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학대 vs 전통문화 계승" 해묵은 논쟁의 재점화
"동물 학대 vs 전통문화 계승" 해묵은 논쟁의 재점화
전통의 이름으로 허용된 고통

진주 소 힘겨루기대회 / 연합뉴스
소 힘겨루기 대회는 싸움소 두 마리가 뿔을 맞대고 힘을 겨루는 경기다. 주최 측과 지자체는 이를 지역의 대표적인 민속놀이이자 무형유산으로 평가하며,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의령군 관계자는 "의령에서는 1800년대부터 추석마다 대회가 열렸고, 민속놀이와 같은 역할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동물보호단체는 이를 명백한 동물 학대 행위로 규정한다. 경기 과정에서 소가 출혈 등 외상을 입고, 훈련 과정에서 고통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지난 7월 국회 전자 청원에는 "동물 학대, 소싸움 전면 금지"를 요구하는 청원이 5만 명 이상 동의를 받기도 했다. 이러한 여론에 따라 경남 함안군과 김해시 등 일부 지자체는 대회 운영을 중단했다.
'전통문화 보호'의 특례, 동물보호법과 충돌하다
논란의 핵심에는 법적 쟁점이 자리 잡고 있다. 현행법상 동물 학대 행위는 '동물보호법'에 따라 금지되지만, 소 힘겨루기 대회는 이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전통 소싸움경기에 관한 법률'이 소싸움에 대해 동물보호법의 동물학대 금지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특례 조항은 헌법 제9조의 '전통문화 계승·발전' 의무에 근거한다.
입법자는 소싸움을 전통문화로 인정하여 법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예외를 둔 것이다. 그러나 법조계 일부에서는 이러한 법률이 현대 사회의 보편적 가치인 '동물 복지'와 충돌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재황 교수는 저서에서 "오늘날 계승해야 할 전통문화는 현시대의 헌법이 채택한 기본 가치에 부합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안전'이라는 이름의 개선, 과연 충분한가?
논란이 이어지자 주최 측은 경기 방식 개선을 통해 동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협회 관계자는 "소뿔을 날카롭게 깎는 등 부상 우려가 높은 행위를 금지하고, 싸움소가 힘에서 밀려 등을 보이면 경기가 끝나도록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전통 소싸움경기에 관한 법률' 제5조가 규정한 "싸움소의 생명과 안전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만으로 논란이 해소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소를 오락의 수단으로 이용하고, 스트레스와 고통을 유발하는 행위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비판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전통'과 '동물 복지'라는 가치가 팽팽하게 맞서는 가운데, 소 힘겨루기 대회를 둘러싼 논쟁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