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왜 돌려보내" 악성 민원에 안면마비까지⋯학부모의 도 넘은 개입, 법적 처벌 기준은?
"선물 왜 돌려보내" 악성 민원에 안면마비까지⋯학부모의 도 넘은 개입, 법적 처벌 기준은?
생기부 수정 요구부터 선물 반송 항의까지
승소해도 배상금 받기 막막한 교육 현장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스승의 날 선물을 돌려보냈다는 이유로, 혹은 아이가 아픈데 농구를 시켰다는 억지 주장으로 쏟아진 학부모의 '민원 폭탄'에 결국 교감은 안면마비를 앓게 됐다.
법원은 이례적으로 학부모에게 3000만 원이라는 무거운 손해배상 책임을 물었지만, 교육 현장의 상처는 여전히 깊다. 정당한 의견 제시와 교육 활동을 옥죄는 교권 침해, 그 법적 경계는 어디에 있을까.
10일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에 출연한 로엘 법무법인 이성호 변호사는 최근 전주에서 발생한 교권 침해 손해배상 소송 결과를 집중 조명했다.
사건은 2024년 전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시작됐다. 당시 5학년 학생의 학부모는 교감에게 자녀의 생활기록부 내용을 수정해달라거나 학폭 조사 절차에 불만을 제기하는 등 수시로 항의했다.
스승의 날 건넨 꽃 선물이 반송되자 항의하고, 허위 주장까지 일삼았다. 쏟아지는 민원에 시달리던 교감은 결국 스트레스로 안면마비 장애 진단을 받았고, 학부모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이성호 변호사는 "법원이 판결문에 구체적인 손해 범위를 나열하지는 않았지만, 안면마비 증상까지 올 정도면 일상생활에 굉장히 어려움이 발생한 피해라고 판단한 것이 컸다"며 "3000만 원을 인정한 것이라면 꽤 많이 인정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법원 역시 학부모의 의견 제시는 권리로서 인정하면서도, 교원의 전문성을 존중하지 않고 정당한 교육 활동을 반복적이고 부당하게 간섭하는 행위는 불법 행위로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정당한 민원 vs 업무방해, 법원의 판단 기준은?
그렇다면 학부모의 단순한 의견 제시와 불법적인 악성 민원을 가르는 법적 기준은 무엇일까.
이성호 변호사는 "민원이 정당하려면 먼저 목적이 정당해야 하고, 그 내용이 구체성이 있어야 하며, 방법과 절차가 상당성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반복적이거나 집요해서 업무방해에 이르는 정도가 아니어야 하고, 모욕이나 인신공격 같은 것이 없어야 한다"며 "학교의 설명이나 조치 이후 일방적으로 반복된 요구인지 등 정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과거 대법원 판례에서도 학부모의 과도한 개입에 철퇴를 가한 바 있다. 수업 시간 페트병을 가지고 장난치는 학생에게 주의를 주다 이른바 '레드카드'를 부여해 방과 후 청소를 시킨 사건이다.
부모는 이를 '학대'라 주장하며 담임 교체를 집요하게 요구했고, 이 교사 역시 스트레스로 안면 마비가 와 병가를 냈다.
이 사안에 대해 이성호 변호사는 "대법원은 학기 중 담임 교체는 교사의 명예를 크게 실추시키고, 학생들에게 혼란을 발생시키므로 교육 방법 변경 등을 먼저 요구했어야 한다고 보았다"며 "담임 교체 요구는 보충적으로만 인정된다고 보아 원심 판결을 파기했다"고 설명했다.
승소해도 고통은 교사 몫⋯"교육청 대위소송 나서야"
법원의 잇따른 철퇴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피해 구제를 위해서는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승소 판결을 받더라도 교사 개인이 학부모를 상대로 강제집행을 해 손해배상금을 받아내기란 현실적으로 매우 험난하기 때문이다.
이성호 변호사는 "교사가 2차 피해를 받는 기분이 들 정도로 교사 입장을 곤란하게 하는 면이 있다"며 "교육청이 일단 판결이 확정되면 손해배상금을 먼저 지급하고, 기관 차원에서 학부모를 상대로 대위 청구(제3자가 권리를 대신 행사하는 것)를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