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 100억은 기부가 아니다…위기의 총수가 '사재출연' 카드 꺼내는 이유
백종원 100억은 기부가 아니다…위기의 총수가 '사재출연' 카드 꺼내는 이유
개인 주식 담보 대출로 마련
'쌩돈' 맞지만 단순한 희생 아냐

백종원 대표가 위기 속 더본코리아를 살리기 위해 100억 원의 사재를 투입했다. /연합뉴스
백종원 대표가 위기에 빠진 회사를 위해 100억을 내놓자, 대주주의 '사재출연'이 단순한 희생을 넘어 고도로 계산된 법적·경영적 카드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단기적으로 막대한 개인적 손실을 감수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생존과 자신의 자산 가치까지 지키려는 다목적 포석이라는 것이다.
사재출연이란? 갚지 않아도 되는 '증여'
최근 백종원 대표는 더본코리아 가맹점주와의 상생을 위해 100억 원 규모의 사재를 내놓았다. 이 자금은 개인 주식을 담보로 NH투자증권에서 받은 120억 원의 대출금에서 나왔다.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는 지점은 '사재출연'의 진짜 의미다.
사재출연이란 말 그대로 개인이 가진 재산을 대가 없이 회사나 단체에 주는 행위를 뜻한다. 이는 주식 취득을 대가로 하는 '출자(투자)'나 나중에 돌려받는 '대여(대출)'와는 법적으로 명확히 구분된다. 한마디로 회사에 '증여'하는 것으로, 백 대표 개인에게는 돌아오지 않는 돈이다.
100억, 정말 '쌩돈' 나가는 걸까?
백 대표의 경우, 사재출연은 실제로 100억 원이라는 막대한 '쌩돈'이 나가는 행위가 맞다. 그는 개인 소유의 더본코리아 주식을 담보로 120억 원을 대출받았고, 이 대출금의 원리금 상환 책임은 오롯이 백 대표 개인이 짊어진다.
회사는 100억 원의 현금을 수혈받아 재무 건전성을 높이지만, 그 대출에 대한 이자와 상환 부담은 백 대표 개인의 몫으로 남는 구조다. 즉, 개인의 재산이 감소하고 회사의 자산이 증가하는 명백한 자산 이전 행위다.
그렇다면 대주주는 왜 사재출연을 하나
그렇다면 대주주들은 왜 이런 개인적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사재출연 카드를 꺼내 드는 걸까. 크게 네 가지 목적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첫째, 기업의 생존
더본코리아가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위기에 처했을 때, 대주주의 사재출연은 가장 확실하고 빠른 유동성 확보다. 외부 투자나 대출이 어려운 상황에서 총수의 책임감 있는 모습은 회생의 발판이 된다.
둘째, 실추된 이미지 회복
각종 논란으로 기업 이미지가 훼손됐을 때, 대주주의 사재출연은 가장 강력한 쇄신 의지의 표명이다. 백 대표가 '점주와의 상생'을 명분으로 내세운 것처럼, 이는 가맹점주, 소비자,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들의 신뢰를 되찾는 상징적 조치다.
셋째, 경영권 방어 수단
회사의 재무구조가 취약해지면 적대적 인수합병(M&A) 등 외부 공격에 노출될 수 있다. 사재출연으로 부채를 줄이고 자본을 확충하면, 안정적인 경영권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넷째, 법적 책임 경감 목적으로 활용
일부 재벌 총수들은 횡령·배임 등 혐의로 재판받을 때, 사재출연을 약속하며 선처를 호소하기도 한다. 실제로 법원은 사회공헌 차원의 사재출연을 양형에 참작해 집행유예를 선고한 바 있다(서울고등법원 2007. 09. 06 선고 2007노586 판결).
사재출연으로 얻는 기대효과…희생을 넘어선 '투자'
결론적으로 대주주의 사재출연은 단순한 희생이 아니라, 장기적 이익을 염두에 둔 전략적 투자에 가깝다.
사재출연으로 회사가 위기를 극복하고 정상화되면 기업 가치는 상승한다. 이는 곧 대주주가 보유한 나머지 주식의 가치 상승으로 이어진다.
백 대표의 경우, 100억 원 투입으로 더본코리아의 가치가 회복된다면 담보로 잡힌 주식 외에 자신이 보유한 전체 주식의 가치가 올라 손실을 만회하고도 남을 수 있다.
또한, 가맹점주와의 관계 개선은 장기적으로 브랜드의 안정성과 수익성을 높이는 핵심 요소다. '상생'이라는 명분은 기업과 CEO 개인의 평판을 높여 무형의 자산이 된다. 상황에 따라 세제 혜택을 받는 경우도 있지만, 조세 회피 목적이 드러날 경우 법적 문제가 될 수 있다.
결국 백 대표의 100억 원은 단기적으로는 분명한 개인 재산의 손실이지만, 장기적으로는 회생을 통한 기업가치 증대와 자산 가치 방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경영적 판단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