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 동안 소방대원으로 일했다면... '소음성 난청' 인정
33년 동안 소방대원으로 일했다면... '소음성 난청' 인정

이미지 출처: 셔터스톡
33년간 제주도에서 119구조대원으로 근무한 A씨. 그는 2010년 3월 어느날 밤에 여느 때처럼 상황실에서 대기하다 갑자기 쓰러졌습니다. 코피가 나 중앙병원에 입원한 A씨는 하루 뒤 퇴원했습니다. 매년 최대 173시간이나 야간근무를 했던 것이 탈이 난 이유입니다.
이때부터 A씨는 병원 신세를 졌습니다. 같은 해 12월에는 의사가 그의 양쪽 귀 모두 난청이라는 판정을 내렸습니다. 의사는 “소방서 근무 관계로 소음에 의한 난청 가능성도 매우 높다”라는 소견서를 써줬습니다. 다음 해 6월 받은 청력 재검사에서 A씨는 "장애진단을 할 경우 5급이 예상된다"는 말까지 들었습니다.
의학적으로 소음성 난청은 작업장에서 90dBA(가중 데시벨) 강도의 소리를 하루 8시간 동안에 듣게 되면 발생한다고 합니다. 1심 법원이 한 대학병원에 의뢰해 감정한 결과 화재진압차량의 소음은 115dBA(가중 데시벨)이나 됐습니다. 법원은 하루 평균 15분 동안 소방차 사이렌이 울리는 환경에 노출되면 소음성 난청을 앓을 수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그렇다면 A씨에게 주어진 환경은 소음성 난청을 인정할 수 있는 수준이었을까요?
A씨는 1982년부터 2009년까지 2교대로, 2010년부터 2016년 퇴직할 때까지는 3교대로 119상황실에서 대기해왔습니다. 열악한 환경 속에 A씨는 매년 최소 시간 외 근무를 400시간, 야간근무를 100시간 이상 해왔습니다. 또 매일 두 차례 화재진압차량을 점검하는 것이 A씨의 일이었습니다.
구조대원 업무로 A씨에게 난청이 발생했다면 비슷한 환경에 일한 다른 대원들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제주 지역 소방관 특수건강검진 대상자 중 소음성 난청을 호소하고 있는 43명의 평균 연령은 48.5세입니다. 이들은 평균 20.7년을 일했습니다. 33년 동안 일한 A씨는 이들보다 13년을 더 근무했습니다. A씨에게 주어진 환경만 보면 소음성 난청이 발생했다고 볼 이유는 충분합니다.
하지만 공무원 연금공단은 A씨에게 발생한 소음성 난청이 소방대원 업무로부터 비롯됐다고 볼 수 없다며 요양비를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이유로 질병이 발발했을지 모른다는 겁니다. 또 공무와 질병 간 인과관계 입증 책임은 A씨에게 있다고 했습니다. 당시 A씨에게 있는 자료는 병원에서 받은 소견서 정도였습니다.
1심 재판부도 같은 판단을 내렸습니다. A씨가 2011년 소방팀장으로 승진한 만큼 소음 환경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지 않았다는 겁니다. 하지만 항소심이 따져본 결과 A씨가 일하는 제주도 내 119센터에서 일하는 인원은 5~6명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팀장이라도 일반 대원과 똑같이 현장에 투입됐던 것입니다. 이같은 사실은 A씨가 제출한 2007년부터 2015년까지의 초과근무 내역을 통해 증명됐습니다.
더군다나 A씨가 소방공무원으로 임용되기 전에는 청력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또 소방공무원으로 일하며 구조대원 업무 외에는 과도한 소음에 노출될 일도 없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격무에 시달려 왔음이 확인되고, 이로 인하여 상당한 육체적, 정신적 피로와 스트레스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피로와 스트레스가 이 사건 상병의 발병이나 악화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추단된다”며 1심 판단을 취소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