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로 2명 숨지게 하고도 "살해 의도 없었다"…법원의 판단은
약물로 2명 숨지게 하고도 "살해 의도 없었다"…법원의 판단은
사이코패스 판정에 연쇄 범행까지
김소영의 '고의 부인' 통할까

'강북 모텔 연쇄살인' 피의자 김소영 /연합뉴스
강북 지역 모텔을 돌며 20대 남성 3명에게 약물을 먹여 2명을 숨지게 한 20세 김소영의 첫 재판이 4월 9일 열린다.
수사 결과 범행 도구는 벤조디아제핀계 약물로 드러났으며, 경찰의 사이코패스 진단평가(PCL-R)에서 25점을 받아 사이코패스로 분류된 상태다.
치명적인 결과를 낳았음에도 김소영은 수사 과정에서 "살해할 의도는 없었다"며 범행의 고의성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명백한 피해자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살인의 고의성을 다투는 이유와 이를 입증할 핵심 법적 쟁점을 살펴본다.

3명에게 연달아 약물 투여하고 2명 사망… '고의성 부인'에 숨은 형량 감경 꼼수
사건의 사실관계는 명확하다.
김소영은 2025년 12월부터 2026년 2월 9일까지 20대 남성 3명에게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이 든 음료를 건네 의식을 잃게 만들었다.
이 약물에 취한 피해자 중 2명은 끝내 목숨을 잃었고, 1명은 다행히 치료를 받고 회복했다.
사안의 중대성을 인정한 검찰은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거쳐 특정중대범죄 혐의로 김소영의 머그샷과 신상을 전격 공개하고 그를 구속기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소영은 살인의 고의성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이는 법정에서 중형이 불가피한 살인죄 대신 상대적으로 형량이 가벼운 상해치사 등의 혐의를 적용받으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칼이나 둔기 같은 일반적인 흉기가 아닌 수면제 등의 약물을 투약해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 가해자 측에서 살인의 직접적인 목적이 없었다고 변명하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조계와 수사기관의 판단은 다르다.
"죽을 줄 몰랐다?"… 법원이 판단하는 '미필적 고의'의 잣대
형법 제250조 제1항에 규정된 살인죄는 반드시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한 확정적 살해의 목적이 있어야만 성립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타인이 사망할 가능성이나 위험이 있음을 인식하고, 그 결과 발생을 내심 용인했다면 이른바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어 살인죄로 처벌받게 된다.
대법원 판례(대법원 2006도734 판결)에 따르면, 피고인이 살인의 고의를 부인할 때 법원은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흉기의 종류와 용법, 공격의 반복성, 사망의 결과 발생 가능성 등 객관적 사정을 종합해 고의성을 판단한다.
이 사건에서는 범행 도구로 사용된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의 치사 가능성이 핵심이다.
대구고등법원(2022노43 판결)은 약물 투약으로 피해자의 건강 상태가 나빠지고 생활기능에 장애가 초래되었다면 상해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검찰은 김소영이 약물의 치사량을 인터넷으로 검색하는 등 사전에 철저히 범행을 준비했는지, 약물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었는지를 객관적 증거로 입증해 살인의 고의를 밝혀낼 예정이다.
멈추지 않은 연쇄 범행, 살인 고의 입증할 가장 강력한 증거
검찰은 이번 사건을 사전에 흉기(약물)를 준비한 계획범죄이자 이상동기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김소영의 주관적인 진술과 관계없이, 법원은 범행의 '반복성'과 '범행 후 회피 행동'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김소영은 첫 번째 피해자에게 약물을 투여해 사망이라는 치명적인 결과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수법으로 다른 두 명의 남성에게 연이어 약물을 투약했다.
법리는 이를 치밀한 관찰력에 기반한 간접사실로 본다.
타인이 사망하는 결과를 직접 목격하거나 인지할 수 있었음에도 범행을 멈추지 않았다는 사실은, 곧 자신의 행위가 사망을 초래할 수 있음을 뻔히 알면서도 용인했다는 미필적 고의의 명백한 증거가 된다.
또한 피해자가 의식을 잃은 후 119에 신고하는 등 결과를 회피하려는 구호 조치 없이 현장을 이탈했다면, 이는 살인의 고의를 뒷받침하는 결정적인 정황으로 작용한다.
사이코패스 판정, 형량 감경 위한 '심신미약' 카드로 통할까
김소영이 사이코패스 진단평가에서 40점 만점에 25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받은 사실이 알려지며, 일각에서는 재판에서 심신장애(심신상실 또는 심신미약)를 내세워 형량 감경을 시도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대법원(83도1254 판결)은 심신장애 여부를 판단할 때 반드시 전문의의 감정에만 의존할 필요 없이 피고인의 전반적인 행동과 기록을 참작해 법원이 결정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단순한 사이코패스 성향 자체가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사전에 약물을 불법으로 구하고, 범행 대상을 고의로 물색한 계획성은 심신미약 주장을 무력화하는 강력한 근거가 된다.
오는 4월 9일 오후 3시 30분,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4부(오병희 부장판사)에서 열리는 첫 공판에서는 객관적 증거를 통해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입증하려는 검찰과 이를 회피하려는 김소영 간의 치열한 법정 공방이 펼쳐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