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걸린 어머니에게 "월세 냈다"는 세입자…사인에 지장까지 받아놨는데 '법적 효력'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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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걸린 어머니에게 "월세 냈다"는 세입자…사인에 지장까지 받아놨는데 '법적 효력' 있나

2021. 05. 26 10:43 작성
박선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w.park@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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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린 월세 다 냈다"며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내민 영수증

치매 환자인 집주인 어머니의 사인과 지장이 찍혀있어

집주인은 전혀 몰랐던 일⋯치매 환자가 작성한 서류와 사인, 법적 효력 있을까

자신의 나이, 가족의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 치매 상태의 어머니. 그런 어머니가 작성해줬다는 영수증. 치매 환자가 작성한 사인 및 서류, 과연 법적 효력이 있을까. /게티이미지코리아⋅셔터스톡⋅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세입자가 밀린 월세 1년 치. 집주인 A씨는 "이제는 월세를 달라"고 얘기를 꺼냈다가 황당한 답변을 들었다. 세입자 B씨가 "이미 내지 않았냐"며 반문했기 때문이다. A씨의 기억에는 없는 사실이었다. B씨는 그 증거라며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A씨의 어머니가 월세를 받은 뒤, 그 사실을 확인해 준 영수증이라고 했다. 종이엔 "1000만원 받았습니다"라는 문구와 A씨 어머니의 지장이 찍혀있고, 사인도 돼 있었다.


하지만 A씨는 오히려 혼란스러웠다. 현재 치매 환자인 A씨의 어머니는 자신의 나이, 가족의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런 어머니가 월세를 받아 영수증에 사인까지 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그럼에도 이 영수증이 인정돼 1년 치 월세를 고스란히 날릴까 걱정스러운 A씨. 치매 환자가 작성한 사인 및 서류, 과연 법적 효력이 있을까. 변호사와 함께 알아봤다.


치매 앓는 사람이 작성한 서류⋯무조건 무효? 치매 정도에 따라 법적 효력 다르다

보통 치매 환자의 행동은 법적으로 무효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정상적인 판단이 어려운 상태에서 내린 결정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지난 2015년, 한 치매 환자 C씨가 동생에게 12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위임한 행동에 대해 법원은 '무효'라고 판단했다. 당시 재판부는 치매를 앓고 있던 C씨가 위임의 법률적 의미와 효과를 이해했을 리 없다고 봤다.


'변호사 이연랑 법률사무소'의 이연랑 변호사. /로톡DB

하지만 무조건 '치매 환자의 결정=법적 무효'로 이해하면 안 된다. '변호사 이연랑 법률사무소'의 이연랑 변호사는 "환자가 앓고 있는 치매의 정도에 따라 다르다"고 했다. 치매가 심각한지, 가벼운지에 따라 법적 효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취지였다.


일상생활에 큰 무리가 없는 경증의 치매 상태에서의 법적인 결정은 유효하다고 인정될 수 있다. 환자의 판단과 의지가 충분히 반영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반대로 중증의 치매 상태이고 사리분별이 불가능한 상태였다면 무효가 될 가능성이 있다.


A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세입자 B씨가 어머니에게 받았다는 영수증의 법적인 효력은 어머니의 치매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연랑 변호사는 "치매 환자의 병원 진단서와 진료 내역 등으로 상태를 판단한다"며 "치매약의 복용량과 진료 횟수, 치매 단계 등이 참고가 된다"고 했다.


어머니의 치매 여부와 별개로, 이 영수증이 법적 효력이 없는 이유는 따로 있다

하지만 어머니의 치매 상태와 별개로 해당 영수증은 법적으로 의미를 지니기 어렵다고 이연랑 변호사는 봤다. 실제로 세입자 B씨가 A씨의 어머니에게 월세를 내고 받은 영수증이라고 해도 그렇다고 했다.


그 이유는 세입자 B씨가 임대차계약을 맺은 사람은 집주인 A씨이지, A씨의 어머니가 아니기 때문이다. 월세는 살고 있는 집의 명의자(A씨)에게 전달해야 한다. 그래야 "월세를 냈다"는 주장이 법적으로도 인정된다.


이 때문에 이연랑 변호사는 "소송으로 번진다고 해도, 해당 영수증으로는 B씨가 월세를 냈다고 인정받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기사는 로톡뉴스의 윤리강령에 부합하는 사실 확인을 거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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