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서 만난 '성공한 사업가' 남편, 학력·혼인 경력 모두 거짓…혼인취소 가능할까
비행기서 만난 '성공한 사업가' 남편, 학력·혼인 경력 모두 거짓…혼인취소 가능할까
15년 지나 제척기간 도과, 취소 청구 어려워
악의적 유기 인정되면 이혼·위자료 청구 가능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샌프란시스코행 비행기 옆자리에서 시작된 로맨스. 세련된 매너와 여유로운 분위기를 풍기던 '성공한 사업가'와의 만남은 영화 같았다.
하지만 결혼 반년 만에 그 환상은 산산조각 났다.
남편의 혼인 경력과 전처 소생 자녀, 학력과 집안 배경까지 모두 거짓이었다. 임신 중이던 A씨는 배신감을 삭이며 가정을 지키려 했지만, 남편은 아이가 다섯 살 되던 해 집을 나갔고 생활비마저 끊었다.
집마저 경매로 넘어가고 나서야 A씨는 남편이 결혼 전 두 번이나 이혼한 사실까지 알게 됐다.
11일 YTN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서는 이 같은 사연을 두고 법무법인 신세계로 김미루 변호사가 혼인취소 가능 여부와 위자료 청구, 과거 양육비 청구 문제를 짚었다.
속임수로 시작된 결혼, 혼인취소 사유는 되지만 시효가 문제
A씨의 남편은 혼인 경력과 전처 소생 자녀의 존재는 물론, 학력과 가족 배경까지 전방위적으로 거짓말을 했다.
이처럼 중요한 사실을 속여 상대방을 착오에 빠뜨린 경우, 민법은 사기에 의한 혼인취소 사유로 인정하고 있다.
혼인 여부를 결정짓는 본질적인 요소에 관해 적극적으로 거짓말을 하고, 그 기망이 없었다면 혼인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 인정된다면 취소 사유가 성립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정적인 걸림돌이 있다.
김미루 변호사는 "사기로 인한 혼인취소는 사기를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청구해야 하는 제척기간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A씨는 결혼 후 6개월 무렵 남편의 전혼 사실과 자녀 출산 사실을 알게 됐지만, 이후 15년 이상이 지난 시점에서는 이미 제척기간이 도과해 혼인취소를 청구하기 어렵다는 결론이다.
취소는 막혔지만, 악의적 유기로 이혼·위자료 청구는 가능
혼인취소의 길이 막혔다고 해서 A씨에게 법적 구제 수단이 없는 것은 아니다. 김 변호사는 이 사안에서 혼인 파탄의 주된 책임이 남편에게 있다고 봤다.
남편은 아이가 다섯 살 때 일방적으로 집을 나간 뒤 오랫동안 생활비를 지급하지 않았고, 자녀를 만나지도 않았다.
"동거·부양·협조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악의의 유기에 해당한다"는 것이 변호사의 판단이다. 이를 근거로 재판상 이혼 청구와 함께 위자료 청구도 가능하다.
특히 기망으로 얼룩진 혼인의 시작, 일방적인 가출, 생활비 단절, 자녀 방기 등 일련의 행위는 위자료 산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요소들이다.
결국 A씨는 혼인취소 대신 이혼소송을 통해 혼인 관계를 정리하면서 남편의 유책 행위에 대한 배상을 함께 요구할 수 있는 셈이다.
과거 양육비, 자녀 성년 후 10년 이내 양육비까지 청구 가능
남편이 생활비를 끊은 이후 A씨가 홀로 아이를 키워온 기간에 대한 양육비 청구도 쟁점이었다.
아버지로서 자녀를 함께 양육할 책임은 당연히 존재하며, 생활비를 끊은 날로부터 과거 양육비 지급 의무가 발생한다.
그런데 과거 양육비의 소멸시효와 관련해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가 기준을 새롭게 정립했다.
김 변호사는 "예전에는 구체적인 범위가 정해지지 않은 과거 양육비는 어느 시기에든 청구할 수 있었지만, 최근 전원합의체 판례에 의해 자녀가 성년이 된 이후부터 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A씨는 자녀가 성인이 된 시점으로부터 10년 이내의 과거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다. 오랜 세월 혼자 감당해온 양육 부담의 일부를 법적으로 돌려받을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