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신 새긴 경찰, 왜 볼 수 없나⋯ 위헌 논란 부른 채용 규정
문신 새긴 경찰, 왜 볼 수 없나⋯ 위헌 논란 부른 채용 규정
문신 지운 흉터도 탈락 사유
해외는 내용·노출 여부만 제한

경찰 채용 과정에서 문신이나 흉터가 있으면 불합격 사유가 될 수 있다. /셔터스톡
가슴에 새긴 작은 문신 하나가 경찰의 꿈을 가로막는 주홍글씨가 되고 있다. 모호한 규정과 과도한 제한으로 평등권과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경찰 공무원을 준비하는 A씨는 가슴에 새긴 작은 문신 때문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경찰공무원 채용 신체검사에서 문신은 불합격 사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보공개포털에 따르면 2014년부터 4년간 문신 때문에 불합격한 지원자만 15명에 달한다.
문제는 문신을 지운 흉터마저 불합격 사유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경찰청 인재선발계 관계자는 "문신 잉크가 빠졌어도 흉터가 보이면 탈락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어디까지가 흉터이고 어느 정도여야 탈락인지, 구체적인 기준은 찾아볼 수 없다.
법률 없는 기본권 제한, '위헌' 소지 다분
현재의 문신 규제는 헌법의 기본 원칙을 흔들고 있다.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려면 반드시 '법률'에 근거해야 하는데(헌법 제37조 제2항), 경찰 문신 규제는 법률이 아닌 '경찰공무원 임용령 시행규칙'이라는 행정안전부령에만 근거를 두고 있다. 이는 법률유보의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크다.
이미 국회법제실은 2013년에 이 문제를 지적하며 "법률유보의 원칙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기준 자체가 고무줄이라는 점도 문제다. 어떤 문신이 안 되는지 명확한 규정이 없어 면접관의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당락이 갈릴 수 있다. 이는 수험생의 예측 가능성을 침해하고 자의적인 법 집행을 가능하게 해 명확성의 원칙에도 어긋난다.
평등권·직업선택의 자유 침해 논란
문신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경찰이 될 기회를 원천 박탈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평등권과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과거 문신은 조직폭력배의 상징처럼 여겨졌지만, 지금은 개성을 표현하는 패션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경찰의 품위유지와 국민적 신뢰 확보라는 목적은 정당하지만, 모든 문신을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는 목소리가 높다.
이는 해외 사례와 비교해도 명확하다. 북미·유럽 국가들은 모욕적이거나 부적절한 문신, 즉 폭력적이거나 성적으로 노골적인 내용 등만 금지한다. 캐나다 밴쿠버 경찰은 "나체, 폭력, 욕설 등이 담긴 문신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제복을 입었을 때 외부에 노출되지 않는 문신은 문제 삼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뉴욕 주 경찰은 "제복이나 다른 업무 복장을 착용한 동안에 문신이 보여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다.
문신 내용이나 노출 여부는 따지지 않고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한국의 규제가 국제적 기준에 비춰봐도 지나치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