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소라 변호사의 북 칼럼 (3)] 생활형 검사의 세상 공부, 사람 공부
[노소라 변호사의 북 칼럼 (3)] 생활형 검사의 세상 공부, 사람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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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내전>은 ‘나사못’처럼 묵묵히 범죄 수사와 피해자 보호를 위해 자신의 할 일을 수행하고 있는 검사들을, 국민들이 더욱 가깝게 여기는 계기가 되어줄 것으로 생각한다. /도서출판 부키
우리는 검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
언론이나 방송에서 접하는 검사의 이미지는 정치검사, 스폰서검사, 또는 드라마 ‘비밀의 숲’에 나오는 조승우 같은 검사의 모습이다. 그러나 이 모든 이미지들은 사실 과장되었거나 왜곡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형사부 검사실에서 피의자들을 조사하고 수사하는 과정 이야기를 유머와 놀라운 글 솜씨로 요리해 낸 책, 「검사 내전」은 검사의 새로운 이미지를 독자들에게 제시해 주고 있다.
언론에 흔히 오르내리는 특수부도, 공안부도 아닌 형사부는 검찰 내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인가.
국민이 일상적으로 접하게 되는 많은 범죄 사건의 거의 전부를 처리하는 부서인데, 대부분의 검사가 이 형사부 소속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저자인 김웅 검사는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그저 나사못처럼 살아가겠다던 어느 선배의 이야기가 ‘생활인 검사’에 가장 가까운 모습”이라고 한다. ‘생활형 검사’란 언론이 주목하는 정치적, 경제적 큰 사건보다는, 늘 우리 주변에 일어나는 범죄를 수사하고 해결하는 검사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저자가 <검사내전>을 통해 풀어내는 이야기들은, 우리 이웃들이 얽힌 일상적인 범죄를 다루는 검사의 시각으로 바라본 세상 이야기이자 사람 이야기이다.
책이 다룬 여러 에피소드 중 많은 부분이 사기꾼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기꾼은 없는 사람, 약한 사람, 힘든 사람, 타인의 선의를 근거 없이 믿는 사람들을 노린다고 저자는 말한다.
피해자는 “설마 나처럼 어렵고 힘든 사람을 등칠 줄 몰랐다”고 흐느낀다. 하지만 저자가 이야기하듯 사기꾼은 희망이 없는 삶을 사는 피해자들을 노리고, 힘없는 그들에게 한 줄기 희망을 슬쩍 보여주면서 사기를 친다.
'욕심이라는 마음의 장님' 이라는 에피소드에서는 목회 활동을 할 작은 공간을 원했던 목사님이 7년 동안이나 사기꾼들에게 끌려다니면서 재산을 모두 잃고 뇌졸중으로 쓰러져 움직이지도 못하게 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목사님의 비극이 사기꾼들의 형량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한다. “재판정에 나가보면 피해자의 반신불수보다 피고인의 치질이 더 중병취급을 받는다. 그것을 지켜보는 피해자들은 심장이 구겨지듯 괴롭다. 그러니 제발 범죄 피해를 당하지 마시라. 피해자도 헌법상 기본권이 보장된 우리나라 국민이지만, 실제로는 2등 국민이다.”라고 말한다.
저자는 그 이유에 대해 “범죄수사는 범죄자와 국가 간의 대결이다. 그러다 보니 불공정한 게임이 된다. 강력한 국가와 나약한 개인의 대결이니 당연한 것 아닌가. 그러한 불공정을 막기 위해 생겨난 것이 형사 사법 제도이다. 즉, 형사사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강력한 국가권력으로부터 약한 개인을 보호하기 위한 적법절차이다. (중략) 국가와 범죄자간의 대립이라는 형사 사법의 틀은 변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피해자는 정작 형사 사법 절차에서 제외되고 직접 이해당사자도 아닌 국가가 나서게 된다. 피해자는 형사사법절차에서 소외된다.”라고 한다.
이어서 저자는 “회복적 사법이론은 전통적인 형사 사법과 달리 범죄를 피해자와 공동체에 대한 침해라고 본다. 국가가 수사를 해서 범죄자를 처벌하는 것보다 피해자 가해자 지역공동체가 모여 범죄로 인해 발생한 피해를 어떻게 원상회복시킬 것인지를 고심하는 것이 형사 사법 절차의 핵심이 된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우리 주변에서 자주 일어나는 범죄를 수사하는 검사로서, 그동안 피해자들에 대해 느꼈던 안타까움을 담아 우리 형사 사법 제도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가 지적하고 있듯이 일상에서 범죄의 피해를 입는 사람들은 보통 없는 사람, 약한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동네 술집에서 벌어지는 폭력 사건, 경비가 허술한 숙소에서의 도난사건이나 침입사건들, 서민들을 상대로 한 다단계 사기 등. 이러한 범죄의 피해자들에 대해 우리 형사 사법 제도는 어떤 구제 수단을 제공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2010년 제정된 범죄피해자보호법이 이러한 회복적 사법의 이념을 형사조정제도로서 받아들이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형사조정제도는 검사가 당사자의 신청에 의하거나 직권으로 사건을 형사조정위원회에 회부함으로써 개시되는데, 회부할 사건 내용은 통상 사인 간의 금전거래나 명예훼손, 재산권 침해 사건 등 사적 분쟁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경우 형사상 죄책을 묻기 어려운 사건들도 형사 고소하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어 형사조정제도는 사실상 이러한 사건들을 처리하는 데 기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저자가 제시하고 있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범죄 가해자와 피해자의 갈등 해결 및 피해의 회복에 형사조정제도가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는 사실상 알기 어렵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향후 형사조정제도가 더욱 발전하여서 명실상부하게 회복적 사법 이념을 실현하는 형사사법 제도로 자리 잡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엄정한 법집행과 형벌 부과를 통하여 사회보호적 정의를 실현한다는 전통적인 형사사법적 이념과 피해자의 피해회복을 통한 회복적 정의를 실현한다는 이념은 사실 물리적으로 통합하기는 어려운 것 아닌가 한다.
피해 회복 또는 피해자와의 합의를 감형 사유로 보고 있는 판결 등에 대하여도 일반인들은 의아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같은 종류의 형사 사건에 대하여 어떤 피해자는 피해 회복보다는 엄벌에 처할 것을 요구하고 또 어떤 피해자는 피해 회복을 더 바라는 등 피해자에 따라 사건의 처리가 달라진다면 형사 사법 제도에 대한 신뢰가 더욱 낮아질 우려도 있다.
결국 형법의 엄정한 집행으로 사회보호적 정의를 세워야 하는 사건과, 피해회복 및 피해자 구제에 좀 더 중점을 두어야 하는 사건을 슬기롭게 잘 구별하여 현실에 맞는 정의를 구현할 수 있는 형사 사법 제도를 구체화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생각된다.
여하튼, 김웅 검사의 <검사 내전>은 ‘나사못’처럼 묵묵히 범죄 수사와 피해자 보호를 위해 자신의 할 일을 수행하고 있는 검사들을, 국민들이 더욱 가깝게 여기는 계기가 되어줄 것으로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