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40분 전 채팅방 떠돈 고1 영어 문제…유출자, 확인자, 교육청 운명은?
시험 40분 전 채팅방 떠돈 고1 영어 문제…유출자, 확인자, 교육청 운명은?
학력평가 문제 유출, 책임 범위는 어디까지?

영어영억 시험지. /연합뉴스
지난 4일, 전국 고등학생 81만 명이 응시한 2025학년도 6월 전국연합학력평가에서 시험 시작 40분 전에 고1 영어 영역 문제와 정답, 해설지가 통째로 유출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유출된 자료는 학원 강사 등 3,200여 명이 모인 오픈 채팅방을 통해 순식간에 공유됐다.
부산시교육청은 지난 4월 전국 시·도교육청에 문제 등을 전달했으나, 유출 경로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교육청 관계자는 "유출된 문제와 해설이 실제 시험과 동일하다"고 확인하며, "어떻게 외부로 나갔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밝혔다.
부산시교육청이 주관한 이번 시험은 평가 종료 후 공개돼야 할 자료가 시험 중에 이미 퍼져나가면서 시험의 공정성과 신뢰도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 최초 유출자와 오픈 채팅방에서 자료를 확인한 사람, 그리고 부산시교육청에 어떤 처벌이 내려질 수 있을지 알아봤다.
최초 유출자: 최대 5년 징역, 공무원이면 '해임'까지 각오해야
시험문제를 최초로 빼돌려 유포한 자는 형사처벌을 피하기 어렵다.
우선 형법 제314조 제1항의 업무방해죄가 성립할 수 있다. 속임수로 시험 주관 기관의 정상적인 평가 업무를 방해했기 때문인데, 이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과거 대법원은 시험 출제위원이 문제를 선정해 시험실시자에게 유출했음에도 문제가 시험에 사용되지 않았다면 업무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지만(대법원 1999. 12. 10. 선고 99도3487 판결), 이번 사안은 이미 각 교육청에 배부된, 실제 시험문제가 유출됐으므로 업무방해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만약 유출자가 교육공무원이나 교사라면 형사처벌과 별개로 공무원법상 징계도 받게 된다. '교육공무원 징계 양정 등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시험문제 유출은 고의나 중과실이 인정될 경우 최고 '해임(공무원 등을 강제로 그만두게 하는 중징계)' 처분까지 가능하다.
오픈 채팅방 참여자: 단순 확인은 '무죄', 재유포·악용 시 처벌
유출된 시험문제를 오픈 채팅방에서 단순히 확인한 사람들은 원칙적으로 처벌 대상이 아니다.
문제를 직접 유출하거나 유포한 적극적인 행위가 없었다면, 단순 정보 접촉만으로는 죄를 묻기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수원지방법원은 2008년 판결(2007가합24841)에서 "외고 입시에서 학원장이 교사와 공모해 유출한 문제를 학원생들에게 예상문제로 교부했더라도, 유출 문제를 접한 응시생과 부정행위자를 동일시할 수 없다"며 응시생의 합격 취소 처분을 무효로 본 사례가 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안심하긴 이르다. 만약 채팅방에서 받은 문제를 다른 곳에 적극적으로 공유하거나 유포했다면 형법상 업무방해죄의 공동정범(범죄를 여러 명이 함께 계획하고 실행) 또는 방조범(다른 사람의 범죄 실행을 용이하게 도운 경우)으로 처벌받을 수 있으며, 유출된 문제를 이용해 시험에서 부정행위를 했다면 형사처벌과 별개로 해당 시험 규정에 따라 시험 무효, 향후 응시 자격 제한 등의 행정적 제재를 받을 수 있다.
부산시교육청: 관리 부실 책임, 손해배상·징계 가능성
시험을 주관한 부산시교육청 역시 관리 부실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시험 시작 전까지 철저히 보안을 유지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리 소홀은 여러 법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우선 교육부나 감사원의 감사를 통해 책임 소재를 가리고, 문제 관리 책임자에 대한 징계 절차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더 나아가, 만약 시험문제 유출로 인해 정신적 피해 등을 입은 응시자들이 국가배상법에 따라 손해배상을 청구할 경우, 교육청이 배상 책임을 질 수도 있다.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은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해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때에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사안과 같이 부산시교육청이 시험문제 관리에 있어 마땅히 해야 할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응시자들이 정신적 고통 등의 손해를 입었다고 판단되면 법적 책임을 져야 할 수 있다.
이번 학력평가 문제 유출 사태는 단순한 해프닝을 넘어 관련자들의 형사처벌, 징계, 그리고 기관의 관리 책임까지 문제 되는 중대한 사안이다. 경찰 수사를 통해 유출 경로와 책임 소재가 명확히 밝혀져야 하며, 시험의 공정성을 바로 세우기 위한 교육 당국의 철저한 후속 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