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일하지 말자" 일하기도 전에 잘린 편의점 알바생, '부당해고'일 수 있다?
"그냥 일하지 말자" 일하기도 전에 잘린 편의점 알바생, '부당해고'일 수 있다?
통장 등 사진 보내란 말에 당당히 '뒷면' 찍어 보냈다가 채용 엎어져
아직 일하기 전이어도 '정당한 이유' 없다면 부당해고

아르바이트 면접을 본 후 합격 소식에 기뻐한 건 잠깐. 출근도 하기 전에 "일하러 오지 말아 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캡처⋅편집=조소혜 디자이너
편의점 아르바이트(알바)에 지원했던 A씨. 처음으로 도전해보는 알바였다. 떨리는 면접 끝에, 편의점 측의 채용 의사를 확인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후에 통장과 신분증 사진을 보내 달라는 문자메시지가 왔기에 곧장 응답했다. 그런데 조금 뒤 편의점 매니저로부터 깊은 한숨이 담긴 답장을 받았다.
"그냥 일하지 마십시다. 미안합니다. 면접 와줘서 고마워요."
갑작스레 매니저가 마음을 바꾼 건 앞서 A씨가 보낸 메시지 때문이었다. 매니저가 말한 통장의 의미가 '계좌번호'를 뜻한다는 걸 몰랐던 A씨. 결국, 별생각 없이 아무런 정보가 없는 통장의 '뒷면'을 찍어서 보냈던 것이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저렇게 일머리가 없는 사람은 처음부터 안 뽑는 게 낫다"며 매니저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근로기준법 상으로도 3개월 미만 근무자에 대해선 해고 통보가 비교적 자유롭다는 점(제26조)에서 문제 될 게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출근 전이었으니 해고 예고 의무도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로톡뉴스가 확인해본 결과, 의외로 "편의점 측이 불리한 경우일 수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근로기준법상 위법한 해고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율봄 법률사무소의 진선우 변호사는 "면접 이후에 채용이 확정되면서 편의점주와 아르바이트생(알바생) 사이에는 근로계약이 성립했다"며 "따라서 '정당한 이유' 없이 채용을 철회하는 것은 근로기준법상 부당한 해고에 해당한다(제23조)"고 설명했다.
우리 법원 역시 진 변호사의 지적과 동일한 입장이다. 대법원은 본격적으로 업무를 하지 않았더라도, 채용이 확정된 때부터 근로관계가 시작한 것으로 판단한다(2000다51476 판결 등). 채용 내정자 또는 확정자도 '해고'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신분이란 얘기다.
진선우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학력이나 경력, 전과 등의 사실이 채용 당시와 달랐다면 해고의 정당한 이유로 인정된다"고 했다.
예컨대, 다년간 경력이 있는 알바생을 뽑고 싶었는데 첫 알바에 나선 A씨가 이를 속인 경우라면 여기 해당한다. 이때는 당초 편의점주가 고용하려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으니 A씨의 채용을 철회해도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있다.
다만 통장 '뒷면' 사진만으로 어림짐작한 뒤 해고했다면, 이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진 변호사의 설명이다.
진 변호사는 "사용자가 직접 면접을 거쳐 A씨의 직무 적합성을 판단했고, 급여 이체를 할 수 있는 다른 대안들도 있었다"며 "채용 이후에 통장 뒷면을 제시했다는 이유만으로 절차 미숙이라고 단정해 해고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볼 수 있다.
척 봐도 답답한 사람이라고 손가락질 할 수도 있다. '하나를 알면 열을 아는 거'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근로관계에선 합리적인 절차와 상호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결국, 어렵더라도 채용에 앞서 다방면으로 근로자의 능력을 검증하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