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용지가 부족하다니… 사상 초유의 대란, 선거 무효 가능성 따져봤더니
투표용지가 부족하다니… 사상 초유의 대란, 선거 무효 가능성 따져봤더니
서복경 대표 "규정 위반일 뿐 선거법 위반은 아냐"

6·3 지방선거 본투표일인 3일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시간이 오후 10시까지 연장된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에 투표용지가 담겨 있던 박스가 놓여 있는 모습. /연합뉴스
헌정 사상 처음으로 투표용지가 부족해 유권자가 발길을 돌리는 황당한 사태가 벌어졌다.
본투표 당일, 유권자의 약 50% 수준만 투표용지를 준비해 송파구 등 일부 투표소에서 투표가 지연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선거관리위원회가 오후 4시쯤부터 부족 신호를 감지하고도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는 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어떤 이유든 간에 선관위 차원에서 면책이 불가능한 오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선거법 위반 아닌 규정 위반⋯당락 뒤집을 규모인지 봐야
국민의힘 등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두고 '선거 무효'와 '재선거'를 주장하고 있다. 특히 잠실7동 투표소에서는 투표함 2개에 약 2000표가 담긴 채 반출과 개표가 홀딩되어 있는 상태다.
하지만 서복경 대표는 선거 무효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필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첫째는 '선거법 위반 행위가 발생하여 영향을 미쳤는가', 둘째는 '당락에 영향을 미칠 규모였는가'이다.
서 대표는 "현재 투표용지 부족은 우리 공직선거법상 위반에 해당하는 사항은 아니며 규정 위반 사항"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한 1, 2위 득표수 차이와 투표를 하지 못한 유권자 규모를 비교해야 하므로, 개표가 끝나기 전에는 당락에 영향을 미쳤는지 법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해외에도 유사한 판례는 있다. 2021년 독일 베를린 선거에서도 투표용지 부족과 오배송 사태가 발생해 재선거를 치른 바 있다.
하지만 서 대표는 "베를린의 경우 복사된 투표용지를 사용하는 명백한 선거법 위반이 있었고, 총 투표소의 9% 수준인 200여 곳에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우리의 경우 선관위 발표대로라면 문제가 발생한 곳은 12곳 정도로 총 투표소의 0.5%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을 결정적인 차이로 짚었다.
선거 중단 불가⋯대법원 선거소송으로 갈 듯
현재 선관위는 선거 연기나 재선거 사유가 아니라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기다리다 돌아간 유권자들의 권리 침해나, 대기 중 출구조사 발표에 노출된 유권자의 투표 등 쟁점은 여전히 남아있다.
하지만 서 대표는 이 역시 "권리침해를 받은 유권자 사이즈가 당락에 영향을 미칠 규모인가를 봐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대기번호를 발부했기 때문에 돌아간 인원 추산은 가능한 상황이다.
수능시험 당시 시험관의 시간 착각으로 종이 1분 일찍 울렸을 때도 시험 무효나 재시험을 치르지 않았던 선례가 있다.
서 대표는 이 원리를 언급하며, 명백한 법 위반이나 피해 규모가 확정되지 않은 현재 상황에서 선관위가 인위적으로 선거 절차를 스톱시킬 수 있는 공직선거법상 조항은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얽힌 실타래는 개표 완료 후 법정에서 풀릴 전망이다.
서 대표는 "현행 절차로는 일단 개표를 완료하고 당선인 공표를 한 다음에 선거 쟁송으로 들어가는 게 맞다"고 밝혔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선거 효력에 이의가 있는 측은 당선인 결정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선관위에 선거소청을 제기할 수 있다. 여기서 기각되면 한 달 이내에 대법원에 선거소송을 제기하는 수순을 밟게 된다.
유권자의 소중한 권리가 선관위의 안일한 대처로 훼손된 사상 초유의 사태. 당장의 즉각적인 선거 무효 선언은 법적으로 무리라는 것이 전문가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