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내 괴롭힘 방지법 2주 차, 증거수집 방법·사례 살펴보니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 2주 차, 증거수집 방법·사례 살펴보니
직장갑질 119 등 '괴롭힘' 제보 늘어
피해자는 '합법적 증거 수집', 회사는 '사례숙지' 필요

16일 경기도 수원시 고용노동부 경기지청 민원실에 마련된 직장 내 괴롭힘 신고센터에서 민원인들이 상담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권준우 기자 / 저작권자 (c) 연합뉴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된 지 9일이 지났습니다. 해당 법령은 ‘태움’ 문화와 갑질 등으로 대표되던 사회적 문제의 방지제도가 될 것으로 기대가 모인 바 있습니다.
지난 16일부터 시행된 방지법에 따라 상사의 부당한 지시나 모욕 등 ‘갑질’이 신고되면 회사는 피해자가 요구하는 근무지 변경, 유급휴가 등을 허용해야 합니다. 가해자는 징계해야 하고, 회사가 신고자나 피해자에게 불이익을 줄 경우 3년 이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습니다.
고용노동부에도 직장내 괴롭힘 진정사건이 신고되고 있는 가운데,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에서도 법 시행 일주일 새 관련 제보가 70%가량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신고를 위한 증거수집 방법은

이미지 제작 : 김기쁨 기자
A씨는 직장 동료 B씨,C씨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B씨와 C씨는 메신저에서 대놓고 A씨의 험담을 했고, 식사 시간에도 A씨를 따돌렸을 뿐만 아니라 업무공유를 누락해 A씨의 업무 평판까지 손해를 끼쳤습니다.
위의 상황에도 불구하고 A씨는 곤란하다고 합니다. 회사 사람들도 증인을 서지 않으려고 하고, ‘괴롭힘’에 대한 판정 기준도 모호하기 때문입니다. A씨는 신고를 위한 합법적인 증거에 대해서 변호사에게 자문했습니다.
법무법인 태일의 최재윤 변호사는 먼저, 개정된 기준법의 ‘직장 내 괴롭힘’은 형사 고소가 아니라 사내에 신고하는 것임을 명확히 했습니다. 모욕죄나 명예훼손죄와 달리 법령상 가해자에 대한 처벌 조항이 없고, 대응과 예방에 초점을 맞춘 법안이기 때문입니다.
합법적인 증거 확보에 대해서 최 변호사는 ‘싫어하는 티를 내는 대화 녹음’을 언급하는 한편, 상대방의 동의를 얻지 않아도 불법이 아니라고 덧붙였습니다. 비밀 녹음이라 할지라도 본인이 참여한 대화일 경우 불법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SNS 대화내용 캡처도 마찬가지로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밥을 혼자 먹은 카드 명세’도 따돌림의 간접 증거가 됩니다. “업무공유 누락한 자료 등은 확보가 어려울지라도 신고와 동시에 관련 조사를 요청하는 게 좋다”는 게 최 변호사의 설명입니다. 또한 최 변호사는 “A씨가 지나다닐 때 가해자가 험담을 나눈 메신저창을 띄워두는 모습을 찍은 동영상도 불법이 아니어서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괴로움을 겪던 직장인들이 괴로움을 토로할 길은 열린 듯합니다. 그러나 A씨의 호소대로 ‘괴롭힘’에 대한 판정 기준이 모호한 까닭에 시행법이 산업계 전반에 안착하기까지는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고용부가 발표한 사례에 따르면
실제로 방지법 시행 일주일간 고용노동부에 접수된 진정 건수는 63건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신고 사인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데 따르는 어려움이 원인일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고용노동부는 기존에 세 차례에 걸쳐 매뉴얼을 발표했습니다.

자료=고용노동부 / 이미지 제작 : 김기쁨 기자
먼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정의되려면 직장에서의 ‘관계상 우위’가 이용되어야 합니다. 직위뿐만 아니라 나이와 학벌, 근속연수, 노조 가입 여부, 정규직 여부까지도 관계상 우위로 해석됩니다.
다음은 피해자에게 불쾌감을 일으키는 행위여야 하는데, 가벼운 심부름이라도 근무환경을 악화했다면 직장 내 괴롭힘이 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야 한다는 대목입니다. 업무상 필요성과 사회통념이 함께 고려됩니다. 막말·부적절한 호칭 사용·따돌림 등이 일적으로 필요하더라도 사회 통념상 어긋난다면 직장 내 괴롭힘으로 분류됩니다. 여성에게 커피를 타오라거나, 남성에게 생수 물통을 교체하라는 등 고정된 성 역할에 기반한 지시를 강제로 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고용부는 주관적 해석이 개입될 여지가 많음에 따라 구체적 예시 또한 공개했습니다. 회식이 대표적입니다. 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회식을 강요하거나, 다량의 술을 강제로 권유하는 경우, 따돌림 수준의 식사 자리 배제 등이 있습니다.
부하 직원의 미흡한 업무 처리나 상습적인 지각으로 인해 상사가 보완 지시를 반복해서 내린 경우에는 ‘업무상 적정 범위’에 해당할 수 있기에 여러 정황이 살펴져야 합니다. 팀장이 단체 대화방에서 부하 직원에게 “똑바로 하라”면서 업무 실수를 공개 지적한 경우에도 일회성 주의라면 해당하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