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기간 남았지만, 아무도 안 사는 곳⋯집주인이 허락 없이 들어갔다면 '주거침입'일까?
계약 기간 남았지만, 아무도 안 사는 곳⋯집주인이 허락 없이 들어갔다면 '주거침입'일까?
곰팡이 문제로 집주인과 갈등⋯계약 기간 남았지만, 일단 다른 곳으로 짐 옮겨
그 사이 "청소한다"며 허락 없이 집에 들어간 집주인, '주거침입죄' 해당할까

누수로 곰팡이가 가득해진 집. 집주인이 수리를 거부하면서 계약 기간은 아직 남았지만, 거처를 먼저 옮기게 됐다. 그런데 집주인이 그사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면? 주거침입에 해당할까. /셔터스톡
오랜만에 돌아온 A씨의 집은 곰팡이로 가득했다. A씨가 집을 비운 사이 발생한 누수가 원인이었다.
당연히 자신의 과실로 발생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누수로 입은 피해를 집주인에게 고쳐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집주인이 이를 거부하면서, A씨는 이사가기로 결정했다. 어차피 계약 만료가 얼마 남지 않아, 이사를 해야 하는 시점이었다.
당장 곰팡이로 인해 불편했던 A씨는 살던 곳의 짐을 정리하고, 거주지를 옮겼다. 계약 만료 날짜가 돌아오면, B씨와 만나 계약 관계를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그러던 중 A씨는 볼 일이 있어 잠시 집에 들렀다가, B씨와 언성을 높이고 말았다. B씨가 허락 없이 A씨 집에 들어가 곰팡이 청소를 한 것이다.
계약상 아직까지 이곳의 거주자는 A씨. 이에 A씨는 B씨를 '주거침입죄'로 고소할 생각이다. 실제로 가능한 일인지 변호사에게 물어봤다.
변호사들의 의견은 나뉘었다.
먼저 주거침입죄가 맞다는 변호사들은 "계약 기간이 남아 있다면, 집주인이 임의로 들어갈 수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법무법인 한별의 봉기태 변호사는 "아무리 집주인이더라도 세입자에게는 주거의 평온이 보장돼야 한다"며 "임차 기간 중 세입자가 사는 곳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면 주거침입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했다.
주거침입죄는 개인이 살고 있는 공간의 평온을 해할 때 성립하는 범죄다. 전세 등 계약관계가 유효한 상황에서 주인이 무단으로 세입자 집에 들어가는 것은 이러한 평온을 깨는 행동이라는 취지다.
JLK 법률사무소의 김일권 변호사도 "아직 계약 기간이 남아 있는 상황이라면, 세입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함부로 들어간 경우 주거침입죄로 형사고소 가능하다"고 했다.
다만, 봉 변호사는 "집주인의 주거침입죄를 입증할 책임은 세입자에게 있다"며 "관련 입증자료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집주인에게 주거침입죄를 묻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었다.
법무법인 다산의 김춘희 변호사는 "비록 임대기간은 남아 있다고 하더라도, A씨가 짐을 정리하고 이사를 나간 상태로 보일 수 있다"며 "비어 있는 집에 집주인이 곰팡이 청소를 하기 위해 들어간 경우를 두고,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보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당시 사건은 A씨가 "집을 빼겠다"고 집주인에게 통보한 후, 짐을 옮긴 상태에서 벌어졌다.
이때 집주인 입장에서는 A씨가 집을 비웠다고 판단하고, 들어간 것이라고 볼 수 다면 '주거침입'의 고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