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뒤에 숨은 'MZ조폭'의 등장…'범죄단체 입증'이 가장 큰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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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뒤에 숨은 'MZ조폭'의 등장…'범죄단체 입증'이 가장 큰 숙제

2025. 08. 04 21:33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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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조폭과 달리 위계질서 입증 어려워

OO파 조직원들 모습. /연합뉴스

간부가 차에서 내리자 신발을 벗고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하는 모습은 영락없는 옛날 조폭이다. 하지만 이들은 돌아서면 텔레그램으로 온라인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고 가상자산 범죄를 지시한다. 최근 서울 서남권을 중심으로 활동하다 무더기로 검거된 ‘진성파’는 오늘날 조직폭력배, 이른바 ‘MZ조폭’이 어떻게 진화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이들은 전통적인 조폭처럼 엄격한 위계질서와 행동강령을 갖췄지만, 주 수입원은 온라인 도박, 가상자산 거래, 피싱 등 디지털 범죄였다. 문제는 이처럼 교묘해진 신종 조직에 ‘범죄단체조직죄’라는 가장 강력한 법의 잣대를 들이대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4일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에 출연한 로엘 법무법인 노범래 변호사는 “MZ조폭은 텔레그램에서 닉네임만으로 소통하는 등 ‘조직’임을 입증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수사기관의 딜레마, ‘일시적 공범’인가 ‘범죄 조직’인가

수사기관이 조폭을 검거할 때 가장 강력한 무기는 형법상 ‘범죄단체조직죄’다. 이 죄가 적용되면 단순 가담자도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받을 수 있어, 개별 범죄로 처벌하는 것과는 형량의 무게가 다르다.


하지만 이 법을 적용하려면 명확한 위계질서, 지속적인 범죄 목적, 구성원 간 역할 분담이 입증되어야 한다. 영화처럼 보스와 행동대장이 있고 지휘 체계가 뚜렷했던 과거의 조폭은 이 요건을 증명하기가 비교적 쉬웠다.


노범래 변호사는 “MZ조폭은 텔레그램에서 익명으로 소통하고, 실제 대면 없이 각자 업무를 수행하며, 프로젝트 팀처럼 유연하게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며 “수사기관 입장에서 이를 단순한 ‘일시적 공범’이 아닌 하나의 ‘조직’으로 묶어내기가 매우 어렵고 입증 부담도 커졌다”고 설명했다.


단순 처벌 이상…피해 회복 열쇠 ‘범죄단체조직죄’

이처럼 입증이 어려움에도 검찰이 ‘범죄단체조직죄’ 적용에 힘을 쏟는 이유는 단순히 처벌 수위를 높이기 위함만이 아니다. 더 중요한 이유는 바로 ‘피해자 구제’에 있다.


노 변호사는 “범죄단체조직죄가 적용되면 조직 전체의 공모와 구조를 문제 삼을 수 있게 돼, 범죄수익 환수나 피해자 배상 명령 등에서 조직 차원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개별 조직원의 재산만으로는 막대한 피해를 복구하기 어렵지만, 조직 전체의 자산을 몰수하면 피해자에게 실질적인 보상을 해줄 길이 열린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법리는 수백 명의 피해자를 낳은 2023년 대규모 전세사기 사건에서 빛을 발했다. 당시 수사기관은 체계적인 역할 분담과 수익 분배 구조를 확인하고 사기단을 ‘범죄조직’으로 규정했다. 그 결과, 몰수된 범죄수익 일부를 ‘부패재산몰수법’에 따라 피해자들에게 돌려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법의 진화, ‘박사방’에서 ‘전세사기단’까지

법원 역시 시대의 변화에 맞춰 ‘범죄조직’의 개념을 넓게 해석하는 추세다. 디지털 성범죄 최초로 조주빈의 ‘박사방’을 범죄집단으로 인정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는 온라인에서 익명으로 모여 저지른 범죄 역시 지휘통솔체계를 갖췄다면 충분히 범죄조직이 될 수 있음을 인정한 판결이었다.


최근 검거된 ‘진성파’는 전통 조폭의 외형과 MZ조폭의 범죄 수법을 모두 갖춘 하이브리드형 조직이다. 수사기관은 이들의 창설 연혁과 이익 분배 구조 등을 촘촘히 분석해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했다.


거리의 폭력배가 텔레그램 뒤에 숨은 디지털 범죄자로 진화하듯, 이들을 단죄하기 위한 법의 그물 역시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를 찾아내기 위해 더욱 정교해지고 있다. MZ조폭과의 전쟁은 단순한 검거 작전을 넘어, 변화하는 범죄에 맞춘 새로운 법적 해석과 입증 싸움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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