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가 말 바꿨는데도 이긴 소송이라고요? 기자님, 판결문 읽어보신 거 맞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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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가 말 바꿨는데도 이긴 소송이라고요? 기자님, 판결문 읽어보신 거 맞나요?

2021. 04. 20 19:22 작성2021. 04. 27 12:13 수정
강선민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mea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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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신청구권 악용해 '을질(乙질)'한 세입자 보도⋯판결문 직접 확인해봤더니

세입자가 말 바꾼 건 핵심이 아니었다⋯로톡뉴스가 바로잡는 판결 기사

세입자가 집주인의 뒤통수를 치고 재판에서 승소한 것처럼 그려진 한 보도. 판결문을 보니 실상은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네이버 기사 검색 캡처⋅연합뉴스⋅셔터스톡⋅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임대차 계약 종료 전 말 바꿔도 세입자 우선" "변심한 세입자 법원에서 또 승소"


중앙일보 등 주요 언론사들은 임차인(세입자)에게 뒤통수 맞은 임대인(집주인) 사연을 소개했다. 집을 비워주겠다던 세입자가 갑자기 말을 바꿔 "못 나가겠다"고 한 분쟁이 법정에서 판가름 났는데, 집주인이 패소했다는 내용이었다.


"'집을 비워주겠다'던 세입자가 돌연 말을 바꿨지만, 집주인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는 이 사건은 '개정 임대차보호법'이 세입자에게 극히 유리한 내용이라는 해설이 달린 채 널리 보도됐다. 댓글에는 "세입자가 왕이다"와 같은 내용도 있었다.


그런 데다 법원이 "세입자의 말만 믿지 말고, 새로 이사할 집을 계약했는지까지 집주인이 확인했어야 한다"는 취지로 판시했다고 알려지면서, 세입자 편에만 선 판결이라는 비판까지 일었다. 실제로 집주인에게 억울한 쟁점들이 많은 판결로 보였다.


그런데 로톡뉴스가 해당 판결문을 직접 읽어보니, 기존 보도들엔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보도 내용과 판결문 속 사실관계는 큰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최소한 한 번이라도 판결문을 읽어보았다면 '말 바꾼 세입자'라는 제목은 쓸 수 없었다.


세입자에게 유리한 사실관계는 다 빠졌다

앞선 기사들에서는 첫 단추부터 중요한 사실관계가 빠져있었다.


종전 보도에 따르면, 세입자는 집주인에게 "이사하려고 새로 봐둔 곳이 있다"며 "전세 계약연장을 안 할 거라면 빨리 말해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집주인이 "계약을 연장하지 않을 것 같으니 그곳과 계약하라"고 대답했다고 보도됐다.


하지만 판결문에는 전혀 다른 사실관계가 적혀있었다.


① 세입자는 그 집에 더 살고 싶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보증금을 올려서라도 전세 계약을 갱신하겠다"고 했다.

② 이에 집주인 측은 "실거주하려고 한다"는 식으로 말했다. 사실상 "나가 달라"고 말한 것이다.

③ 이후 세입자는 "(실거주로 계약연장을 안 할 거라면) 이사 갈 곳을 알아봤으니 빨리 말해달라"고 했다.

④ 집주인 측은 "그곳과 계약하라"고 기존 세입자에게 말한 그날 당일, 새로운 세입자와 계약을 맺었다.


종합해서 보면, 말을 바꾼 건 세입자가 아니라 집주인이었다. 그런데 ①, ②, ④번에 해당하는 사실관계는 쏙 빠진 채 보도가 됐다.


변호사들 "이 판결은 세입자가 아니라 집주인이 말 바꿔서 진 것"

이번 판결문을 직접 검토한 변호사들은 "(기사에선 빠져있는) 해당 사실관계만 봐도 세입자의 승소가 확정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법률 자문
(왼쪽부터) '법무법인 고원 수원분사무소'의 이지영 변호사, '법률사무소 원탑'의 권재성 변호사. /로톡DB
(왼쪽부터) '법무법인 고원 수원분사무소'의 이지영 변호사, '법률사무소 원탑'의 권재성 변호사. /로톡DB


법무법인 고원 수원분사무소의 이지영 변호사는 "일부 언론이 판결 내용을 자극적으로만 보도한 경향이 있다"며 "이 사건은 집주인이 실거주 의사를 표명했다가, 그날 바로 다른 세입자와 계약을 맺었다는 점 때문에 패소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기존 세입자가 말을 바꿨다는 지점'은 부수적인 논란일 뿐 사건의 핵심이 아니라는 게 이 변호사의 지적이다.


법률사무소 원탑의 권재성 변호사도 "집주인이 실거주 의사를 언급했기 때문에 세입자로서는 더 이상 전세 계약을 연장할 수 없으리라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이 점이 결정적인 원인이 되어 다른 주택을 알아보려고 했던 상황"이라고 정리했다.


그러면서 "집주인이 실거주할 의사가 없는데도 세입자의 착오를 유발하는 등 원인을 제공했다면, 이로 인한 의사표시는 취소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3억 3000만원 집, 5억 5000만원에 계약하려다⋯ 계약갱신청구권에 가로막힌 집주인

이 사건은 왜 재판까지 오게 됐을까. 기사만 보면 "말을 바꾼 '나쁜 세입자' 때문에 뒤통수 맞은 집주인"이 억울함을 풀기 위해 재판까지 오게 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사건은 집주인이 더 받을 수 있었던 '2억원'이 분쟁의 씨앗이었다.


이 사건이 벌어지기 전 종전 세입자는 보증금 3억 3000만원에 전세를 살고 있었다. 집주인은 이 세입자에게 "내가 직접 들어가 살 생각이다"라고 하고선, 새로운 세입자를 구했다. 새로운 세입자는 전세금으로 5억 5000만원을 주겠다고 했다. 2억 2000만원이 걸려있는 싸움인 것이다.


종전 세입자에게 최대로 더 받을 수 있는 액수가 1650만원(5%)이었다는 점에 미루어 보면, 충분히 다퉈볼 만한 실익이 있는 싸움이었다.


물론 이런 사정은 앞선 보도에서는 모두 빠졌다. 그저 세입자는 집주인의 뒤통수를 치고도 재판에서 승소한 사람으로 그려졌고, 집주인은 억울한 피해를 입은 것처럼 묘사됐다.

이 기사는 로톡뉴스의 윤리강령에 부합하는 사실 확인을 거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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