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베이글뮤지엄 26세 청년 ‘과로사 의혹’… 법적 쟁점 살펴보니
런던베이글뮤지엄 26세 청년 ‘과로사 의혹’… 법적 쟁점 살펴보니
"한 끼도 못 먹었다"는 메시지 남기고 사망
유족 "명백한 과로사" 산재 신청
런베뮤 측 "근무 기록상 간극 있다"며 자료 제출 거부

런던베이글뮤지엄 안국점 모습. /런던베이글뮤지엄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오픈런' 행렬을 이끄는 유명 베이커리 '런던베이글뮤지엄'(런베뮤)에서 주 80시간에 가까운 격무에 시달리던 26세 청년이 숨졌다. 유족은 명백한 '과로사'라며 산업재해(산재)를 신청했지만, 회사 측은 의혹을 부인하며 근로시간 입증 자료 제출을 거부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사망 전 주 80시간 근무…끼니 거르며 버틴 청년의 마지막 일주일
매일노동뉴스 보도에 따르면, 런던베이글뮤지엄 인천점 주임이었던 고(故) 정효원(26)씨는 지난 7월 16일, 회사 숙소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입사 14개월 만이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사인으로 단정할 만한 기존 질병은 발견되지 않았다. 키 180cm의 건장한 체격으로 평소 농구와 헬스를 즐기던 건강한 청년이었다.
유족이 고인의 스케줄표와 카카오톡 대화 등을 통해 재구성한 결과, 고인은 사망 직전 일주일 동안 약 80시간을 일했다. 인천 신규 지점 개점을 준비하며 하루 평균 13시간을 넘게 일했고, 휴무일에도 불려 나갔다. 이는 사망 이전 12주간의 주 평균 근무시간(58시간)보다 37%나 급증한 수치다.
고용노동부는 뇌심혈관질환 산재 판단 시, 사망 직전 일주일 업무량이 이전 12주 평균보다 30% 이상 증가하면 과로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정씨의 경우는 이 기준을 훌쩍 뛰어넘는다.
정씨는 사망 하루 전, 오전 9시쯤 출근해 자정이 다 돼서야 퇴근하며 연인에게 "한 끼도 먹지 못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휴게시간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끼니를 거르는 날이 잦았다.
유족 "아들 죽음은 과로 탓" vs. 회사 "동의 못 해, 자료도 못 줘"
유족은 고인의 죽음이 명백한 과로사라며 지난 22일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를 신청했다.
하지만 런베뮤를 운영하는 (주)엘비엠은 "과로사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회사가 확인한 근무 기록과 유족의 주장에 상당한 간극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장의 근거가 될 지문인식, 앱 기록 등 구체적인 근태 자료는 제출하지 않았다.
심지어 한 고위 임원은 유족에게 "과로사로 무리하게 (산재를) 신청한다면 진실을 알고 있는 저와 직원들이 과로사가 아님을 적극적으로 밝히겠다"며 "굉장히 부도덕해 보인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는 산업안전보건법이 금지하는 '산재 은폐' 시도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고인의 어머니는 매일노동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빈소를 찾은 동료들이 하나같이 '아들이 없었으면 매장 문을 제때 못 열었을 것'이라고 했다"며 "일이 곱빼기가 될 것 같다며 승진도 거절했던 아들"이라고 울먹였다.
법적 쟁점 ①과로사 입증 ②위법한 근로계약 ③산재 은폐 의혹
이번 사건의 법적 쟁점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 업무상 재해(과로사) 인정 여부다. 유족 측은 △사망 직전 급증한 근무 시간 △만성적 초과 근무 △높은 노동 강도 △고인의 건강 상태 등을 근거로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회사는 이를 부인하고 있어, 근로복지공단과 법정에서 치열한 다툼이 예상된다.
둘째, 근로기준법 위반 소지다. 고인의 근로계약서는 월급에 이미 주 14시간 이상의 초과 근무 수당을 포함하고 있었다. 이는 주 52시간 상한제를 위반한 것을 전제로 한 계약이다.
또한, 제과점업은 근로시간 특례업종이 아님에도 "주 12시간을 초과해 연장근로 할 수 있다"는 조항을 넣어 법 위반 가능성이 짙다.
셋째, 회사의 산재 은폐 의혹이다. 회사가 객관적인 근태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임원이 유족에게 압박성 메시지를 보낸 행위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산재 은폐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사업주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아직 의혹 단계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보면 법적 책임 무게는 회사 측으로 크게 기운다. 명백한 근로기준법 위반 정황과 산재 입증의 핵심인 근태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태도는 매우 불리한 요소다.
고인이 과도한 업무를 수용한 측면이 있더라도, 이는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있는 근로자의 현실적 한계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