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어머니는 자신을 때린 패륜 아들을 "용서해달라"고 법원에 대신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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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어머니는 자신을 때린 패륜 아들을 "용서해달라"고 법원에 대신 빌었다

2020. 05. 08 10:02 작성
박선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w.park@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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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가하는 '존속' 범죄⋯폭행 사건은 4년새 약 2배 늘어

판결문에서 드러난 비정한 자식들, 하지만 모두 집행유예

이유는 피해자였던 어머니들이 모두 용서했기 때문

늘어나는 존속 폭행 범죄는 저마다 내용은 달라도, 판박이처럼 닮은 부분이 있다. 피해를 입은 부모가 가해자인 자식의 용서를 구하는 것이다. 얻어맞아 입원하고, 얼굴이나 몸이 찢기고, 화상을 입거나 뼈가 부러져도 부모들은 자식들을 감쌌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자기를 낳아 길러준 부모를 때리는 존속(尊屬) 폭행 범죄. 드물지 않다. 지난 7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4년 1206건이던 범죄는 지난 2018년 2275건까지 늘었다.


이렇게 늘어나는 존속 폭행 범죄는 저마다 내용은 달라도, 판박이처럼 닮은 부분이 있다. 피해를 입은 부모가 가해자인 자식의 용서를 구하는 것이다. 얻어맞아 입원하고, 얼굴이나 몸이 찢기고, 화상을 입거나 뼈가 부러져도 부모들은 자식들을 감쌌다. 몇몇은 재판에 꼬박꼬박 참석해 재판장에게 직접 선처를 호소했다.


재판부의 판결은 어땠을까. 로톡뉴스는 최근 벌어진 존속범죄 판결문 두 건을 들여다봤다.


어머니를 불태우려고 했던 패륜 아들

지난 2월, 경기도 성남의 한 주택가에 경찰차가 긴급히 출동했다. 70세 노모와 아들이 사는 집 안은 난리가 난 듯 어수선했다. 바닥에는 가스버너와 찢어진 패딩 두 벌이 널브러져 있고, 노모 A씨의 머리에선 피가 흐르고 있었다.


아들 B씨가 범인이었다. '술과 담배' 앞에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아들이었다. 이날 그는 자신의 술과 담배를 치우는 어머니를 보고 화가 난다며, A씨의 머리채를 잡았다. 그리고선 불이 켜진 가스버너에 A씨의 얼굴을 가까이 들이댔다. 아들이 자기를 낳아준 어머니 얼굴을 태우려고 한 것이다.


고령의 A씨가 저항하자 아들은 어머니를 냉장고 쪽으로 끌고 갔다. 그리고는 냉장고에 어머니 머리를 여러 차례 찧었다. 그 결과 A씨는 14일간의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었다.


어머니는 아들을 피해 방으로 몸을 숨겼다. 아들 B씨는 부엌칼을 들고 쫓았다. 그는 "술과 담배를 내놔라"고 했지만 A씨는 고개만 저었다. 그러자 아들은 어머니가 입고 있던 패딩을 억지로 벗겨내 손에 든 칼로 그었다. 등 부분이 '부욱'하고 찢어졌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은 B씨는 벽에 걸린 어머니의 또 다른 패딩도 찢어버렸다.


"일찍 죽어라" 저주하며 상습 폭행한 비정한 아들

"오늘 밤 9시까지 현금 3000만원을 주지 않으면 고려장을 하겠다! 살아서 뭐 하냐? XX년아! 일찍 뒤져라!"


지난해 7월, 인천의 한 주택가에서도 아들 C씨가 어머니에게 입에 담지 못할 말을 해댔다. 고려장(高麗葬)이란 늙고 쇠약한 사람을 구덩이 속에 살아있는 채로 버려두었다가 죽으면 장례를 지냈던 악습을 말한다. C씨는 어머니에게 거액의 현금을 달라며 집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그러면서 주먹을 마구 휘둘렀다. 어머니는 아들의 주먹에 머리와 뺨 등을 여러 차례 얻어맞았다. 아들 C씨는 손에 들고 있는 스마트폰으로도 어머니를 내려찍었다. 판결문에서 이례적으로 "아들은 어머니를 강하게 여러 번 때렸다"고 묘사할 정도였다.


어머니는 112에 신고했다. 경찰은 곧장 출동했다. 집 주소를 말할 것도 없었다. 지역 경찰서에 C씨는 이미 '상습 가정폭력자'로 등록돼있었기 때문이다.


경찰은 아들에게 주의를 주고, 어머니의 상처를 살핀 뒤 돌아갔다. 그렇게 어머니는 안방에 들어가 문을 걸어 잠그고 이불 위에 누웠고, 아들은 거실에서 혼자 술을 마셨다.


경찰이 다녀갔음에도 술에 취한 아들 C씨는 어머니에게 또다시 분노를 표출했다. 방 안에 있는 어머니에게 "문을 열어라"고 소리쳤지만, 어머니가 이에 응하지 않자 어디선가 열쇠 꾸러미를 갖고 왔다. 열쇠로 안방 문을 따고 들어가 어머니를 때리기 시작했다. 손에 든 열쇠 꾸러미가 무기였다.


판결문은 이번 폭행을 두고도 "열쇠 뭉치로 피해자의 머리 부위를 강하게 수회 내리찍었다"고 묘사했다.


상습 폭행범이었던 그들, 그래도 어머니는 용서했다

경기도 성남의 패륜아 A씨와 인천에서 인륜을 짓밟은 C씨에겐 공통점이 있다. 두 사건 모두 어머니에게 용서를 받았다. 그래서 끔찍한 폭행에도 불구하고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실형을 피했다.


특히 하루에 두 번이나 어머니 때린 C씨는 사건이 벌어지기 한 달 전에도 폭력을 휘둘렀다. 그때도 어머니는 아들을 용서했다. 그래서 검찰이 불기소 처분으로 봐줬었다. 하지만 또다시 폭력을 휘둘러 수사를 받게 됐고, 이번엔 정식으로 기소됐다. 하지만 이번에도 어머니는 아들을 용서했다.


C씨 사건을 맡은 인천지법 박희근 판사는 판결문에 이렇게 적었다. "피고인의 어머니인 피해자가 이 법원에 피고인(아들)에 대한 선처를 여러 차례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집행유예를 선고한다."


A씨도 마찬가지였다. 담당 재판부였던 수원지법 성남지원 김희석 판사는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는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한다"며 집행유예를 내렸다.


아들들은 패륜을 저질렀지만, 어머니들은 그래도 자식을 감쌌다. 그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자식이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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