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 썸인 줄 알았는데… 돌변한 그녀, '성범죄 합의금' 내놓으라니
"사랑해" 썸인 줄 알았는데… 돌변한 그녀, '성범죄 합의금' 내놓으라니
온라인서 만난 여성과 수위 높은 대화
이후 갑자기 "고소하겠다" 협박
법조계 "합의된 대화라면 '통매음' 성립 안 해"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만난 그녀는 다정했다. 매일 수십 통의 메시지를 주고받았고, 영상통화 속 그녀의 눈빛은 달콤했다. 어느새 연인처럼 가까워진 두 사람 사이엔 수위 높은 대화와 사진도 자연스레 오갔다. A씨는 설레는 마음으로 썸을 타는 중이라 믿었다.
하지만 그 믿음은 한순간에 산산조각 났다. 돌연 그녀의 태도가 차갑게 식어버린 것이다. 그녀가 보낸 메시지는 사랑 고백이 아닌, 섬뜩한 협박이었다.
"지금까지 나한테 보낸 음란한 말과 사진들, 전부 성범죄인 거 알지? 경찰에 신고당하고 성범죄자 되고 싶지 않으면 합의금 보내."
A씨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분명 서로 좋아서 주고받은 대화였는데, 졸지에 성범죄자가 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경찰 조사를 받는다는 두려움, 가족과 직장에 알려질까 하는 공포심에 휩싸인 A씨는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100만 원을 송금했다.
이처럼 온라인상에서 친분을 쌓은 뒤 성적인 대화를 유도하고, 이를 빌미로 돈을 뜯어내는 이른바 '통매음(통신매체이용음란죄) 헌터'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11일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에서는 최근 급증하는 통매음 악용 사기 수법과 대처법을 다뤘다.
"게임 채팅창 욕설도 처벌"… 강력해진 '통매음'의 역습
통신매체이용음란죄, 줄여서 '통매음'은 성폭력처벌법 제13조에 규정된 범죄다.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전화, 컴퓨터 등 통신매체를 통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 사진, 영상 등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했을 때 성립한다.
처벌 수위도 만만치 않다. 이제남 변호사(로엘 법무법인)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며 "실제로 온라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 채팅창에서 상대방 부모를 성적으로 모욕하는 이른바 '패드립'을 한 피고인에게 유죄 판결이 내려진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통매음은 명예훼손죄나 모욕죄보다 성립 요건이 까다롭지 않아 고소인에게 유리한 측면이 있다. 이 변호사는 "명예훼손죄와 달리 전파 가능성이 없어도, 1대1 대화만으로도 범죄가 성립한다"며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처럼 공익 목적이라는 이유로 처벌을 피할 수 있는 예외 규정도 없다"고 강조했다.
합의하에 한 "사랑해"는 죄가 아니다
문제는 이 강력한 법을 악용해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사기꾼들이다. 이들은 먼저 접근해 호감을 표시하고, 자연스럽게 성적인 대화를 유도한 뒤 돌변해 합의금을 요구한다.
하지만 법조계 전문가들은 A씨와 같은 경우, 통매음이 성립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핵심은 피해자의 의사에 반했느냐다.
이제남 변호사는 "성적인 대화가 있었다 해도 피해자의 양해나 동의가 있었다면 애초에 범죄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서로 호감을 느끼고 합의하에 주고받은 대화라면, 나중에 상대방이 기분 나빠졌다고 해서 소급해서 범죄가 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또한, 통매음의 핵심 요건인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느꼈다고 보기도 어렵다.
"돈 내놔" 협박은 공갈죄… 쫄지 말고 증거 모아야
오히려 처벌받아야 할 사람은 A씨가 아니라 그녀일 수 있다. 고소를 빌미로 돈을 요구하는 행위는 형법상 공갈죄나 협박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이 변호사는 "통매음으로 고소하겠다고 겁을 줘 공포심을 일으켰다면 협박죄, 이를 통해 실제로 돈을 뜯어냈다면 공갈죄가 성립한다"며 "돈을 주지 않았더라도 공갈 미수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불법행위에 의한 피해이므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하다.
그렇다면 이런 덫에 걸렸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절대 돈을 보내지 말라"고 조언했다.
이제남 변호사는 "막연한 두려움에 돈을 보내주거나 요구를 들어줘선 안 된다"며 "상대방과 나눈 대화 내용, 대화가 이뤄지게 된 경위 등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억울하다고 대화방을 나가거나 기록을 삭제해버리면, 합의하에 대화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어려워져 오히려 불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원화 변호사 역시 "상대방은 피해자가 떳떳하지 못하다는 심리를 파고들어 공격한다"며 "스스로 위축되지 말고 변호사의 조언을 구해 당당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