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재 '모수' 와인 빈티지 논란, 사기죄 성립하려면…형사·민사 각각 따져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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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재 '모수' 와인 빈티지 논란, 사기죄 성립하려면…형사·민사 각각 따져보니

2026. 04. 24 11:21 작성2026. 04. 24 12:10 수정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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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산 시켰는데 2005년산이"

미슐랭 2스타 레스토랑 모수가 주문한 와인보다 10만 원 저렴한 다른 빈티지를 제공해 논란이 됐다. /'셰프 안성재' 유튜브 캡처

특별한 날인 생일, 큰맘 먹고 방문한 미슐랭 투 스타 레스토랑. 셰프 안성재의 명성을 믿고 고가의 와인인 '샤또 레오빌 바르똥 2000년산'을 주문했다.


하지만 잔에 담긴 와인 향은 기대와 달랐고, 확인 결과 제공된 것은 그보다 10만 원 저렴한 2005년산이었다. 최근 온라인을 뜨겁게 달군 레스토랑 '모수'의 와인 바꿔치기 논란의 핵심이다.


레스토랑 측은 "안내가 정확히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공식 사과했지만, 고객 A씨는 소믈리에가 사진 촬영 요청을 받고서야 뒤늦게 2000년산 병을 가져온 점을 들어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며 고의성을 의심하고 있다.



'실수'인가 '고의'인가, 형사 처벌 갈림길


이번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믈리에의 '내심의 의사'다.


만약 소믈리에가 고의로 저가 와인을 내놓으면서 고가 와인 값을 받으려 했다면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다. 사기죄는 사람을 기망(속임)하여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무거운 범죄다.


반면, 단순히 바쁜 과정에서 빈티지를 혼동한 단순 실수(과실)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우리 형법상 사기죄는 고의가 있어야 처벌하며, 과실로 인한 사기는 처벌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법원은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진실하다는 확신이 드는 증거가 없다면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는 것이 원칙이다.


"사진 찍는다니 병 바꿔왔다"… 고의의 증거 될까?


A씨가 주장하는 "와인 사진 촬영을 요청하자 그제야 2000년 빈티지 병을 가져왔다"는 사실은 법적으로 매우 유력한 간접사실이 될 수 있다.


법원은 직접적인 증거가 없더라도 사물의 성질상 고의와 관련이 있는 간접사실을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판단한다.


처음에는 "1층에 있었다"며 말을 바꾸다가, 사진 촬영이라는 증거 남기기 시도가 있자 비로소 주문한 와인병을 가져온 행위는 '이미 잘못을 알고 있었다'는 정황으로 읽힐 수 있다.


다만, 식당 측에서 "진짜 실수였고 사진 촬영 요청 덕분에 비로소 착오를 인지했다"고 항변할 경우 이를 뒤집으려면 CCTV나 재고 기록 등 추가적인 증거가 필요하다.


와인값 차액 10만 원, 고객이 받을 수 있는 보상은


설령 형사 처벌이 어렵더라도 민사상 책임은 피할 수 없다.


고객 A씨는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를 근거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우선 재산적 손해로 주문한 와인과 실제 제공된 와인의 가격 차액인 약 10만 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여기에 위자료가 추가될 수 있다. 특히 생일 기념 방문이라는 특별한 사정이 있었고, 식당 측의 응대 과정에서 큰 실망을 느꼈다는 점이 인정된다면 위자료 액수가 증액될 수 있다.


대법원은 재산상 손해액 확정이 어려울 때 이러한 제반 사정을 위자료 산정에 참작하기도 한다.


'미슐랭 2스타'와 '안성재'라는 이름의 무게


안성재 셰프의 유명세와 미슐랭 등급은 민사 소송에서 식당 측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미슐랭 레스토랑처럼 높은 전문성을 표방하고 고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일수록 고객 보호 의무와 설명 의무가 더 엄격하게 요구되기 때문이다.


법원은 위자료를 산정할 때 가해자 측의 명성과 고객의 기대 수준을 고려하는데, '미슐랭 2스타'라는 사회적 신뢰를 배신한 점은 배상액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물론 유명세 자체가 형사상 고의를 입증하는 근거는 아니다. 그러나 대중의 신뢰를 받는 고급 레스토랑에서 발생한 사안인 만큼, 수사기관이나 법원이 사안의 비난 가능성을 더 엄중하게 바라볼 여지는 충분하다.


모수 측은 이번 사안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재발 방지를 약속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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