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주·세·요' 입 모양 신고한 피해자와 같은 건물에 사는데…구속영장 기각
'살·려·주·세·요' 입 모양 신고한 피해자와 같은 건물에 사는데…구속영장 기각
112 신고 후 '침묵'⋯위급상황 감지해 경찰 출동
특수상해 혐의로 검거했지만, 법원은 "주거 일정하다"며 영장 기각

전 여자친구를 주먹으로 때리고, 흉기로 상처를 입힌 20대 남성이 풀려났다. 법원이 주거가 일정하다는 이유 등으로 피해자와 같은 오피스텔에 사는 피의자의 구속영장을 기각했기 때문이다. /셔터스톡
전 연인을 때리고 흉기를 휘두른 20대 남성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됐다. 이 사건은 피해자가 112에 신고해 아무런 말을 하지 않자, 경찰이 위급상황임을 직감하고 범인을 검거해 일명 '침묵의 112' 사건으로 알려졌다.
10일 경찰 등에 따르면, 김태환 인천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주거가 일정하고 다른 범죄 이력이 없다"며 특수상해 혐의를 받는 20대 A씨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A씨는 지난 5일 오전 8시쯤 전 여자친구 B씨를 주먹으로 때리고 흉기로 상해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피해자 B씨는 인천경찰청 112 치안종합상황실로 신고 전화를 걸었지만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이에 경찰은 "도움이 필요하면 숫자 버튼을 두 번 눌러달라"고 했다. 현재 경찰은 숫자 버튼을 두 번 누르면 신고가 이뤄지는 '112 똑똑'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하지만 B씨는 숫자 버튼을 누르지 않고 여전히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수화기 너머로 남녀가 싸우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경찰은 긴급상황이라고 판단하고 위치추적시스템 LBS(Location Based Service)을 가동해 관할 경찰서에 '코드 1' 지령을 내렸다. 경찰 출동 단계는 위급 상황을 기준으로 코드 0~4단계로 구분된다. 이중 코드1은 인명 피해 가능성이 있을 때 내려진다.
경찰은 현장으로 이동하면서 B씨가 있는 오피스텔 호수를 알기 위해 전화했지만, B씨는 "잘못 눌렀다", "신고를 취소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자 경찰은 '안전한지 직접 확인해야 한다'고 설득했고, 신고 접수 3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이후 초인종을 누르자, A씨가 태연히 문을 열었다. 그 뒤에 있던 B씨는 소리를 내지 않고 입 모양으로 '살려주세요'라고 했다.
이에 경찰들은 B씨에게서 주먹, 흉기로 상해를 입은 흔적을 발견하고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조사 결과 A씨는 전 여자친구인 B씨를 찾아가 얼굴을 때리고 흉기로 한 차례 찔러 다치게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경찰은 A씨에 대해 특수상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주거가 일정하다는 등의 이유로 기각했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법원이 피의자를 구속할 수 있는 사유는 크게 세 가지로, ①일정한 주거가 없는 때, ②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 ③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이다(제70조).
현재 경찰은 A씨를 불구속 상태로 수사하며 향후 구속영장을 재신청할지 검토할 계획이다.
또한 B씨가 A씨와 같은 오피스텔 다른 층에 사는 점을 고려해 주변 순찰을 강화하고 치료비와 심리 상담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B씨의 거부로 스마트워치는 지급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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