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애 지옥 가면 책임질 거냐” 교사 옥죄는 학부모 민원, 법적 ‘무기’는 없나
“우리 애 지옥 가면 책임질 거냐” 교사 옥죄는 학부모 민원, 법적 ‘무기’는 없나
교권 침해하는 민원, 처벌 가능할까

교사를 향한 일부 학부모의 도 넘은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셔터스톡
급식에 나온 순대볶음 때문에 교무실까지 찾아와 “우리 애가 지옥 가면 책임질 거냐”고 소리치는 학부모. 황당한 이야기 같지만, 교육 현장에서 벌어지는 현실이다. 교사의 숨통을 조이는 ‘악성 민원’, 정말 법적으로 제재할 방법은 없을까.
부부싸움 중재부터 ‘수제 만두’ 요구까지
교사들을 향한 일부 학부모의 민원이 선을 넘고 있다. 한 학부모는 자신의 부부싸움을 교사가 말려주지 않았다며 30분 넘게 항의 전화를 쏟아냈다. “아이가 그 학교에 다니니 교사가 개입하는 게 당연하다”는 논리였다.
급식은 단골 민원 대상이다. 종교적 이유로 순대를 주면 안 된다는 항의가 있는가 하면, 급식에 나온 만둣국이 왜 직접 빚은 것이 아니냐는 민원도 있었다.
이러한 민원은 단순한 의견 제시를 넘어 교사의 교육 활동을 위축시키는 수준에 이르렀다. 실제로 현직 교사 4명 중 1명은 올해 1학기에 교권 침해를 겪었으며, 가해 주체의 약 63%가 학부모였다는 통계는 현장의 고통을 여실히 보여준다.
학교 출입 금지·형사 고발도 가능
도를 넘은 민원은 명백한 법 위반 행위이며, 다양한 법적 조치가 가능하다. 핵심 무기는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이다.
이 법은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에 대해 반복적으로 부당하게 간섭하는 행위”를 ‘교육활동 침해행위’로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앞서 언급된 급식 민원이나 교사의 업무 범위를 완전히 벗어난 부부싸움 중재 요구 등은 모두 ‘부당한 간섭’에 해당할 소지가 크다.
학교는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어 해당 학부모에게 ▲학교 출입 제한 ▲교육활동 침해행위 중지 명령 ▲특별교육 이수 명령 등의 조치를 내릴 수 있다. 만약 피해 교사가 정신과 치료 등을 받았다면, 그 비용 역시 해당 학부모가 부담해야 한다.
상황이 더 심각하다면 형사 처벌 영역으로 넘어간다. 교무실에 찾아와 소란을 피우는 행위는 업무방해죄, 모욕적인 언사는 모욕죄로 처벌될 수 있다. 실제로 교육청은 교육활동 침해행위가 범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 수사기관에 직접 고발할 수 있다.
학부모의 ‘교육참여권’, 권리 남용 선은 어디까지인가
물론 학부모에게는 자녀의 교육에 참여할 ‘교육참여권’이 보장된다. 하지만 이 권리가 교사의 전문성을 무시하고 사적인 요구까지 관철할 수 있는 ‘무소불위’의 권한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법에서는 정당한 이익 없이 상대방에게 고통을 줄 목적으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을 ‘권리 남용’으로 본다. 교사의 본질적 업무와 무관한 요구를 반복적으로 제기하는 것은 학부모의 권리를 넘어선 명백한 ‘권리 남용’에 해당한다. 교사는 이러한 부당한 요구에 대해 개인적으로 정신적 피해보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 또한 제기할 수 있다.
법적 제재는 무너진 교권을 바로 세우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예방이다.
학교 차원에서 체계적인 민원 처리 시스템을 구축해 교사 개인이 악성 민원에 직접 노출되는 상황을 막고, 학부모를 대상으로 교권 침해 예방 교육을 강화하는 등 교육 공동체 전체가 신뢰를 회복하려는 노력이 시급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