집주인이 미안함의 표시로 제공한 편의는 계약 갱신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호의일 뿐, 새로운 계약의 성립으로 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법무법인 쉴드의 이진훈 변호사 역시 “임대인의 수선의무(시설을 유지·보수할 의무) 이행에 불과해 묵시적 갱신 합의로 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즉, 집주인의 에어컨 청소 지원은 법적으로 아무런 의미 없는 행동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보증금 지키며 이사하는 법? '임차권등기명령'부터 신청하라

A씨의 두 번째 고민은 '보증금을 못 받은 상태에서 이사를 가도 괜찮을까'였다.


이사를 가면 보증금을 돌려받을 권리(대항력 및 우선변제권)가 사라질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 경우 '임차권등기명령' 제도를 적극 활용하라고 입을 모았다.


임차권등기명령이란, 계약이 끝났는데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가 법원의 명령을 받아 해당 주택의 등기부등본에 '아직 보증금을 받지 못한 세입자가 있다'는 사실을 기록하는 제도다. 이 등기가 완료되면, 세입자가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더라도 보증금을 돌려받을 최우선 권리가 사라지지 않는다.


법무법인 선린 김상수 변호사는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해 등기부등본에 기재된 것을 확인한 후 안전하게 이사할 수 있다”며 “등기가 되면 이사를 가도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그대로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소송은 100% 승소, 하지만 '돈 받는 길'은 따로 있다

마지막 쟁점은 전세금반환소송의 승소 가능성이다. 전문가들은 A씨의 사례가 '승소 가능성이 매우 높은' 전형적인 경우라고 진단했다.


임대차 계약서, 보증금 이체 내역, 갱신 거절 문자 등 승패를 가를 명백한 증거를 모두 A씨가 쥐고 있기 때문이다. 법률사무소 아란의 최아란 변호사는 “전세금 반환 소송을 제기하면 당연히 승소할 것”이라면서도 “문제는 승소 이후에 어떻게 보증금을 받아낼 것인지”라고 현실적인 조언을 덧붙였다.


승소 판결을 받는 것과 실제 집주인의 재산에서 돈을 받아내는 것은 별개의 절차일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집에 은행 대출(근저당)이 먼저 설정되어 있다면, 보증금 회수 순위가 밀릴 수도 있다. 최 변호사는 소송보다 시간과 비용이 적게 드는 '지급명령' 신청도 고려해볼 만한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결론적으로 법은 명확한 의사를 표시한 세입자 A씨의 편에 서 있었다.


집주인의 호의는 계약 관계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며, A씨는 임차권등기명령으로 자신의 권리를 안전하게 확보한 뒤 소송을 통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이제 A씨에게 남은 것은 법이 보장한 권리를 차분히 실행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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