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주거 안정 위해 만들어졌지만, 그렇지 못한 '공공임대' 아파트 분양전환가
서민 주거 안정 위해 만들어졌지만, 그렇지 못한 '공공임대' 아파트 분양전환가
이지영 변호사 "한국감정평가사협회 적정성 평가가 공공사업 좌우"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공공임대 아파트. 하지만 분양전환가를 보면 도입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서울 남산에서 본 아파트의 모습으로 기사와 관련 없는 참고용 이미지. /연합뉴스
공공임대 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있던 A씨는 최근 깊은 고민에 빠졌다. A씨가 들어갈 임대아파트는 10년간 거주하고 나면, 이후 분양 전환이 이뤄지는데 그 분양 가격이 주변 시세를 반영한 탓에 몇 년 전에 비해 크게 뛰었다. 당초 3억대를 밑돌았던 분양가는 어느새 10억에 가까운 수준이 됐다.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만든 분양전환 공공임대 아파트인 만큼, 도입 취지에 맞게 안정적으로 분양가를 유지하는 게 맞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 그런데도 왜 이런 상황이 발생하게 된 걸까.
원인은 다름 아닌 공공주택 특별법에 있다. 공공주택 특별법 시행령 제56조는 공공임대 주택의 분양전환가를 얼마로 산정해야 하는지 기준을 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기준은 2곳의 감정평가법인이 내놓는 평가 결과에 따라 좌우되고 있다.
통상 감정평가법인은 주변의 비슷한 부동산들이 어떻게 거래되는지를 비교해 감정 평가를 내놓는다. 이른바 '거래사례비교법'이다. 이렇게 되면 결국 공공임대 아파트의 분양전환가마저 주변 타 아파트들의 시세에 영향을 받는다는 문제를 낳는다. 최근 집값이 떨어지고 있긴 하지만, 몇 년간처럼 부동산 거래가가 급등하는 시기라면 더욱이 그렇다. 높아진 부동산 시세를 쫓아 공공임대 아파트의 분양전환가가 정해진다는 이야기다.
더욱이 공공주택 특별법 시행규칙에선 "임대 의무 기간이 10년인 경우, 임대주택의 분양전환 가격은 감정평가금액을 초과할 수 없다"고 상한선만을 정해두고 있다. 이를 이용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상당수가 법으로 정해둔 상한선을 꽉 채운 분양가를 택하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LH가 이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공공임대 아파트들의 현주소에 대해 이지영 변호사(법무법인 정필)는 "공공주택을 통해 실현하려는 서민 주거안정과는 정반대로 정책이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공공택지에 주택을 짓고, 저리로 정책자금을 받아 신도시 노른자위 땅에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건 서민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주거를 공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목적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도 공공임대 아파트마저 분양전환가를 높게 책정하게 방치하는 건, 결국 임대사업자만의 이익을 고려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최근에는 법적 권한이 없는 한국감정평가사협회가 적정성 평가까지 하며 분양가를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한번 감정평가 가격이 정해지고 나면, 법원을 통해 조정되는 것도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물론, 부동산 가격 하락 시에는 건설사 손해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다. 이에 대해 이지영 변호사는 "이 모든게 운에 맡겨지고 있는게 문제"라며 "근본적으로는 법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이지영 변호사는 "주택 임대사업자와 부동산 정책 당국이 공공임대 사업의 본질을 직시하고, 임차인 권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서울시집합건물분쟁조정위원, 경기도집합건물자문단 등을 역임한 부동산 전문 변호사다. 현재는 전국 공공임대 아파트들의 분양가 관련 부당이득 반환 청구소송과 자문 등을 맡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