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값은 짬짜미, 과징금은 국고로…짜장면·빵값 피해, 소비자가 돌려받을 길은?
밀가루값은 짬짜미, 과징금은 국고로…짜장면·빵값 피해, 소비자가 돌려받을 길은?
6710억 과징금 전액 국고 귀속
밀가루값 38~74% 폭등 피해
공동소송이 유일한 현실적 대안

7개 제분사의 6년간 밀가루 담합에 대해 공정위가 671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연합뉴스
6년간 국민들의 밥상 물가를 쥐고 흔든 주요 제분사들의 '밀가루 담합' 사태로 역대 최대 규모인 6710억 원의 과징금 철퇴가 내려졌지만, 정작 비싸게 짜장면과 빵을 사 먹은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상받고 물가 하락을 체감하기까지는 험난한 법적 한계가 도사리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한제분, CJ제일제당 등 7개 제분사가 6년간 6조 원 규모의 담합을 벌인 사실을 적발하고 과징금 부과와 함께 '독자적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렸다.
사실상 밀가루 가격을 낮추도록 강제한 조치지만, 국민들의 시선은 최종 소비재인 짜장면, 라면, 빵 가격의 인하와 피해 보상 여부에 쏠려 있다.
밀가루값 내려도 빵값 강제 인하 못 해
밀가루 공급 가격이 강제로 재결정된다고 해서 라면이나 빵 가격이 즉각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공정거래법상 가격 재결정 등 시정명령은 담합 등 위법 행위를 저지른 직접 가담자에게만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제과업체 등 2차 제조사들은 비싸진 밀가루를 구매해 그 부담을 소비자에게 넘기긴 했으나, 법적으로는 이들도 담합의 피해자 겸 중간 사업자 지위에 있다.
따라서 공정위가 이들에게 최종 소비자가격을 내리라고 직접 강제할 법적 권한은 없다.
다만, 우회적인 압박은 가능하다. 밀가루 공급 가격이 인하되어 원가 하락 요인이 발생했음에도 라면·빵 제조업체가 부당하게 가격을 유지하거나 올린다면,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지위 남용(가격 남용행위)'으로 규제할 수 있다.
과거 공정위가 제과 3사의 제품 용량 꼼수를 가격 남용으로 인정해 시정을 명했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 역시 해당 기업이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해당해야만 발동할 수 있어 일률적인 강제 적용에는 한계가 따른다.
6710억 과징금은 전액 국고로…'전 국민 손해배상' 가로막는 법적 장벽
제분사들의 담합 기간 동안 밀가루 판매 가격은 무려 38~74% 폭등했다.
제분사들이 부당하게 챙긴 이익을 환수하는 6710억 원의 과징금은 전액 국고로 귀속될 뿐,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은 일반 소비자에게 직접 환원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이 뭉쳐서 전 국민 손해배상을 받아낼 수는 없을까.
현행법상 최종 소비자들은 밀가루를 빵이나 라면 형태로 간접 구매한 '간접구매자'에 해당하지만, 대법원 판례와 공정거래법에 따라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 자체는 인정된다.
심지어 가해 기업이 고의나 과실이 없음을 스스로 증명해야 하므로 일반 민사소송보다 피해자에게 유리한 측면도 있다.
문제는 현실적인 입증 어려움과 집단소송제의 부재다. 소비자가 배상을 받으려면 담합으로 오른 밀가루 가격이 자신이 산 빵 한 봉지, 짜장면 한 그릇에 정확히 얼마만큼 전가됐는지를 개별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더 큰 장벽은 우리나라에는 미국처럼 한 번의 재판으로 모든 피해자가 구제받는 '공정거래 분야 집단소송제'가 아직 법적으로 도입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단일 소송으로 전 국민이 일괄 배상을 받는 일은 현행법상 불가능하며, 현재로서는 소비자단체 등을 중심으로 다수의 피해자가 모여 공동소송을 제기하는 방법이 유일한 현실적 대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