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법을 다시 생각한다(2)] 창작자의 보호와 공정한 이용의 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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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법을 다시 생각한다(2)] 창작자의 보호와 공정한 이용의 균형

2020. 08. 18 10:28 작성
정진섭 변호사의 썸네일 이미지
jsjung@souln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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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법의 양대 목적은 창작자의 보호와 공정한 이용의 균형(Balance of protection and use)에 있다. /셔터스톡

광복절 전날인 8월 14일은 정부에서 제정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이다. 과거의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인류의 보편적 인권을 희생시킨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노력은 꾸준히 이어질 것이고, 이어져야 마땅하다. 그래서 2011년에 헌법재판소는 위안부 문제의 외교적 해결을 회피하는 정부의 부작위가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최근에는 위안부 시민단체의 회계 부정 사건이나 '소녀상'을 둘러싼 저작권 분쟁이 발생해서 사회 안팎의 비판적 시각이 대두되기도 하였다. 위안부 논란이 저작권 문제로까지 비화된 것은 뜻밖이지만, 반드시 나쁜 일만은 아니다. 그 논란 자체가 저작권의 중요성이 사회 전반에 뿌리를 내렸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지난 5월 강원도 태백시 문화예술회관 앞에 제막될 예정이었으나, 저작권 침해 문제로 헌 이불을 뒤집어쓰게 된 '평화의 소녀상' 모방 논란이 바로 그것이다. 분쟁의 시작은 원작가 부부가 2015년에 저작권 및 상표권 등록을 한 것을 근거로 태백시에 내용증명우편을 보내 폐기처분을 요구한 데 기인한다. 이후 민·형사소송으로 비화되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현행 저작권법의 일반적 해석에 따르면, 원저작자 아닌 다른 작가가 유사한 소녀상을 만들 경우 '저작권 침해'가 성립되고, 손해배상이나 침해금지 청구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늘 언급되듯이, 저작권법의 양대 목적은 창작자의 보호와 공정한 이용의 균형(Balance of protection and use)에 있다. 소녀상 문제는 최초 작가의 보호도 중요하지만, 보편적 인권과 공익적 가치가 높으며 '공정 이용'의 관점에서 유사한 저작물에 대한 제작⋅전시를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도 유력하다.


사실 일본군 위안부를 소재로 한 저작물은 '평화의 소녀상'뿐만 아니다. 아이 캔 스피크(I can speak)라는 영화도 제작되었고, 여성가족부의 공식 사이트에서도 위안부 할머니들의 수기나 영상인터뷰, 학생 공모전 입상작 등 여러 작품을 볼 수 있다. 이외에도 수많은 민간 저작물 가운데 창작성과 예술성 뛰어난 작품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이런 저작물은 널리 이용되면 될수록 보편적 인권 의식의 함양이라는 공익목적에 부합하게 될 것이다.


반면에 '소녀상'이든 다른 저작물이든 원작의 창작적 개성보다는 앞선 작품을 모방하는 풍토가 성행하거나, 그 제작과 전시과정에서 영리 목적이나 정치 목적이 개입하게 되면, 문화 예술의 발전에 별다른 기여가 되지 않으며, 사회운동의 순수성이 훼손되는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


지난 5월 저작권 침해 문제로 헌 이불을 뒤집어쓰게 된 '평화의 소녀상'. /연합뉴스


서로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창작자와 이용자 사이에서 공정 이용(fair use)의 균형점이 어디일까 하는 문제는 어려운 법리적 딜레마가 따른다. 왜냐하면 각자 처한 입장에 따라 견해를 달리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작권법의 공정 이용(제35조의5) 조항에는 ① 이용의 목적 및 성격 ② 저작물의 종류 및 용도 ③ 이용된 부분이 저작물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중요성 ④ 시장가치에 미치는 영향 등 4가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여전히 해석상 모호한 사례가 다수 존재하며, 이 4가지 고려요소만으로 공정이용 해당 여부가 명료해지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공정이용 해당 여부는 엄격한 문언적 해석보다는, 판례법을 통해 구체화될 수밖에 없고, 결국은 조리(條理)와 건전한 상식에 따르는 것이 최선이 아닐까 싶다. 지난달 '저작권법을 다시 생각한다.'라는 주제로 미국 팝아트의 선구자 앤디 워홀의 '차용미술(借用美術)'을 소개하면서, "Fair Protection Fair Use"라는 표어를 제안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사실 공정(Fair)이란 단어는 사회 각 분야에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면 회계의 영역에서도 '시세'를 평가할 때 공정가치(Fair Value)라는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 이 개념은 적정한 공시를 위하여 매우 중요하면서도, 막상 실제로 적용하는 데는 어려움이 크다고 한다.


여하튼 저작권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그렇다고 저작권자 보호만이 만능이라고 해석하면 안 된다. 자칫하면 지재권 과잉보호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부디 보호와 이용의 균형을 통해서, 창작자와 이용자들 사이에 평화적 분쟁 해결 풍토가 확산되고, 저작권 문화의 지속적 발전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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