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살해 예고’ 글 올린 일베 회원, 법적으로 따져 보니
‘문재인 대통령 살해 예고’ 글 올린 일베 회원, 법적으로 따져 보니
명예훼손죄와 모욕죄는 성립 어려워⋯협박죄는 가능

지난 3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권총 사진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 살해 협박’ 게시물이 올라왔다. /연합뉴스
지난 3일, 온라인 커뮤니티 ‘일베저장소’에 권총 사진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을 살해하겠다”고 쓴 게시물이 올라왔습니다.
서울 강북경찰서는 해당 게시물을 쓴 작성자를 추적하고 있다고 7일 밝혔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작성자는 지난 3일 오전 새벽 2시 40분경 권총과 탄창, 실탄 여러 발이 담긴 사진과 함께 “문 대통령을 죽이려고 총기를 불법으로 구입했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경찰은 “게시물에 첨부된 권총 사진은 2015년 다른 사이트에 게재된 사진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습니다. 해당 게시물은 현재 삭제된 상태입니다.
경찰은 용의자를 특정하는 대로 명예훼손과 협박 등 혐의로 입건할 방침이라고 전했습니다.
경찰의 방침에 따라 일베 회원이 법적으로 처벌받을지 관심이 쏠리는 상황입니다. 표현의 자유와 개인의 인격권은 충돌할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명예훼손죄도 두 권리 사이의 조화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명예훼손죄의 성립을 위해선 구체적인 사실적시가 필요합니다. 서울종합법무법인의 박준성 변호사는 “해당 글에 구체적인 다른 내용이 있었다면 가능하겠지만 단순히 죽이겠다는 표현 정도는 의문스럽다”며 “사회적 가치를 저하한다고 보기도 힘들다”고 했습니다. 법무법인 시월의 류인규 변호사도 박 변호사와 의견을 같이하는 한편, “대통령이라고 하여 무조건 명예훼손의 피해자가 될 수 없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습니다. “일례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사자명예훼손으로 처벌된 사례가 있다”고 했습니다.
협박죄에 관해서는 충분히 성립할 수 있다는 게 두 변호사의 의견입니다. 박 변호사는 “협박죄는 구체적인 해악을 상대방에게 고지함으로써 성립한다”며 “실제로 피해자가 공포심을 느꼈는지 아닌지는 요건이 아니다”고 했습니다. 류 변호사도 “문재인 대통령이 해당 글을 보았다면 당연히 불안감을 가질 수밖에 없고, 당사자도 그런 의도로 게시물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며 “전 세계의 국가 최고 수뇌부가 총에 의해 암살되거나 미수에 그친 다수의 역사적 경험에 비추어 보면 구체적인 해악의 고지가 성립할 여지가 크다”고 했습니다.
한편, 법원은 앞서 대통령 협박죄로 기소된 상당수 사건에서 무죄 판결을 내린 바 있습니다. 2015년에 트위터에서 ‘박근혜 대통령 자택 폭파 예정’이라고 쓴 글과 저격수 사진을 6차례 올린 혐의로 기소된 강씨(23)에 항소심 재판부는 협박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공포심을 유발할 정도의 해악 고지’라는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는 이유였습니다.
모욕죄의 성립도 어려울 듯 보입니다. 박 변호사는 “모욕죄는 상대방에게 모욕감을 줄 수 있는 경멸적인 표현이 있어야 한다”며 “해당 글에 욕설이나 비하 표현이 있다면 가능은 하겠지만 사회적 공인에 대한 욕설을 모욕죄로 의율함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습니다.
두 변호사는 “일베 회원이 대통령에게 직접 편지를 쓰거나 총을 보내는 등 구체적인 실행 방법을 명시했다면 보다 명백한 협박죄가 성립한다”고 했습니다. 류 변호사는 “해당 게시물만으로도 협박죄가 성립하지만 특히 총 실물을 보낸다면 특수협박죄의 성립도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특수협박죄는 일반협박죄와 달리 반의사불벌죄가 아닙니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을 경우 일반협박죄는 처벌할 수 없지만 특수협박죄는 참작 사유만 될 뿐, 처벌이 가능합니다. 형량도 특수협박이 더 무겁습니다.
지난 7월엔 윤석열 검창총장 집 앞에서 ‘협박 방송’을 한 유튜버 김상진(49)씨가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김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을 요구하며 “(윤 총장의) 차량에 부딪치겠다. 자살 특공대로서 널(윤 총장) 죽여버리겠다” 등의 발언을 했습니다. 검찰은 김씨의 유튜브 방송을 도운 조력자 3명도 협박 등의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