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돌려차기 국가배상금, 4개월 만에 받은 피해자…3월에 이미 예산 텅텅
부산 돌려차기 국가배상금, 4개월 만에 받은 피해자…3월에 이미 예산 텅텅
서울중앙지법 "수사기관, 필요한 조치 안 했다" 배상 책임 인정
예산 1448억 원 3월 소진
예비비로 뒤늦게 지급

부산 돌려차기 사건 CCTV 장면 모습. /연합뉴스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김씨가 국가배상금 1500만 원을 받았다. 법무부가 지난 23일 지급을 마친 것.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이 확정된 뒤로 약 4개월이 걸렸다. 올해 국가배상금 예산이 3월에 이미 바닥나 순번을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다.
지급까지 왜 4개월 걸렸나
사건이 일어난 것은 2022년 5월 22일, 부산 부산진구 서면이었다. 집으로 가던 김씨를 모르는 남성이 성폭행할 목적으로 뒤따라가 폭행했다.
가해자는 처음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됐다. 항소심에서 검찰 보완수사로 성폭력 의도가 드러나 죄명이 강간살인미수로 바뀌었고, 2023년 9월 징역 20년이 확정됐다.
김씨는 이듬해 3월 경찰이 수사를 부실하게 해 피해가 커졌다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1단독(손승우 판사)은 올해 2월 13일 국가가 1500만 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성폭력 정황이 강하게 의심되는데도 수사 기관이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법무부가 3월 5일 항소를 포기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그런데 확정과 지급 사이가 4개월 넘게 벌어졌다. 조선비즈 보도에 따르면, 올해 책정된 국가배상금 예산 1448억 원이 3월에 다 쓰였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5월 예비비 2457억 원을 추가로 확보했다. 기획예산처와 협의를 거쳐 국무회의에서 의결됐고, 이 돈으로 대상자들에게 순번대로 지급이 이뤄졌다.
법무부 관계자는 "국가배상법 시행령에 따라 지급 청구를 받으면 통상 1주일 내 배상금을 지급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처럼 예산 부족으로 지급이 늦어지면 지연이자를 함께 지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예산이 일찍 바닥난 주된 배경은 정부가 과거사 사건 국가배상 소송에서 상소를 잇달아 포기하거나 취하한 데 있다. 형제복지원과 선감학원, 삼청교육대, 여수·순천 10·19 사건 관련 소송이 여기 해당한다.
지급 규모 자체도 커졌다. 국가배상금 지급액은 2024년 1067억 원이었다가 2025년 4364억 원으로 뛰었고, 올해는 상반기 지급액만 3337억 원이다. 6월 말 기준 예산 잔액은 568억 원이다. 반면 아직 내주지 못한 돈은 약 1800억 원이다.
법무부는 예비비를 더 확보하고 내년도 예산 증액을 기획예산처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도 국가배상 대상이 된다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나 과실로 법령을 위반해 남에게 손해를 입히면, 국가배상법에 따라 국가가 그 손해를 배상한다.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도 국가배상 대상이 된다. 재판부는 성폭력 정황이 의심되는데도 수사기관이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점을 배상 책임 근거로 봤다.
가해자에 대한 형사처벌과는 별개로, 수사기관의 부실 대응 자체를 국가에 물을 수 있는 길이 있다는 뜻이다.
국가배상은 배상심의회에 신청하거나, 곧바로 법원에 소송을 낼 수도 있다. 심의회를 반드시 거쳐야 하는 것은 아니다.
법무부는 지급 청구를 받으면 통상 1주일 안에 배상금을 지급한다고 설명했다. 이번처럼 예산이 부족해 늦어지면 그 기간만큼 지연이자가 함께 지급된다.
범죄피해자 구조금은 국가배상과는 다른 제도다. 범죄로 사망하거나 장해·중상해를 입었는데 가해자로부터 배상받지 못한 경우, 국가가 정해진 한도 안에서 지원한다.
다만 같은 피해로 국가배상법에 따른 배상을 받을 수 있다면 원칙적으로 구조금은 지급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