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8도 고열 앓던 교사 혼수상태 빠지자… '가짜 사직서' 꾸민 유치원
39.8도 고열 앓던 교사 혼수상태 빠지자… '가짜 사직서' 꾸민 유치원
독감 확진 후 사흘간 정상 출근 강행한 20대 교사
18일 만에 합병증으로 사망
유치원 측 "쉬겠다고 안 했다" 책임 회피

부천 유치원 교사 직무상 재해 인정 촉구 기자회견하는 전교조 모습. /연합뉴스
39.8도의 고열에 시달리며 피를 토한 20대 유치원 교사가 중환자실에서 사투를 벌이는 동안, 유치원 측은 고인의 이름으로 가짜 사직서를 꾸며냈다.
23일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에서는 상식을 벗어난 부천 사립유치원 교사 사망 사건의 전말과 법적 쟁점을 다뤘다.

"미치도록 아파" 눈물 흘리면서도 "마스크 쓰고 출근하겠다" 사과한 교사
사건은 올해 초 경기 부천의 한 사립유치원에서 발생했다. 로엘 법무법인 권지안 변호사에 따르면, 20대 여교사 A씨는 1월 27일 B형 독감 확진 판정을 받았음에도 사흘간 정상 출근을 이어갔다.
권 변호사는 "결국 1월 30일 체온이 39.8도까지 치솟아서야 조퇴를 하게 됐고, 그날 밤 피를 토하면서 다음 날 새벽 응급실로 이송됐다"고 설명했다.
A씨는 중환자실에서 2주간 치료를 받았으나, 확진 18일 만인 2월 14일 연쇄알균 독성쇼크 증후군과 폐 손상 등 합병증으로 숨을 거뒀다.
안타까운 점은 고인이 쓰러지기 직전 보인 태도다.
권 변호사는 "고인이 지인들에게 '너무 아파서 눈물 나', '미치겠어'라고 고통을 호소하면서도, 원장에게는 '몸 관리 좀 더 신경 써야 했는데 죄송하다, 내일 마스크 쓰고 출근하겠다'고 사과 문자를 보냈다"고 밝혔다.
A씨는 독감에 걸리기 전인 1월 19일부터 신입생 설명회 준비로 고강도 육체노동을 했고, 늦은 밤 재택근무와 주말 휴무 반납까지 강행하며 극한의 과로에 시달린 것으로 드러났다.
"병가 신청 안 했다"는 유치원… 법의 잣대는 '안전배려 의무'
유치원 측은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
권 변호사는 "근로기준법상 사용자는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을 지켜야 할 안전배려 의무를 지고 있다"며 "법정 감염병 확진 판정을 받은 교사가 '마스크 쓰고 출근하겠다'는 문자를 보냈다면, 사용자 측에서 선제적으로 '오지 말고 쉬어라'는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생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학교보건법과 방역 당국의 지침상 감염병에 걸린 교직원의 출근을 중지시킬 수 있음에도, 원장이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혼수상태인데 자필 사직서가? "사망 조위금 막고 산재 지우려는 꼼수"
가장 큰 공분을 산 것은 사직서 위조 의혹이다.
권 변호사는 "고인이 중환자실에서 혼수상태에 빠져 있던 2월 10일 자로 고인의 자필 서명이 들어간 사직서가 작성됐고, 유치원 측은 고인이 사망한 지 6일 후(2월 20일)에 이 사직서를 교육지원청에 제출했다"고 폭로했다.
유치원 측은 결국 "우리가 실수한 것"이라며 위조 사실을 시인했다.
왜 이런 무리수를 둔 것일까. 권 변호사는 "핵심은 사학연금과 관련이 있다"며 "교직원 재직 중 사망 시 유족에게 지급되는 사망 조위금을 받지 못하게 퇴직 처리하고, 동시에 '재직 중 사망'이라는 사실 자체를 지워 산재 및 사용자 책임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으려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단순한 도의적 비난을 넘어선 명백한 범죄다. 권 변호사는 이 행위에 대해 "형법상 사문서 위조 및 위조 사문서 행사죄가 적용되며, 5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명확히 했다.
사망 책임 역시 법정에서 다퉈질 전망이다. 권 변호사는 산재 인정 가능성에 대해 "과로로 면역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쉬지 못하고 근무를 이어간 과정이 사망이라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점, 즉 상당 인과관계를 보이면 된다"며 충분히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현재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이 직무상 재해 여부를 심의 중이며, 경기도교육청도 산재 인정 방향에 동의한 상태다.
아울러 경찰은 1차적 형사 책임 주체인 원장 등 유치원 관계자들을 업무상 과실치사 및 사문서 위조 혐의 등으로 불구속 입건하고 압수수색을 진행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