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 여성 대상 범죄 반복, 김예원 변호사 “자극적인 소설 한 편처럼 쓰이면 안돼”
지적장애 여성 대상 범죄 반복, 김예원 변호사 “자극적인 소설 한 편처럼 쓰이면 안돼”
군산경찰서, 살인·시체유기 일당 5명 검거
지적장애 여성 대상 범죄 비가(悲歌), 지난해 이어 올해도 비슷한 사건 반복
장애인권법센터 김예원 변호사 “피해자에 어떠한 지지 체계도 없었다는 게 가장 의문”

지적 장애 여성을 폭행해 숨지게 한 뒤 시신을 야산에 암매장한 일당 중 한 명이 18일 전북 군산경찰서 내부로 이동하고 있다 / 전북경찰청 제공 / 저작권자 (C) 연합뉴스
지적장애를 가진 20대 여성이 지난달 18일 원룸에 함께 살던 동거인들에 폭행당해 숨졌다. 동거인 5명은 피해자의 시신을 경남의 한 야산에 묻었다.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부모가 경찰에 “아이가 가출했다”고 신고한 지 두 달 만이다. 이들은 SNS를 통해 만나 공동생활을 시작했다. 상습적인 폭행과 감금도 있었다. 18일 전북 군산경찰서가 밝힌 지적장애 여성 암매장 사건의 자초지종이다.
1년 전에도 '판박이' 사건이 군산에서 있었다. 당시에도 피해자는 가출한 지적장애 20대 여성이었다. 피해자는 “말을 안 듣는다”는 이유로 수시로 폭행당했고, 결국 동거인들에 살해됐다. 시신은 야산에 매장됐다. 이들 역시 SNS에서 만났다.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유사한 점이 많다.
지적장애인을 표적으로 하는 범죄가 반복되는데 대책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사건들이 일회성의 비가(悲歌)로 그치는 셈이다. 왜일까. 2012년부터 8년 넘게 장애인 인권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예원(37) 변호사는 “가해자를 비난하는 목소리는 큰데 정작 피해자는 들여다보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런 사건이 발생하면 관심은 처벌로 집중된다. 형량을 높여야 한다는 대중들의 날것에 가까운 감정이 튀어나오고, 언론은 이를 적절히 ‘활용’한다. 이번 사건도 “짐승보다 못한” “동거녀 암매장한 무서운 남자들” 같은 자극적인 보도가 줄을 이었다.
그러나 전문가인 김예원 변호사의 시선은 ‘피해자의 옆자리’에 있다. 그는 이번 사건을 두고 “지적 장애인 주변의 지지 체계가 부족한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장애인권법센터의 김예원 변호사와 전화 인터뷰를 나눴다.

"지적 장애인 주변의 지지 체계가 대체로 취약하다. 이번 사건도 피해자에게 어떠한 지지 체계도 작동하지 않았다는 게 가장 의문이다. 장애가 있다고 무조건 범죄에 노출되는 게 아니다. 장애인 본인의 무능력보다도 주변의 지지 체계가 더 중요하다. 이번 사건만 봐도 고향인 광주에서 여러 번의 가출 시도가 있었지 않냐. 가족이나 친구, 이웃 등 주변 환경에서 피해자가 소외되지 않았다면 발생하지 않을 수 있었던 사건이다."
"충분히 가능하다. 이번 사건은 특이한 케이스가 아니다. 범죄 발생 사전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패턴이 있었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주고받은 SNS 메신저 흔적, 고향인 광주에서 여러 번 가출한 뒤 대구에서 가해자들과 합류한 점 등은 피해자의 공동체가 이미 파편화됐다는 증거다."
"지역사회에서 소외되면 자연스럽게 익명을 기반으로 하는 온라인 공간에 의지하게 된다. 이번 사건도 피해자와 가해자가 SNS에서 만났다. 익명성을 기반으로 하는 완벽한 타인 사이에서 가진 게 없으면 권력관계의 최하층으로 내몰리기 쉽다. 비슷한 패턴으로 범죄 환경에 노출되는 10대 지적장애 청소년들이 많다."
"충분히 반복될 수 있다. 비슷한 사건이 생기면 언론 등에서 가해자를 비난하거나, 누가 더 잘못했느냐를 따지는 목소리가 크다. 그러나 정작 피해자가 지역사회에서 어떻게 자라고,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관심은 없다. 동사무소, 주민센터, 장애인복지관, 아동보호전문기관조차 서로 다른 기관에 피해자 지원 등의 책임을 떠넘긴다. 인력난과 재정난에 찾아오는 사람도 다 못 만나주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이 부분에 관한 대책이나 관심이 많이 부족하다."
"기사를 보면 자극적인 소설 한 편처럼 쓰여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장애인과 성폭력이 연결되어 있을 때 심한 것 같다. 피해 사실을 지나치게 자세히 묘사하거나 특종처럼 다루는 등 선정적인 부분을 확대 재생산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기본적인 표현부터 틀렸다. 이번 사건도 ‘지적장애를 앓고 있다’고 말하던데, 지적장애는 질병이 아니다. ‘앓고 있다’가 아니라 ‘가지고 있다’가 맞는 표현이다. ‘보호’라는 표현도 잘못됐다.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장애인도 같은 권리를 존중받아야 하는 사람일 뿐이다."
"특례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일반법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아우르는 것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그렇다. 다만 단순 처벌 강화가 아니라 이런 상황에 놓인, 놓여질 가능성이 농후한 피해자에 대한 대책이 같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형사처벌을 높인다는 점에서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양형이 높아지면 기소가 잘 안 되고, 그에 상응하는 증거를 피해자에 요구한다. 이런 과정에서 시달리는 피해자도 많다. 처벌을 높이는 게 반드시 피해자에 유리한 것은 아니다."
"특례법의 방향을 형사처벌 강화로 둘지, 피해자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둘지 등의 합의가 진행 중이다. 피해자를 위한 방향이 어디일지 특례법을 만드는 과정에서 지켜보면 될 것 같다."
마지막으로 김예원 변호사는 "뉴스에 나오지 못하는 유사한 사건도 많다"고 호소했다. 더 심한 착취가 있었음에도 피해자가 죽지 않은 경우 등이다. 그는 "사건이 터지면 그제서야 우르르 몰려올 게 아니라 평소에 장애인에게 '오늘 기분 어떠냐', '어제 속상한 일은 없었냐'고 먼저 물어보는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