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꽃뱀 사기치자”는 말에 30년 우정 내던진 남성…친구를 성폭행범으로 만들었다
[단독] “꽃뱀 사기치자”는 말에 30년 우정 내던진 남성…친구를 성폭행범으로 만들었다
창원지법 통영지원, 오랜 친분 악용해 가짜 성폭행 사건 조작한 피고인에 징역 2년·집행유예 3년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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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피해자를 불러내 술만 마셔주면 돼. 나머지는 우리가 알아서 할게"
2022년 9월, 피고인 A씨는 공범들에게서 거절하기 힘든 제안을 받았다. 사회적으로 지위가 있는 남성에게 여성을 접근시켜 성관계를 유도한 뒤, 성폭행으로 고소하겠다며 합의금을 뜯어내는 이른바 '꽃뱀 작업'에 30년간 알고 지낸 자신의 친구 B씨를 끌어들이자는 것이었다. A씨는 결국 오랜 친구를 제물로 삼기로 마음먹었다.
우연 가장한 합석, 만취 연기…계획된 '덫'

계획은 치밀했다. A씨는 친구 B씨를 술자리로 불러내는 '바람잡이' 역할을 맡았다. 공범들은 B씨를 협박할 여성, 가짜 변호사 사무장, 가짜 피해 여성 오빠로 각자 역할을 나눴다.
2022년 9월 20일, A씨는 "함께 술이나 마시자"며 B씨를 거제시의 한 주점으로 불러냈다. 잠시 후, 공범 여성 2명이 옆 테이블에 앉았고, 이내 A씨가 여성의 휴대전화를 밟아 액정을 깨뜨린 것처럼 꾸며낸 소동이 벌어졌다. A씨는 "보상해주겠다"는 핑계로 자연스럽게 합석을 유도했다. 짜여진 각본의 시작이었다.
자리를 옮겨 술을 마시던 중, 여성 한 명이 만취한 척 연기하며 쓰러졌다. B씨는 이 여성을 부축해 인근 모텔로 데려다주었고, 여성은 B씨가 자리를 비운 사이 성폭행을 당한 것처럼 행세하며 모텔을 빠져나왔다.
"무조건 구속된다"…가짜 사무장·오빠까지 동원한 협박
다음 날, A씨는 B씨에게 전화를 걸어 "어제 그 여자애들이 강간당했다고 난리가 났다. 산부인과 진단서까지 끊었다더라"며 거짓말로 불안감을 조성했다. 공원으로 B씨를 불러낸 여성들은 가짜 산부인과 진단서를 들이밀며 "어떻게 애를 이렇게 만들어 놓냐"고 몰아세웠다.
궁지에 몰린 친구에게 A씨는 "해결 봐야 안 되겠나? 내가 아는 변호사 사무실 사무장이 있다"며 공범 C씨를 소개했다. 사무장 행세를 한 C씨는 B씨에게 최후통첩을 날렸다.
"이런 경우 무조건 구속됩니다. 아는 형이 경찰인데 구속 수사가 원칙이래요. 변호사비 3,000만 원, 합의금 2,000만 원인데 그냥 그 돈 주고 합의하세요"
겁에 질린 B씨 앞에 이번에는 피해 여성의 오빠라는 남성이 나타나 "오늘까지 5,000만 원 입금하소. 조용히 정리하는 게 맞지 않겠나"라고 협박했다. 결국 B씨는 친구 A씨와 C씨의 계좌로 총 5,000만 원을 보냈다.
그럼에도 실형 면한 결정적 이유
이 사건을 심리한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 박병민 판사는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공갈)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의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판단했다.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피해자와의 친분관계를 이용해 다른 공범들과 함께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하고, 있지도 않은 강간 합의금 명목의 돈을 5,000만 원이나 갈취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A씨가 실형을 면한 데에는 피해자와의 합의가 결정적이었다. 재판부는 "피해자에게 2,500만 원을 지급하면서 나머지 2,500만 원을 월 100만 원씩 분할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합의가 이루어져 피해자는 피고인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점을 양형에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했다.
A씨가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그리고 이미 다른 범죄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전과가 있어 동시에 판결했을 경우와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도 언급됐다. A씨는 2023년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상)죄 등으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참고]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 2025고단32 판결문 (2025. 3. 18. 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