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스키틀즈’인 줄 알았는데… 6억대 마약 숨긴 30대, 징역 7년
[단독] ‘스키틀즈’인 줄 알았는데… 6억대 마약 숨긴 30대, 징역 7년
독일 조직 지시로 입국해 6억 원대 마약 유통 시도
수사 협조했지만 조직적 범행 엄벌 불가피
![[단독] ‘스키틀즈’인 줄 알았는데… 6억대 마약 숨긴 30대, 징역 7년 기사 관련이미지](https://d2ilb6aov9ebgm.cloudfront.net/1765418849591751.png?q=80&s=832x832)
가족을 해치겠다는 독일 마약 조직의 협박에 못 이겨 6억 원대 마약을 유통한 운반책, 중형을 피할 수 없었던 이유는?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평범한 사탕 봉지인 줄 알았던 '스키틀즈' 포장지 안에는 달콤한 간식 대신 치명적인 향정신성의약품이 들어있었다. 독일 마약 조직의 지시를 받고 한국으로 건너와 조직적으로 마약을 유통하려던 30대 남성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수사기관에 결정적인 제보를 하며 선처를 호소했으나, 법원은 대량의 마약이 유통될 뻔했던 위험성을 간과하지 않았다.
서울동부지방법원 제11형사부(재판장 강민호)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향정)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하고 약 475만 원의 추징금과 압수된 마약류 몰수를 명령했다고 20일 밝혔다.
'스키틀즈' 위장과 GPS 좌표... 치밀했던 '던지기'
A씨는 마약을 합법적으로 취급할 수 있는 자격이 없는 민간인이었다. 그는 독일에 거주하는 신원 불상의 마약 밀수·유통 업자, 일명 '상선'과 공모하여 범행을 저질렀다. 이들의 계획은 치밀했다. A씨가 국내에 있는 또 다른 조직원 B로부터 마약을 건네받아 보관하다가, 상선의 지시가 떨어지면 아파트 화단 등 은밀한 장소에 마약을 묻는 방식이었다.
범행을 위해 A씨는 오직 마약 유통을 목적으로 대한민국에 입국했다. 2025년 4월 15일 저녁, 울산 동구의 한 거리에서 A씨는 조직원 B로부터 검은색 캐리어를 건네받았다. 그 안에는 시가 2억 5,350만 원 상당의 케타민 약 3,900g과 3억 4,035만 원 상당의 엑스터시 11,345정이 들어있었다. 합계 6억 원에 육박하는 엄청난 양이었다.
A씨의 범행 수법은 일명 '던지기'였다. 그는 2025년 4월 23일 새벽, 성남시 분당구의 한 아파트 화단 흙을 파내고 엑스터시 25정과 케타민 25g을 묻었다. 의심을 피하기 위해 마약은 유명 사탕 제품인 '스키틀즈' 봉지에 담겨 있었다. 이후 그는 휴대전화 앱을 이용해 해당 장소의 위도와 경도 좌표를 정밀하게 측정해 독일의 상선에게 전송했다. 상선이 매수자에게 돈을 입금받으면 이 좌표를 넘겨주는 방식이었다. A씨는 이런 방식으로 하루 동안 총 5회에 걸쳐 1,100만 원 상당의 마약을 곳곳에 숨겼다.
"가족 위해할까 두려워"... 6억 원대 마약 소지의 전말
A씨의 범행은 4월 25일 새벽, 성남시 분당구의 한 건물에서 덜미가 잡혔다. 체포 당시 그가 소지하고 있던 가방과 캐리어에서는 아직 유통되지 않은 케타민 약 3,775g과 엑스터시 11,220정이 발견됐다. 소지하고 있던 마약의 가액만 5억 8,000만 원이 넘는 규모였다.
수사 과정에서 A씨는 자신이 범행을 지속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털어놓았다. 그는 독일의 상선이 자신의 가족에게 위해를 가할 수도 있다는 극심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실제로 A씨는 마약 유통의 대가로 직접적인 큰 이익을 챙기는 위치에 있지는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체포된 A씨는 수사에 적극 협조했다. 그의 진술과 제보는 수사기관이 공범을 검거하는 데 기여했으며, 그가 보관 중이던 막대한 양의 마약이 시중에 풀리기 전 압수되는 성과로 이어졌다.
법원 "마약 확산 막았지만, 조직적 범행 엄벌 필요"
재판부는 A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이번 사건(서울동부지방법원 2025고합343)의 쟁점은 대량의 마약을 조직적으로 유통하려 한 죄질과 피고인의 수사 협조 사이에서의 양형 결정이었다.
재판부는 "마약류 범죄는 개인의 육체와 정신을 피폐하게 할 뿐만 아니라 사회에 미치는 해악이 크므로 엄중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전제하며, "피고인은 금전적 이익을 목적으로 조직적, 전문적으로 이루어지는 마약류 유통 범행에 적극 가담했다"고 질타했다. 특히 취급한 마약의 양이 방대하고 가액이 상당하며, 범행을 위해 입국까지 한 점은 불리한 정상이었다.
대법원 양형기준에 따르면 A씨의 범죄 유형은 가중 영역에 해당하여 권고형의 범위가 징역 8년에서 최대 22년 6개월에 달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권고형의 하한보다 낮은 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수사에 협조하여 공범 검거에 기여했고, 상선이 가족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다는 두려움 속에 범행을 계속한 경위에 참작할 사정이 있다"고 판시했다. 또한 압수된 마약이 유통되지 않은 점, 국내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참고] 서울동부지방법원 2025고합343 판결문 (2025. 8. 20. 선고)
