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기(氣) 나눠달라" 중학생 성폭행한 전도사⋯'연인 관계' 주장했지만 징역 4년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단독] "기(氣) 나눠달라" 중학생 성폭행한 전도사⋯'연인 관계' 주장했지만 징역 4년

2020. 05. 17 18:53 작성
박선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w.park@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미성년 신도에게 접근해 수차례 성범죄 저지른 교회 전도사

"피해자 신뢰 이용한 범죄" 인정돼 징역 4년⋯"피해자가 동의한 성관계였다"며 항소

2심 재판부 "피고인에 길들여져 비정상적인 관계를 유지한 것에 불과하다"

교회에 다니던 중학생과 친밀감을 쌓은 후 성범죄를 저지른 전도사. 그는 재판에서 "일종의 연인관계였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게티이미지코리아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영적인 아버지, 전도사님.'


지난 2010년, 가정불화 등으로 힘든 시기를 겪던 A양이 유일하게 신뢰하던 사람은 전도사 B씨였다. B씨는 교회 중등부를 관리하며 학생들을 지도했는데, 그중 한 명이 A양이었다. 자신의 이야기를 항상 귀 담아 들어주고 위로해 줬던 전도사는 A양에게 큰 힘이 됐다.


하지만 2011년 가을부터 전도사 B씨는 이상한 말을 하기 시작했다. B씨는 "사람은 영적인 존재라 손을 잡으면 기(氣)가 오간다"며 가벼운 신체 접촉을 시작했다. 그러다 점차 수위를 높였고 결국 '기를 주고받는 것'으로 포장해 A양에게 성범죄를 저질렀다.


일부러 접근한 뒤 범죄⋯'기를 나눠야 한다'며 교회 안에서도 성폭행

사실 B씨가 A양에게 해준 '고민 상담'은 우연이 아니었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B씨는 애초 A양에게 범행을 저지를 목적으로 접근했다. 자신을 믿게 해 친밀한 관계를 만든 후 신체적 접촉을 할 계획이었다. 결국 B씨에게 정신적으로 의존한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거부하지 못했다.


B씨는 "기를 달라"며 A양을 껴안거나, 옷 속에 손을 집어넣는 등의 추행을 했다. 급기야 자신의 차량과 집 등에서 여러 차례 성폭행을 했다. A양의 "절대 안 된다"는 거부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한 번은 시골 구경을 시켜준다며 A양을 불러내, 자신의 본가에 들린 뒤 차 안에서 성폭햇을 했고 심지어는 교회 건물 안에서도 범행이 이뤄졌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기를 나누는 행동'으로 포장했다.


그렇게 1년 넘게 계속된 B씨의 성범죄. 그게 가능했던 이유는 B씨에 대해 갖고 있던 A양의 신뢰감 때문이었다. B씨는 둘 사이 관계가 '정상적인 연인관계'로 포장했고, A양은 그 말을 줄곧 신뢰했다.


성범죄로 '징역 4년' 선고받자 "연인 관계였다" 주장하며 항소한 전도사

이러한 B씨의 범죄는 지난해 5월에서야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혐의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위반으로 위계를 이용한 간음과 추행이었다. 아동복지법 위반도 함께 적용됐다.


B씨는 A양이 스스로 성관계에 응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B씨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A양이 피고인에게 정서적·심리적으로 깊이 의존하고 있었다는 점과 성(性)에 대한 지식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을 그 이유로 들었다. 판결문에는 A양이 '성적 흥분'의 개념조차 이해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B씨 논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성관계에 자발적으로 응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성적 지식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에 1심 재판부는 B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등에 5년간 취업 제한 명령도 함께 내렸다. 하지만 B씨는 항소했다.


이번엔 "피해자가 먼저 신체적 접촉을 요구하는 등 일종의 연인관계로 지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도 1심과 같은 이유로 B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리고 1심에서 받았던 징역 4년을 그대로 유지했다.


광주고등법원 제1형사부(재판장 김태호 부장판사)는 지난해 12월 19일 "설령 (연인관계와 같이 보이는) 외양이 존재하더라도, 이는 이 사건 이후 피해자가 피고인의 성적인 말과 행동에 길들여져 비정상적인 관계를 유지한 것에 불과하다"며 "피해자는 아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피고인을 상대로 한 피해자의 민사상 손해배상청구소송이 진행 중인 점을 들어 "피해자의 피해를 회복시켜 주지 못했다"는 점도 양형에 고려했다. 최소한의 금전적 배상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부정적 요소로 반영한 것이다.


2심 선고에는 장애인복지시설에 5년간 취업을 제한하는 명령이 추가됐다. 1심 재판 이후 시행된 '장애인복지법'(2019. 6. 12 시행)이 적용된 결과였다.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