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비통 꺾은 강남 50년 수선 장인, 대법원서 웃었다 "한국 소비자 우습게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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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비통 꺾은 강남 50년 수선 장인, 대법원서 웃었다 "한국 소비자 우습게 봤다"

2026. 02. 27 10:29 작성2026. 02. 27 10: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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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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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심 패소 뒤집은 대법원

소비자의 '고쳐 쓸 권리' 확인

대법원이 낡은 명품 가방 리폼은 상표권 침해가 아니라고 최종 판결했다. 사진은 12일 서울의 한 백화점 모습. /연합뉴스

낡은 명품 가방을 다른 형태로 고쳐 쓰는 이른바 '리폼'은 상표권 침해가 아니라는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왔다.


서울 강남구 지하상가에서 50년 가까이 수선집을 운영해 온 이경한 대표와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 사이의 4년여에 걸친 끈질긴 법정 다툼이 마침내 수선집 주인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대법원은 앞선 1심과 2심의 패소 판결을 뒤집고 이 대표의 손을 들어줬다.


"왜 루이비통만 안 되나"… 확약서 거부하고 홀로 맞선 다윗


사건의 발단은 202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대표는 낡아서 사용이 어려운 가방의 원단을 이용해 지갑 등 다른 형태의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리폼' 작업을 해왔다. 루이비통은 새롭게 만들어진 제품에도 자사 로고가 남아있어 상표권을 침해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루이비통 측은 소송에 앞서 여러 수선 업체에 "리폼을 당장 중단하라. 적발 시 수천만 원을 청구하겠다"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압박을 느낀 대부분의 업체는 리폼을 하지 않겠다는 확약서를 썼지만, 이 대표는 서명을 거부했다.


이경한 대표는 27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심경에 대해 "황당했죠. 아무리 생각해도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됐어요"라며 "엄마 부모님 옷 리폼해서 아이들한테 입혀서 안 되는 거야. 그게 꼭 루이비통만 또 안 되는 거야. 상식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해서 저는 확약서를 안 쓰고 반발을 한 거죠"라고 회고했다.


1·2심 "1500만 원 배상하라" ➔ 대법원 "상표권 침해 아냐" 대반전


1심과 2심 재판부는 루이비통의 손을 들어줬다. 수선된 제품 외부에 상표가 반복적으로 노출되어 일반 소비자들이 출처를 혼동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였다. 재판부는 이 대표에게 루이비통 측에 1,5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사안의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 지난해 12월 이례적으로 공개 변론까지 열었던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가방 소유자가 개인적인 사용을 목적으로 의뢰한 물품을 가공해 다시 원소유자에게 돌려주는 경우라면, 원칙적으로 상표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버려질 가방 살리는 건 고객의 추억을 지키는 일"


4년의 지난한 소송 끝에 결과를 받아 든 이 대표는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한국 소비자들이나 저 같은 사람들 되게 우습게 본 거죠. 4년 동안 여기저기 쫓아다니고 정말 심리적으로 굉장한 스트레스였어요"라며 "무슨 의미가 있나 이런 생각이 굴뚝 같았죠.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라고요"라고 토로했다.


이 대표에게 가방 수선은 단순한 돈벌이 그 이상이었다. 그는 "저희한테 갖고 오는 가방은 거의 포기한 가방들이 많아요"라며 "비용도 제법 드는데 그걸 굳이 하시는 분들 보시면 분명히 의미가 있는 가방이에요. 부모님 유산이라든가 먼저 간 남편분의 첫 선물이라든가. 그런 의미가 있는 가방을 수선하거나 리폼하시는 분들도 많으세요"라고 설명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소비자가 자신이 소유한 물건을 어디까지 고쳐서 쓸 수 있는지 그 권리를 명확히 확인시켜 준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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