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억 안 내고 '해외 도피'? 경남도의 출국금지 강수, 법원선 ‘무효’ 될 수도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73억 안 내고 '해외 도피'? 경남도의 출국금지 강수, 법원선 ‘무효’ 될 수도

2025. 12. 26 11:25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지방세 고액 체납자 69명 정조준한 지자체

대법원 판례 비춰보니 ‘남용’ 우려 제기

경남도가 고액 체납자 69명에게 출국금지라는 칼을 빼 들었으나, 구체적 재산 도피 정황 없이 시행될 경우 법원에서 위법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경남도가 지방세 3천만 원 이상을 내지 않은 고액 체납자들을 상대로 강력한 행정 제재에 나섰다. 경남도는 재산을 해외로 숨기거나 도피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판단되는 악성 체납자 69명에 대해 법무부에 출국금지를 공식 요청했다고 2025년 12월 26일 밝혔다.


이번 요청 대상이 된 이들의 체납액은 총 73억 원에 달한다. 경남도는 이들이 가족이나 친인척이 해외에 거주하고 있거나, 본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해외를 자주 드나들며 체납액을 변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법무부 승인이 떨어지면 이들은 2026년 1월부터 최소 6개월간 국외 출입이 전면 통제된다.


현재 지방세징수법 제8조와 시행령 제15조에 따르면, 지자체장은 3천만 원 이상의 지방세를 체납한 자 중 국외 출입 횟수가 3회 이상이거나 국외 체류 일수가 6개월 이상인 자 등에 대해 출국금지를 요청할 수 있다. 경남도는 출국금지 외에도 관허사업 제한과 신용정보 등록 등 가능한 모든 행정수단을 동원해 조세 정의를 실현하겠다는 방침이다.


단순히 안 냈다고 금지? 법원 “압박용 출국금지는 위법” 선 그어

하지만 이러한 지자체의 ‘압박 카드’가 법정에서는 효력을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 법원은 조세 체납을 이유로 한 출국금지가 단순히 세금을 내도록 심리적으로 압박하거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고 엄격히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 판례(대법원 2013. 12. 26. 선고 2012두18363 판결)는 출국금지의 주된 목적이 '재산의 해외 도피를 방지하여 강제집행을 곤란하게 하는 것'에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재산을 해외로 빼돌릴 구체적인 우려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단순히 고액 체납자라는 이유만으로 출국을 막는 것은 헌법상 기본권인 거주·이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행위라는 취지다.


실제로 과거 서울고등법원(2021. 5. 7. 선고 2020누51060 판결)은 4차례나 출국금지가 연장된 체납자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당시 법원은 과세관청이 체납자의 은닉 재산을 새로 발견하지 못했고, 해외 출국이 짧은 업무 목적이었으며, 경제적 상황이 열악하다는 점 등을 들어 출국금지 연장 처분이 재량권 남용이라고 판단했다.


개별 사정 무시한 ‘일괄 요청’… 행정소송 패소 가능성 열려있나

경남도의 이번 조치가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경우, 관건은 '개별 체납자에 대한 정밀한 검토 여부'가 될 전망이다. 법원은 출국금지 여부를 결정할 때 체납 경위, 연령, 직업, 실제 경제 상태, 출국 목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서울행정법원 2009. 12. 17. 선고 2009구합35634 판결).


만약 경남도가 단순히 '해외 거주 가족이 있다'거나 '출입 횟수가 많다'는 형식적 요건만으로 69명을 일괄 요청했다면, 이들 중 생계형 사업이나 질병 치료 등 정당한 사유가 있는 이들에 대해서는 처분이 취소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유튜브 사업 확장을 위해 해외 행사에 참여해야 했던 체납자의 사례에서도 법원은 출국금지 처분이 가혹하다고 판결한 바 있다(서울행정법원 2024. 9. 11. 선고 2023구단68053 판결).


전문가들은 지자체가 조세 정의를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출국금지라는 강력한 기본권 제한 조치를 시행할 때는 과잉금지의 원칙을 어기지 않았는지 세밀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경남도의 이번 '출국금지 강수'가 체납액 징수라는 결실을 맺을지, 아니면 무리한 행정처분이라는 법적 역풍을 맞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