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결제가 안 돼요" 다급한 문의…새벽에 연락한 진상 고객의 소름 돋는 정체
"사장님, 결제가 안 돼요" 다급한 문의…새벽에 연락한 진상 고객의 소름 돋는 정체
"답변 언제 오나요?" 상품 문의 가장해 집요한 연락
법원, 스토킹 혐의 벌금 200만 원 선고

연락을 차단당하자 쇼핑몰 고객을 가장해 “결제 오류요”, “답변 없나요?”라며 집요하게 접근한 A씨. 급기야 “양파 10kg 보낼 것”이라는 기괴한 메시지까지 남겼다. /셔터스톡
"사장님, 결제 오류라고 뜨는데 해결 방법 없나요?"
"지금 답변 어려우신가요?"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는 B씨(25)에게 늦은 밤 다급한 고객 문의가 쏟아졌다. '결제가 안 된다'는 고객의 호소는 매출과 직결되기에 사장 입장에서 가장 신경 쓰이는 클레임이다. 하지만 이 고객, 어딘가 수상했다. 상품 문의 게시판을 이용해 "내일 몇 시부터 영업하냐", "답변 언제 오냐"며 집요하게 말을 걸어왔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이 진상 고객의 정체는 B씨가 불과 몇 시간 전, 헤어지자며 경찰에 신고까지 했던 전 남자친구 A씨였다.
연인과의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인터넷 쇼핑몰의 '상품 문의' 기능을 악용해 스토킹을 일삼은 A씨가 법의 심판을 받았다.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최동환 판사는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200만 원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스토킹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차단당하자 '고객님'으로 변신… "결제 안 된다"며 접근
A씨와 B씨는 2020년부터 3년 넘게 교제하다 헤어진 사이다. 2023년 6월 10일 새벽, A씨는 짐을 챙기겠다며 B씨의 집에 찾아가 나가지 않고 버텼고, 결국 B씨는 112에 신고했다. 당시 B씨는 A씨에게 "더 이상 연락하지 말라"고 단호하게 요구했다.
카카오톡도, 전화도 차단당할 것이 뻔한 상황. A씨가 찾아낸 꼼수는 B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쇼핑몰의 '네이버 톡톡' 문의 기능이었다.
A씨는 경찰 신고 당일 밤부터 이틀간 마치 물건을 살 것처럼 가장해 메시지를 보냈다. "다른 결제 방법이 있냐", "주말에는 상담이 불가능하냐"는 등 전형적인 고객의 질문을 가장했지만, 실상은 헤어진 연인에게 억지로 말을 걸기 위한 위장이었다.
"양파 10kg 보낼게"… 본색 드러낸 집착
고객 연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6월 20일, A씨는 또 다른 닉네임을 이용해 본색을 드러냈다. 내용은 섬뜩했다.
"나 너네 집으로 양파 10kg 보낼 거야. 난 헤어지고 너무 슬픈데 넌 아무렇지도 않게 잘 지낼 걸 아니까, 그거 보고 눈 매워서 눈 빨개져라. 또 차단하겠지." 자신의 슬픔을 강요하며, 상대방도 고통스럽길 바라는 뒤틀린 심리가 '양파 테러' 예고로 표출된 것이다.
그의 집착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6월 23일 새벽에는 카카오톡으로 "잘 지내고 있는 거 맞지?", "오래 만났는데 꼭 그렇게 해야겠냐"며 매달렸고, 7월 4일에는 다시 쇼핑몰 문의 게시판을 통해 "연락하면 안 되는 거 알면서도 궁금해서 연락했다", "몇 년이 걸려도 다시 연락해라"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법원 "지속적·반복적 괴롭힘… 유죄"
재판부는 A씨의 이러한 행위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정보통신망을 통해 글을 도달하게 함으로써, 불안감과 공포심을 일으키는 명백한 스토킹 행위라고 판단했다.
특히 쇼핑몰 운영자라는 피해자의 직업적 특성을 악용해, 확인하지 않을 수 없는 '상품 문의' 채널로 사적인 감정을 배설하고 괴롭힌 점이 유죄 근거가 됐다.
법원은 A씨에게 200만 원의 벌금형과 함께 40시간의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하며, 그릇된 집착에 제동을 걸었다.
[참고]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2024고정923 판결문 (2025. 7. 11. 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