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일주일 뒤 갚을게" 연인에게 1500만원 빌린 뒤 잠수…법원 "사기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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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일주일 뒤 갚을게" 연인에게 1500만원 빌린 뒤 잠수…법원 "사기 아니다"

2025. 10. 29 10:13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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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상대방 신용불량 알고도 송금

재판부 "변제 못 할 위험 예상하고 있었을 것"

연인에게 ‘가게 운영비’ 명목으로 1,500만원을 빌린 남성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셔터스톡

교제하던 연인에게 "가게 운영이 어렵다"며 24차례에 걸쳐 약 1500만원을 빌린 뒤 갚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성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연인이었던 피해자가 피고인의 좋지 않은 신용 상태를 이미 알고 돈을 빌려줬고, 피고인에게 처음부터 돈을 떼어먹을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이환기 판사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지난 9월 16일 밝혔다.


검찰 "노래방 사장 행세한 종업원의 계획된 사기"

검찰이 그린 A씨의 모습은 전형적인 '사기꾼'이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2019년 12월, 자신이 운영하는 노래방의 주류 대금이 필요하다며 당시 연인이던 B씨에게 접근했다. "일주일 뒤에 갚겠다"는 약속과 함께 100만원을 빌린 것을 시작으로, 약 1년간 24차례에 걸쳐 총 1464만원을 받아 챙겼다.


하지만 검찰은 A씨가 실제로는 노래방 사장이 아닌 종업원이었고, 당시 4000만원의 사채와 신용불량 상태에 있어 돈을 갚을 의사나 능력이 전혀 없었다고 봤다. 빌린 돈 역시 주류 대금이 아닌 인터넷 도박과 유흥비로 탕진했다는 것이 검찰의 주장이었다.


법원 "연인 간의 금전 거래, 형사처벌은 신중해야"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두 사람의 관계와 돈이 오고 간 정황을 면밀히 살핀 뒤, 이를 형사처벌 대상인 사기죄로 보기는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를 인용하며 "돈을 빌릴 당시에 갚을 의사와 능력이 있었다면, 비록 나중에 갚지 못했더라도 이는 민사상 채무불이행일 뿐 형사상 사기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전제했다.


재판부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결정적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피해자는 이미 위험을 알고 있었다. B씨는 법정에서 "피고인이 신용불량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어 다른 사람 명의의 계좌로 돈을 보내줬다"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피해자는 피고인의 신용 상태가 좋지 않아 돈을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위험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둘째, 변제 능력이 아예 없진 않았다. 검찰은 A씨를 '종업원'으로 봤지만, 노래방 동업자의 증언은 달랐다. 동업자는 "A씨가 1000만원을 투자했고, 수익의 40%를 받기로 한 동업자"라고 증언했다.


피해자 B씨 역시 "손님들이 A씨를 사장님이라고 불렀다"고 진술했다. A씨가 가게 운영을 위해 자기 돈 600~700만원을 쓴 사실도 확인됐다. 완전한 무자력 상태에서 돈을 빌렸다고 보기 어려운 정황이다.


셋째, 일부지만 갚은 흔적이 있었다. A씨가 사용한 계좌 내역을 분석한 결과, 피해자 B씨에게 약 1264만원이 송금된 기록이 발견됐다. 이는 '애초부터 갚을 생각이 없었다'는 사기죄의 핵심 요건을 무너뜨리는 결정적 증거가 됐다.


마지막으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문제도 제기됐다. B씨가 주장하는 피해 금액은 고소장 제출 이후 수사 과정에서 계속 바뀌었고, 법정에서는 "카카오톡 메시지가 남아있는 10건 정도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추측해서 특정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참고]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2025고단1035 2025초기699 판결문 (2025. 9. 16.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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