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집 떠난지 20분 만에 검찰 들이닥쳐⋯9시간 압수수색
조국 집 떠난지 20분 만에 검찰 들이닥쳐⋯9시간 압수수색
'검찰의 직속상관' 현직 법무부 장관 자택 압수수색은 헌정사상 최초
집 안에는 부인과 아들⋅딸, 압수수색 과정 지켜봐
조국 장관 점심은 집무실에서 '도시락'으로

조국 법무부 장관이 23일 오전 8시 40분쯤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자택을 나오고 있다(왼쪽). 그로부터 20분 뒤 검찰 수사관들이 조 장관 자택에 압수수색을 벌이기 위해 찾아왔다. (신준희 기자) /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의 자택이 23일 압수수색을 당했다. 현직 법무부 장관 자택에 대한 강제수사는 헌정 사상 처음있는 일이다. 직속상관 법무장관을 사실상 '피의자'로 확정하고 영장을 집행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날 압수수색은 조 장관 출근 직후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조 장관은 이날 오전 8시 40분쯤 자택을 나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장관실로 향했다. 검은 옷을 입은 검찰 관계자들이 자택 앞에 모습을 드러낸 건 그 직후인 9시쯤이다. 서류뭉치를 든 검사로 추정되는 남성 2명과 여성 1명이 자택 입구로 들어섰다.
이들이 들어가고 15분쯤 뒤에 검찰 수사관 3명이 더 들어갔다. 그로부터 20분쯤 뒤에는 2명이 추가로 투입됐다. 총 8명의 검찰관계자는 이날 오후 6시까지 9시간 동안 압수수색을 벌였다. 감찰은 압수수색 범위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PC 하드디스크 등 전산 자료와 각종 서류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압수수색 당시 자택에는 조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와 조 장관 아들과 딸이 있었다고 한다.

조국 법무부 장관이 23일 오전 굳은 표정으로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자택에서 나오고 있다. (신준희 기자) /저작권자 (C) 연합뉴스
조 장관은 이날 공식 일정 없이 집무실에서 보고를 받는 등 최소한의 일정만 소화했다. 점심 식사 역시 집무실 내에서 일부 직원들과 도시락으로 해결했다고 알려졌다. 압수수색에 대해서 별도의 입장 표명은 없었다.
조 장관은 아침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가족을 둘러싼 검찰 수사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는 청사에 들어서며 기자들에게 “제가 먼저 한마디 하겠다"면서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십 관련 서류를 제가 만들었다는 보도는 정말 악의적”이라고 했다. 이어 “인사청문회 등에서 여러 번 말했지만 저희 아이는 공익인권법센터에서 인턴을 했고 센터로부터 증명서를 발급받았다”고 덧붙였다.
이 발언은 검찰이 조 장관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작하기 직전에 이뤄졌다.
검찰은 이날 조 장관 자택 뿐 아니라 이화여대 입학처, 충북대·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과 연세대 대학원도 압수수색했다. 모두 조 장관의 딸과 아들이 지원했던 적이 있는 대학들이다.

검찰이 23일 오전 충북 청주시 충북대 본부 입학과를 압수수색한 뒤 자료를 챙겨 학교를 나서고 있다. 이 곳은 조 장관 아들이 입학 지원했던 곳이다. (전창해 기자) /저작권자 (C) 연합뉴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고형곤)는 이날 오전 이들 대학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입시전형 관련 자료 등을 확보했다. 이화여대는 조 장관 딸이, 충북대·아주대·연세대는 아들이 각각 대학원 입시를 치렀었다. 검찰은 조 장관 자녀들이 입시 전형자료로 서울대 법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활동 증명서나, 동양대 총장 명의 표창장 등을 제출했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만일 입시 지원서류를 꾸며냈다면 발급주체에 따라 사문서 위조,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가 적용된다. 또 이를 실제 입시에 활용했다면 위조문서 행사 등의 혐의에도 해당할 수 있다.
역사상 최초로 법무부 장관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지면서 그 영장을 발부한 법원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통상 피의자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은 다른 영장에 비해서 더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한다. 헌법상 두텁게 보호받아야 하는 내밀한 사적 공간을 뒤지게 허락하는 영장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검찰이 소명해야 하는 기준도 그에 비례해서 엄격하다.

23일 검찰이 압수수색 중인 조국 법무부 장관의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자택 앞에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다. (신준희 기자) /저작권자 (C) 연합뉴스
법조계에서는 "(영장이 발부됐다는 점에서) 법원이 '검찰 수사가 일정 수준 이상이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그렇지 않고는 나올 수 없는 것이 피의자 자택 압수수색 영장"이라고 했다. 이 변호사는 "검찰 스스로도 수사에 자신감이 없다면 자택까지는 영장 청구를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정 교수가 동양대 사무실과 자택 PC 하드디스크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증거물을 숨기려는 시도를 했다는 사실이 영장 발부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정 교수가 그런 시도를 하지 않았더라면 법원이 영장 발부에 대해 훨씬 까다롭게 검토했을 것"이라고 했다. 일종의 자충수라는 취지다.
조 장관은 이날 퇴근 길에 기자들과 만나 압수수색과 관련한 질문에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강제수사를 경험한 국민들의 심정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저와 제 가족에게는 힘든 시간"이라며 "마음을 다잡고 검찰 개혁과 법무부 혁신 등 법무부 장관으로서의 소임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조 장관은 '(법무부 장관으로서) 압수수색을 미리 보고 받았나' '휴대전화를 검찰에 제출했나' 등의 추가 질문엔 답하지 않았다.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조국 법무부 장관의 자택에서 검찰 관계자들이 압수 수색을 마치고 밖으로 나서고 있다. 일부 보수 유튜버들은 이 모습을 보고 박수를 쳤다. (한종찬 기자) /저작권자 (C)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