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친상에도 스케줄 강요…남자 아이돌, 결국 법정서 전속계약 '족쇄'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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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친상에도 스케줄 강요…남자 아이돌, 결국 법정서 전속계약 '족쇄' 끊었다

2025. 08. 13 12:32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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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이 정산에 등 돌린 아이돌, 법원도 손 들어줬다

법원이 전속계약금 미지급과 정산자료 미제공을 이유로 아이돌 멤버 2명의 전속계약 해지를 인정했다. /셔터스톡

화려한 무대 뒤에서 소속사의 불투명한 정산과 부당 대우에 시달리던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결국 법원의 힘을 빌려 '노예 계약' 족쇄를 끊어냈다. 법원은 가장 기본적인 계약금 지급과 정산자료 제공 의무조차 지키지 않은 소속사의 책임을 물어, 멤버들이 제기한 전속계약 효력 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전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꿈의 무대, 그러나 현실은

5인조 남성 아이돌 그룹 멤버 A씨와 B씨는 2020년 데뷔 후 활발한 활동을 이어왔다. 하지만 그들의 현실은 처참했다. 소속사 C사는 계약서에 명시된 계약금 200만 원조차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고, 멤버 B씨는 그중 50만 원을 받는 데 그쳤다.


멤버들의 주장에 따르면, 소속사의 방치는 상상을 초월했다. 2022년 일본 콘서트 당시에는 직원들이 모두 퇴사했다는 이유로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했으며, 멤버들끼리 폭행 사건이 벌어져도 회사는 방관했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도 연습을 강요당했고, 멤버 B씨는 모친상으로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는 와중에도 스케줄 참여를 강요받았다고 호소했다.


무엇보다 이들을 절망에 빠뜨린 것은 '깜깜이 정산'이었다. 수년간 활동하며 벌어들인 수익이 얼마인지, 비용은 얼마나 공제됐는지 알 길이 없었다. 멤버들은 수차례 정산자료를 요구했지만, 소속사가 내놓은 것은 영수증 등 증빙자료 하나 없이 비용 '내역'만 일방적으로 적힌 종이 몇 장이 전부였다.


결국 2024년 6월, A씨와 B씨는 소속사에 계약금 미지급과 정산 의무 위반 등을 시정하라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14일의 유예기간을 줬지만 소속사는 묵묵부답이었다. 이에 멤버들은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법원 문을 두드렸다.


법원, ‘정산 의무 위반’에 철퇴

소속사는 법정에서 멤버들의 주장을 반박했지만, 재판부는 멤버들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0민사부(재판장 김석범)는 멤버들이 제기한 수많은 의혹 중에서도 소속사가 저지른 두 가지 명백한 계약 위반 사실에 주목했다.


첫째는 '계약금 미지급'이다. 재판부는 "피고(소속사)가 원고 B에게만 약정 계약금 중 일부인 50만 원을 지급하였을 뿐, 나머지 약정 계약금을 원고들에게 지급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소속사가 가장 기본적인 계약 의무를 위반했다고 명시했다.


둘째는 '정산자료 제공 의무 위반'이다. 재판부는 소속사가 제공한 자료에 대해 "소요된 비용 '내역'만을 제공한 것이어서 지출비용을 증빙할 수 있는 증거 자료 등은 확인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가 그간 원고들의 활동으로 인한 '총 수입과 비용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하였다고 볼 수 없다"며 이는 명백한 계약 위반이라고 못 박았다.


법원은 이 두 가지 핵심적인 의무 불이행만으로도 소속사와 멤버들 사이의 신뢰 관계가 완전히 파탄 났다고 판단했다. 소속사가 시정 요구를 받고도 14일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이상, 멤버들의 계약 해지는 정당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A씨와 B씨가 소속사와 체결한 각 전속계약은 효력이 존재하지 아니함을 확인한다"고 판결하며, 소송비용 역시 모두 소속사가 부담하라고 명령했다.


[참고]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0민사부 2024가합91666(본소) 판결문 (2025. 7. 3.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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