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초등학생 번호 써놓고 여기저기 민폐 주차…항의 전화 1통당 1만원씩 물어야 할 수도
모르는 초등학생 번호 써놓고 여기저기 민폐 주차…항의 전화 1통당 1만원씩 물어야 할 수도
'또' 불거진 무단⋅민폐 주차 분쟁⋯주택가 골목에 차 세워놓고 묵묵부답 BMW 차주 논란
심지어 차에 남긴 전화번호도 가짜였다⋯애먼 초등학생이 항의 전화 1000여통 받아
이런 데도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나? 변호사들에게 물어봤다

민폐 주차도 괘씸한데, 민폐 주차에 대한 책임을 피하려고 버젓이 남의 전화번호를 도용하고 다닌다는 차주. 이 일이 사실이라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변호사와 알아봤다. /연합뉴스⋅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저⋯. 차 빼달라는 전화죠? 할머니 바꿔드릴게요."
주택가 좁은 골목길. 앞뒤로 2대씩, 차량 4대를 세울 수 있는 주차공간이 있었다. 그런데 누군가 뒷공간을 텅 비워둔 채, 맨 앞자리에 길을 막듯 주차를 해버렸다. 전화도 받지 않았다. '민폐' 차주와 한참 만에 겨우 전화가 연결됐지만, 그마저 허탕이었다. 남의 전화번호를 비상연락처로 남겨뒀던 것. 심지어 전화번호의 주인공은 초등학교 2학년 어린아이였다.
아이의 할머니는 "우리도 피해자"라고 호소했다. 누군지도 모르는 차주가 아이의 전화번호를 쓰고 다니는 통에, 그간 받은 주차 항의 전화만 1000여통이 될 거라고 했다. 심지어 오랜 기간 지속된 일이라고도 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이 사연을 두고 "도를 넘었다"는 평이 이어졌다. 특히 민폐 주차에 대한 책임을 피하려고, 버젓이 남의 전화번호를 도용하고 다닌다는 사실 때문에 더 그랬다.
이 일이 사실이라면, 인근 차주들은 물론 전화번호를 도용당한 아이네 가족의 피해가 만만치 않아 보였다.
이처럼 주택가 내 주차 분쟁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건, 법적으로 대응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 때문이다. 이 사연을 처음 제보했던 A씨도 "과거에 비슷한 경험이 있어 경찰에 신고를 했던 적이 있다"면서 "하지만 도로변이 아닌 사유지(주택가 등)에선 견인을 할 수 없다는 답을 들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변호사들은 "경찰이 '아무것도 못 한다'고 한다면, 적어도 '이것'을 해달라고 요청해도 된다"고 조언했다.
대한변협 등록 형사법 전문 변호사인 정현우 변호사(법무법인 비츠로)는 "이런 상황에선 경찰에 정식으로 신고하고 차적(車籍) 조회를 요청하라"며 "그렇게 해서 경찰이 무단주차 차주에게 연락을 취하고, 차량을 이동하도록 계도할 수 있다"고 짚었다.
정현우 변호사는 "실제로 지자체 등의 단속이나 견인 등의 적극적인 대처는 어려울 수 있다"며 "반면 경찰은 정식 신고가 접수되고, 교통에 방해가 될 정도의 주차상태라면 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법무법인(유) 강남의 이필우 변호사도 동일한 판단을 했다. 이필우 변호사는 "무단주차로 일반교통방해나 업무방해 소지가 있는 경우라면, 경찰이 차적 조회를 해서 당사자에게 전화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경찰이라도 우선은 차량에 남겨진 비상연락처로 연락을 하겠지만, 이번 사건처럼 잘못된 번호를 남겨둔 상태라면 (경찰의) 차적 조회를 통해 연락을 취하면 된다"고 했다.
정리해보면, ① 법률위반 소지가 있다면 ② 경찰에 정식 신고를 통해 ③ 무단주차 계도를 대신 요구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법률자문

변호사들은 다른 사람의 전화번호를 사용한 행위에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했다. 형사적 책임에 대한 입장은 갈렸지만, 민사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데는 입장이 같았다.
정현우 변호사는 "무단주차 차주가 고의로 전혀 무관한 타인의 전화번호를 적었고, 이로 인해 피해아동 측이 일상생활이 어려울 만큼 항의 전화 등을 받았다면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봤다. 이 사건의 경우 업무방해죄 또는 정보통신망법 위반을 주장해 볼 수 있다는 게 정 변호사의 의견이다.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도 할 수 있다고 봤다.
최대 1000만원까지 민사상 손해배상액을 내다본 변호사도 있었다. 피해아동 측이 항의 전화를 1000통 받았다는 걸 전제로 하면, 전화 1번에 1만원에 해당하는 큰 금액이었다.
이필우 변호사는 "무단주차 차주가 고의로 특정인의 전화번호를 도용한 게 아니라, 아무 번호나 사용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면서도 "이와는 별개로 피해 아동에 대해선 민사상 손해배상을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3개월에 걸쳐서(❶ 장기간) 항의 전화 1000여통(❷ 극심한 고통)을 받았다고 가정하고, 피해자가 초등학교 2학년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❸ 피해자 연령)"라면서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할 수 있는 만큼, 적어도 수백만원대에서 최대 1000만원까지"라고 피해 배상 규모를 내다봤다.
다만 많은 사람이 예측했던 '사칭죄'는 물을 수 없다. 현행법상 공무원 자격을 사칭하고, 그 직권을 행사한 경우에만 범죄로 보기 때문이다(형법 제118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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