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실수입 기준일 22일→18일" 약 20년 만에 바뀐 이 판결이 왜 중요한지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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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실수입 기준일 22일→18일" 약 20년 만에 바뀐 이 판결이 왜 중요한지 알려드립니다

2021. 02. 16 19:14 작성2021. 02. 16 19:17 수정
강선민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mea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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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실수입 계산시 한달 근무일 22일에서 18일로 줄여야 한다는 판결 나와

서울중앙지법 "주5일 근무제 등으로 일하는 날짜 줄었는데 20년 전 기준 적용 과다"

"그냥 4일 줄어든 거 아닌가요?" 생각보다 파동이 만만치 않을 것

법원이 최근 일실수입을 계산할 때 활용하는 근로일수를 월평균 22일에서 18일로 줄여야 한다는 판결을 새롭게 내놨다. 이렇게 되면 손해배상액은 약 20% 가까이 줄어든다. /셔터스톡⋅편집=조소혜 디자이너

40대 남성 A씨가 퇴근길에 난폭운전 차량에 치여 목숨을 잃었다. 법원은 가해자에 대해 A씨의 유족에게 3억원을 배상하도록 했다. 전문직에 종사했던 A씨가 사망하지 않았다면, 향후 20년간 일하면서 벌 수 있었을 일실수입(逸失收入)을 가정해 정한 액수다.


만일 이 판결이 조금 늦게 나왔다면 어떨까? A씨의 유족이 받게 될 손해배상액은 2억 5000만원까지도 줄어들 수 있었다. 법원이 최근 일실수입을 계산할 때 활용하는 근로일수를 월평균 22일에서 18일로 줄여야 한다는 판결을 새롭게 내놨기 때문이다.


앞서 우리 법원은 피해를 입은 사람이 하루에 얼마나 벌 수 있었는지 책정하고(①), 월간 근로일수로 약속한 22일을 곱해서(②) 일실수입 손해배상액을 계산해 왔다.


그런데 이 계산법(②)을 4일 줄여서, 18일로 계산해야 한다는 판결이 지난 14일 공개됐다. 만약 이 판례대로 월 근로일수를 4일 감축하면, 이에 비례해 손해배상액은 약 20% 가까이 줄어든다.


1990년대부터 지속되어온 일실수입 기준일이 2021년 흔들리다

화제의 판결은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4부(재판장 이종광 부장판사)에서 나왔다.


재판부는 "주5일 근무가 도입되면서 법정 근로일수는 줄고 대체 공휴일 등은 늘어났다"며 "이제는 월 18일을 도시 일용근로자의 근로일수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고용노동부 통계자료를 근거로, 지난 2009년부터 2019년까지 직역별 근로자의 근로일수의 평균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그간 각 사례에 따라 인정되는 월 근로일수를 늘리거나 줄였던 경우는 종종 있어왔다. 하지만 보통은 일실수입을 정할 때 한달 동안 22일 일한다고 가정하고 판결을 해왔다. 법원이 이 손해배상 산정 원칙 자체를 변경해야 한다고 판결한 것은 1990년대 후반 이후 처음이다. 약 20년 만인 것이다.


이런 기조가 유지된 기간 만큼 법관으로 재직했던 임채웅 변호사(법무법인(유) 태평양)는 이번 판결이 지닌 무게를 남다르게 평가했다.


임 변호사는 "월 근로일수를 22일에서 18일로 축소하는 것은 손해배상액의 18%를 감액시키는 중대한 변화"라고 했다.


그러면서 "월 근로일수 산정은 노동시간이 줄어들었다는 수치만으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전했다. 이어 "이번 판결에서는 손해배상액이 과다하고, 특별히 감액할만한 사정이 있었는지를 우선적으로 판단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근로일수 줄었으니 일실수입 기준도 줄인다? 그럼 생활비 늘어난 부분은 왜 반영 안 하나"

해당 사건에서 원고(소송을 제기한 사람)가 받을 수 있는 손해배상액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50대 여성 B씨는 의료과실로 인해 영구적인 보행장애를 입었다. 이에 B씨는 수술을 담당한 의사와 병원 관계자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사고 당시 B씨는 무직이었지만, 이런 경우에도 일정 수입을 가정해 손해배상액을 산정할 수 있다. 우리 법원은 무직인 사람의 경우 도시 일용직근로자를 기준으로 일실수입을 추정한다.


1심 재판부는 종전과 같이 도시 일용근로자의 평균 근로일수인 22일을 기준으로 삼았다. 이에 따라 B씨가 보상받을 수 있는 총 일실수입은 약 6000만원으로 책정됐다. 하지만 항소심에선 B씨에게 인정되는 근로일수를 18일로 책정했고, 이에 따라 총 일실수입도 약 5100만원으로 감축됐다. 원심보다 900만원이나 감축된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노동시간이 줄었으니, 거기에 맞춰 일실수입 기준일도 줄인다는 등가적인 판단은 맞지 않는다는 것이 임채웅 변호사의 지적이다.


임 변호사는 "손해배상 법리는 불법행위로 인해 발생한 손해를 회복할 수 있도록 만든 일종의 사회적 합의"라고 강조했다.


손해배상의 현실화를 얘기하려면, 논의해야 하는 과제로 근로일수만 있는 게 아니라고 짚기도 했다. 임 변호사가 대표적으로 짚은 예시는 수입의 3분의 1을 생활비로 일괄 공제하는 법원의 계산 방법이었다.


임 변호사는 "실질적으로 자신 수입의 3분의 1만을 생활비로 사용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면서 "수입의 대부분을 생활비로 사용하는 사람들도 상당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만일 이번 판결에서처럼 손해배상 기준을 현실에 맞춰야 한다면, 생활비도 임의로 1/3을 공제할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회 변화에 맞춰 손해배상 기준을 개선한다는 취지는 이해되지만, 손해배상 법리 측면에서 보면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진 못했다는 평이다.


산업재해나 교통사고 등 생활과 밀접한 손해액 산정에 두루 활용되는 '월 근로일수'. 이번에 제시된 원칙이 다른 판결들에도 인용된다면, 손해배상의 판도는 큰 변화를 맞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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