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1억2천만원 들고 잠적한 집주인, '깡통전세 사기' 형사고발 초읽기
보증금 1억2천만원 들고 잠적한 집주인, '깡통전세 사기' 형사고발 초읽기
무자본 매입, 수억 대출, 경매까지
민사소송 중 '연락두절' 임대인, 형사 처벌 가능성 '상당'

1억 2천 보증금 들고 사라진 집주인, 충격의 '무자본 갭투자' 정황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한 오피스텔 세입자가 보증금 1억 2천만 원을 돌려받지 못하고 연락이 두절된 집주인을 상대로 사기죄 형사고발을 검토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세입자는 현재 보증금 반환 민사소송을 진행 중이나, 확인 결과 집주인의 주거지가 이미 경매로 소유권이 이전되었으며, 해당 오피스텔 역시 수억 원대 담보대출과 가압류 이력이 확인돼 전형적인 '깡통전세' 사기 유형이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사건의 시작: 무자본으로 시작된 위험한 거래
1. 전세 계약 체결 및 갱신 과정
사건의 시작은 2021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현 집주인은 전 세입자의 보증금 1억 원을 승계받아 해당 오피스텔을 매입하며 세입자와 새로 계약을 체결했다. 즉, 집주인의 초기 자본 투입이 없는 무자본 매입(갭투자)으로 계약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후 2023년 1월, 세입자는 보증금을 2천만 원 증액한 1억 2천만 원으로 전세 계약을 갱신했다. 이 금액은 당시 시세보다 낮은, 깡통전세에 가까운 수준이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2. 급박한 이사와 '연락두절' 사태
2024년 2월, 이직으로 인해 세입자가 집을 비우고 이사를 해야 하자 보증금 반환을 요청했다. 이때 집주인은 "지금 당장 전세금을 주기 어렵다"고 어려움을 토로했고, 양측 협의 하에 전차인(세입자)을 통해 월세를 받는 전대차 계약을 체결해 계약 만료일까지 상황을 대신했다.
그러나 2025년 1월, 전세 계약 만료일 2~3개월 전부터 세입자가 부동산을 통해, 그리고 직접 집주인에게 연락을 취했으나 집주인은 현재까지 연락을 회피하며 잠적한 상태다. 이에 세입자는 보증금 반환을 위한 민사소송 절차를 진행 중이다.
3. 집주인의 재정 상태: 대출과 경매의 덫
세입자가 집주인의 계약서상 주소로 등본을 확인한 결과, 집주인 살던 집은 이미 경매로 소유권이 넘어간 상태였다. 또한, 해당 오피스텔의 공동소유자인 배우자 명의로 2021년도에 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서 수억 원의 대출을 받았던 기록도 확인됐다. 2024년에는 임차인으로 추정되는 제3자의 가압류 기록도 발견되어, 집주인의 심각한 재정 악화 상태와 다수 채권자 문제를 짐작하게 한다.
보증금 미반환이 단순 채무불이행인가, 사기인가?
1. 사기죄 성립을 위한 '편취의 범의' 입증
변호사들은 현재 확보된 정황만으로도 집주인에 대한 사기죄 고소 가능성이 충분히 높다고 진단한다.
사기죄 성립의 핵심은 집주인이 계약 당시부터 보증금을 반환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에도 이를 숨기고 계약을 체결했는지, 즉 '편취의 범의(고의)'가 있었는지 여부다. 단순한 경제 사정 악화로 인한 보증금 미반환(민사상 채무불이행)과는 구별된다.
법무법인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는 "무자본 매입 후 전세보증금 증액, 다수의 담보대출과 가압류 이력, 반환 능력이나 의사 부족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전세계약을 체결한 경우, 형법상 기망행위와 편취의 고의가 인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 고의성을 뒷받침하는 세 가지 결정적 정황
전문가들이 사기죄 성립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근거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사실관계에 집중된다.
- 무자본 매입 및 과도한 대출: 집주인이 초기 자본 없이 보증금을 승계하여 집을 매입(갭투자)한 점, 그리고 곧이어 배우자 명의로 수억 원의 담보대출을 받아 부동산의 담보가치를 현저히 잠식한 행위는 처음부터 보증금 반환 능력이 없었음을 강력히 시사하는 기망행위로 평가될 여지가 크다.
- 보증금 증액 시점의 재정 악화 은폐: 2023년 보증금 증액 계약을 맺을 당시 이미 과도한 부채와 담보대출이 있었고, 해당 오피스텔이 깡통전세 상태였음을 알면서도 이를 세입자에게 고지하지 않고 오히려 보증금을 추가로 받은 행위는 편취의 고의를 입증하는 핵심 정황으로 작용한다. 법률사무소 새율 강민기 변호사는 "다른 임차인의 가압류 기록은 집주인의 자력 부족을 보여주는 객관적 증거가 된다"고 덧붙였다.
- 경매 및 연락 두절: 집주인 본인 거주지마저 경매로 소유권이 넘어간 점과 계약 만료 시점의 연락 회피 및 잠적은 계약 당시부터 반환 의사가 없었음을 추정하는 간접 증거가 된다.
3. 민사와 형사의 병행 전략
현재 진행 중인 보증금 반환 민사소송은 계약에 따른 보증금 회수를 위한 절차이고, 형사고소는 집주인의 고의적인 기망행위를 처벌하기 위한 별도 절차이므로 두 절차는 병행이 가능하다.
법무법인 반향 유선종 변호사는 "형사고소를 통해 집주인이 수사기관의 압박을 받게 되면, 피해 회복을 위해 합의를 시도하는 경우도 많다"며, 형사고소가 민사소송의 보증금 회수 가능성을 높이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피해 회복을 위한 긴급 대응: 핵심 증거 확보가 관건
형사고소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민사소송보다 더 엄격한 입증 기준이 요구된다. 변호사들은 집주인의 재산 상태와 기망 의도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가장 중요한 증거는 부동산 등기부등본이다. 이를 통해 근저당권 설정 내역, 가압류 기록, 소유권 관계 등을 확보하여 집주인의 채무 상황과 부동산 가치 잠식 정황을 입증해야 한다. 또한, 전세계약서, 보증금 이체 내역, 집주인과의 문자·통화 기록(특히 보증금 반환 거부 및 연락 두절 정황), 그리고 집주인의 재정적 어려움을 간접 증명하는 전대차 계약 관련 서류 등도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법무법인 에스엘 이성준 변호사는 "임대인은 보증금 반환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이를 숨기고 계약을 갱신하여 재산상 이익을 편취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사기죄로 형사고소를 진행할 경우 임대인이 처벌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최종 진단했다.
민사소송과 형사고소를 병행하며 확보된 자료를 바탕으로 고소장을 구성하는 것이 피해 회복과 임대인 처벌 가능성을 높이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