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조지폐 사려다 사기당한 나, 신고하면 처벌받을까?
위조지폐 사려다 사기당한 나, 신고하면 처벌받을까?
범죄 자수와 피해 구제 사이의 딜레마
법조계의 엇갈린 해법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위조지폐를 사려다 되려 코인 사기를 당했습니다. 신고하면 저도 처벌받나요?"
범죄의 문턱에서 피해자로 전락한 한 남성의 질문이 법률 시장에 파문을 던졌다. 익명의 메신저 텔레그램과 추적이 어려운 암호화폐를 이용한 신종 범죄의 딜레마를 두고, 법률 전문가들은 처벌 가능성과 대응 방안에 대해 저마다 다른 해법을 내놓고 있다.
사기 피해 신고가 곧 자신의 범죄를 자백하는 셈이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 법의 칼날은 과연 누구를 향할까.
"처벌 가능" vs "경고 그칠 것"…팽팽한 법조계 시각
사기 피해자의 가장 큰 고민, 즉 '신고 시 처벌 가능성'에 대해 법률 전문가들의 의견은 첨예하게 엇갈렸다.
윤영석 변호사(법무법인 베테랑)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위조지폐를 구매하려는 행위 자체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라고 단언했다.
그는 형법 제208조를 근거로 "위조지폐를 구매하려 한 행위는 '위조통화취득미수'에 해당하여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라며, 신고가 자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임호균 변호사(디센트 법률사무소)는 "다만 실제 위조지폐를 받지 않았고, 스스로 신고하며 피해 사실을 밝힌다면 처벌 가능성은 낮고 경고 수준에 그칠 수 있습니다"라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수사기관이 위조 목적보다 사기꾼 검거에 집중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조대진 변호사(윈앤파트너스 법률사무소)는 "말씀해 주신 사안과 관련하여 해당 사안은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의뢰인분도 처벌의 가능성은 있습니다"라며 섣부른 판단을 경계하고 변호사를 통한 신중한 대응을 주문했다.
핵심 쟁점은 '실물 취득'…법리상 미수 처벌은 '글쎄'
법리적으로만 따지면, 실제 위조지폐를 손에 넣지 않은 '미수' 상태가 처벌을 피할 핵심 열쇠가 될 수 있다.
법적 분석에 따르면, 형법은 '위조 통화를 취득한 후 그 사정을 알고 행사한 자'를 처벌(형법 제210조)하는데, 이번 사건 당사자는 위조지폐를 실제로 '취득'하지 못했으므로 해당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더욱이 우리 형법은 통화를 위조하는 행위(형법 제207조)와 달리, 위조 통화를 취득하려다 실패한 행위에 대해서는 별도의 예비·음모 처벌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따라서 실제로 위조지폐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구매를 시도한 행위만으로는 형사처벌 대상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수사 과정에서 구매 목적과 경위에 대한 조사는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텔레그램·코인 추적, 과연 가능할까?
그렇다면 익명성을 방패 삼은 사기범을 잡을 수는 있을까?
통념과 달리 전문가들은 '불가능하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윤영석 변호사는 "그러나 수사기관의 수사 기법 발전으로 검거가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라며 코인 지갑 주소와 연동된 거래소 정보 등을 추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다. 법적 분석에 따르면 범인이 '믹싱 서비스'(코인 세탁)를 이용하거나 해외 거래소를 통해 자금을 빼돌릴 경우 검거가 어려울 수 있다.
실무상 가상자산을 이용한 사기 사건의 검거율이 높지 않은 이유다. 설상가상으로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방지 특별법'에 따른 계좌 지급정지 및 피해금 환급 절차도 적용받기 어렵다.
현행법상 가상자산(코인)은 전자금융거래 대상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딜레마의 결론, '피해자'로 먼저 신고해야
처벌의 위험과 낮은 검거율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이 제시한 해법은 '즉시 신고'로 모아진다. 임호균 변호사는 "따라서 증거를 모두 보존해 "사기 피해자"로서 즉시 신고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대응입니다"라고 결론 내렸다.
비록 처벌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지만, 범죄 시도를 자백하는 것보다 사기 피해자로서의 지위를 먼저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신고를 위해서는 텔레그램 대화 내용, 코인 송금 내역(트랜잭션 해시), 사기범의 코인 지갑 주소 등 모든 증거를 빠짐없이 확보해야 한다.
위조지폐 유통은 시장 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중범죄다. 한순간의 잘못된 호기심이 더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각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