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5천원 아이스크림 때문에… 여고생 죽음으로 내몬 '공개 수배'의 덫
고작 5천원 아이스크림 때문에… 여고생 죽음으로 내몬 '공개 수배'의 덫
무인점포 업주, 모자이크 없는 CCTV 사진 공부방 대표에게 전달
변호사 "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 위반"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고작 5천 원어치 아이스크림을 훔친 여고생의 얼굴이 공개되고, 그 압박감을 이기지 못한 학생이 자살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5일 방송된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에서는 이 비극적인 사건을 통해 무인점포 CCTV 공개의 법적 쟁점을 다뤘다.
"범인 찾아라" 동네방네 퍼진 사진
사건의 발단은 소액 절도였다. 한 여고생이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두세 차례 아이스크림을 훔쳤고, 피해 금액은 5천 원 남짓이었다. 이를 확인한 점주는 CCTV에 찍힌 여고생의 사진을 캡처해 평소 알고 지내던 공부방 원장에게 넘겼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사진에는 모자이크 처리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 공부방 원장은 학생들에게 이 사진을 보여주며 "범인을 찾으라"고 했고, 좁은 지역 사회 특성상 사진은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자신의 범행이 만천하에 드러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 여고생은 밤새 불안에 떨다 다음 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참교육'이라 착각한 범죄... 모자이크해도 처벌받는다
여론은 "훔친 사람이 잘못 아니냐"는 쪽과 "과도한 신상 털기"라는 쪽으로 갈리지만, 법의 판단은 냉정하다. 방송에 출연한 로엘 법무법인 윤치웅 변호사는 "실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라도 처벌은 국가의 형사 절차를 통해야 하며, 개인이 사적으로 보복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많은 점주가 "얼굴을 가리면 괜찮겠지"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오산이다. 윤 변호사는 "모자이크 처리를 했더라도 당사자가 누구인지 식별할 수 있다면 초상권 침해나 명예훼손 책임이 여전히 남는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에서 점주는 물론, 사진을 전달받아 유포한 공부방 원장도 함께 고발됐다. 윤 변호사는 "공부방 대표는 정보 주체 동의 없이 제3자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았기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메신저 등으로 유포한 행위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사망에 대한 책임, 어디까지 물을 수 있나
가장 쟁점이 되는 부분은 사진 유포와 학생의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다. 유포 행위가 없었다면 학생이 사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도의적 책임은 분명해 보이지만, 형사적 책임은 별개다.
윤 변호사는 "가해자로서는 사진 유포로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할 것까지 예견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므로, 형사상 인과관계를 인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민사적으로는 유가족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판결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법원은 이번 사건의 양형에 있어 점주에게 불리한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피해자가 미성년자였고, 피해 액수가 5천 원에 불과했다는 점에서 과도한 사적 제재로 볼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억울한 피해자 만드는 공개 수배의 위험성
확인되지 않은 공개 수배가 엉뚱한 피해자를 낳기도 한다. 인천의 한 무인점포에서는 초등학생이 800원짜리 아이스크림 값을 계좌로 송금했음에도, 점주가 입금 내역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아이의 얼굴을 절도범이라며 가게에 붙여둔 사건도 있었다.
윤 변호사는 "이 경우 물건값을 받았음에도 확인하지 않은 과실이 있고, 허위 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했으므로 더 무거운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 변호사는 "CCTV 영상은 경찰에 증거로 제출하고, 가게에는 '경찰 수사 중'이라는 안내문을 붙이는 것이 효과적인 대안"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